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사는 이야기

나물캐기

難勝 2009. 3. 18. 05:01

 

 

나물캐기 / 김선규

 

세상을 사는 동안 긍터듬어 가는 동안

내 어이 슬픔과 한숨만 삭였겠느냐

오늘처럼 꽃 핀 날 진달래 핀 산처럼

남몰래 가슴 부풀어 마음 괜히 부풀어

노랑이면 노랑꽃 돼 씀바귀에 닿고

초록이면 초록잎을 벼루기자리에 달아

애기바람에 저절로 젖었던 적 있었지

이러 봐라 한 해 안 거르고 조약골로 온

봄볕이 지금 또한 나를 은근히 잡고

졸졸 흐르는 물소리를 덤으로 들려주네

어디로 가야 하나 앞산 너머 또 어디를

답답한 그런 사정 한자리에 젖혀놓고

조목조목 차근차근 얘기하고 있거니,

들려주는 내용을 소상하게는 모르나

목소리 열려 가만히 노래 몇 개 불렀네

아무렴 한평생 어딘지를 끌려가면서

내 어이 밝은 기분 내내 몰랐다 하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