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물캐기 / 김선규
세상을 사는 동안 긍터듬어 가는 동안
내 어이 슬픔과 한숨만 삭였겠느냐
오늘처럼 꽃 핀 날 진달래 핀 산처럼
남몰래 가슴 부풀어 마음 괜히 부풀어
노랑이면 노랑꽃 돼 씀바귀에 닿고
초록이면 초록잎을 벼루기자리에 달아
애기바람에 저절로 젖었던 적 있었지
이러 봐라 한 해 안 거르고 조약골로 온
봄볕이 지금 또한 나를 은근히 잡고
졸졸 흐르는 물소리를 덤으로 들려주네
어디로 가야 하나 앞산 너머 또 어디를
답답한 그런 사정 한자리에 젖혀놓고
조목조목 차근차근 얘기하고 있거니,
들려주는 내용을 소상하게는 모르나
목소리 열려 가만히 노래 몇 개 불렀네
아무렴 한평생 어딘지를 끌려가면서
내 어이 밝은 기분 내내 몰랐다 하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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