2) 아난존자
다문제일(多聞第一) 아난존자의 이름은 아난다(Ananda)이고 중국어로 번역하여 아난(阿難)이라고 하는데, 그 뜻은 환희(歡喜) 또는 경희(慶喜)이다. 아난은 그의 이름이 뜻하는 바와 같이 실제로 단정한 용모와 강직한 성품, 그리고 명석한 두뇌와 판단력을 갖춘 빼어난 인물로서 수많은 여성들로부터 흠모의 대상이 되었기 때문에 본의 아닌 일로 오해를 받았으며, 그로 인한 숱한 일화도 남기고 있다.
아난이 부처님의 시봉(侍奉)을 들게된 것은 부처님이 55세가 되던 해로서 성도 하시고 20년이 지난 이후이다. 이전까지는 장로들이 차례로 시봉의 역할을 하였으나 모두 나이가 많아서 아난에게 맡기기로 하였는데, 시봉자리가 무척 어려우면서도 자칫하면 특권의식에 젖어 교만해질 우려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던 아난은 부처님에게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조건을 제시하여 허락을 받은 후에 시봉이 되었다.
아난이 부처님에게 제시한 조건은 첫째 부처님을 위해서 만들어진 의복은 절대로 물려받지 않을 것이며, 둘째 부처님을 위해서 만든 음식은 절대로 받아먹지 않을 것이며, 셋째 개인적인 일 때문에 절대로 부처님을 만나 뵙지 않는다는 등의 세 가지 조건이다. 조그마한 권력만 가지면 온갖 이권에 개입하려고 하는 공직자 사회에서 윗사람을 모시고 있는 공직자들이 한 번쯤 음미해 볼 만한 대목이다.
아난은 시자로서 항상 부처님의 뜻을 먼저 알아차리고 사전에 모든 준비를 하였기 때문에 부처님께서 '과거의 다른 제자들은 내 말을 다 들은 후에 비로소 그 뜻을 알아차렸으나 아난은 내 눈빛만 보고도 모든 것을 알아 차린다'고 하시면서 칭찬을 하였다. 그러나 다문제일의 아난존자가 이룬 가장 큰 업적은 부처님 입멸 후 경전 결집과정에서의 역할 즉 여시아문(如是我聞)으로 이어지는 부분이다.
그러나 가섭존자가 부처님의 가르침을 결집하기 위해서 5백 명의 장로들을 칠엽굴로 소집하였을 때 부처님의 가르침을 가장 많이 알고 있던 아난존자의 이름은 빠져 있었다. 이러한 사실을 뒤늦게 알고 칠엽굴로 달려간 아난을 맞이한 가섭존자의 태도는 단호하고 냉정하였다. '아직도 아라한이 되지 못한 사람은 절대로 이 곳에 출입할 수 없다'고 하면서 문도 열어 주지 않고 그대로 돌려보내고 말았다.
청천벽력과 같은 가섭의 냉대를 받고 발길을 돌린 아난은 그 길로 조용한 곳을 찾아 수행정진에 몰입하여 새벽이 오기 전에 깨달음을 얻었으며, 하룻밤 사이에 아라한이 된 아난이 환한 얼굴로 장로들이 모여 있는 곳을 다시 찾아갔을 때 가섭을 비롯한 모든 장로들은 아난존자가 반드시 찾아올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기다리다가 모두 일어서서 반갑게 맞이하였고, 대작불사 결집작업은 그때부터 시작되었다.
아난이 대중들 앞에서 '나는 이렇게 들었다(如是我聞)'로 시작하여 부처님의 가르침 하나 하나를 기억해 내었는데, 그 당시의 모습을 묘사한 글에 '아난이 법좌(法座)에 올라 부처님의 말씀을 막힘 없이 암송하는데, 참석한 5백 대중들의 기억과 하나도 틀림이 없어 부처님이 다시 살아오신 것인지 혹은 다른 세계의 부처님이 오신 것인지 아난이 성불한 것인지 의심이 갈 정도로 당시의 분위기까지 재현하였다'고 한다.
이후 아난은 나이 120세에 입적할 때까지 한 순간의 휴식도 없이 부처님의 가르침을 세상으로 전파하였는데, 그가 입적했을 때 사리(舍利) 때문에 다툼이 있을 것을 우려하여 갠지스강 한 가운데에서 다비를 하고 사리를 수습하여 2등분으로 나누어 강의 북쪽과 남쪽 사람들에게 똑같이 나누어주었으며, 남은 유골은 별도로 수습해서 왕사성에 있는 죽림정사(竹林精舍) 옆에 안치했다고 한다.
사위성에 있는 기원정사 안에는 아난존자가 아침저녁으로 물을 길어서 부처님에게 공양하였다는 '아난존자의 우물'이 지금까지 그대로 보존되어 있으며, 현장법사의 대당서역기(大唐西域記)에 의하면 마투라 지역에도 '아난존자의 탑'이 있었다고 하고 부처님께서 열반하신 쿠시나가라에 있는 열반당(涅槃堂) 뒤에도 '아난존자의 탑'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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