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생前의 원귀
옛날 어느 곳에 한 여자가 있어서 일찍부터「관세음보살 모다라니」를 외우고 공양 올리기를 지성으로 하였다.
그런데 이 여자는 3생전에 사소한 일로 어떤 사람에게 독약을 먹여 죽게 한 일이 있었다는 것이었다.
3생전에 죽어갔던 원귀(怒鬼)가 나타나서 이 여인에게 원수를 갚으려는 것이었으니 세 번이나 자식으로 태어났다는 것.
그런데 이렇게 태어난 자식이 두 살만 되면 죽어버려는 끔찍한 일을 거듭해서 애간장을 끊는 슬픔을 안겨 주었다는 것이다.
이 원귀(怨鬼)는 처음에는 그 여자의 태중의 자식이 되어, 임신한 어머니 몸을 극도로 괴롭히다가 끝내는 죽여 버리려는 계책이었다.
하지만 이 여자는 평소에 관세음보살을 성심으로 믿었기 때문에 관세음의 신력에 힘입어 죽지 아니하고 원귀는 일단 자식으로 태어나곤 하였던 것이니, 우리 속담의 (원수로 태어난 자식) 이라고나 할까, 아무튼 이렇게 해서 원귀는 자식으로 태어나 두 살까지 살다가 죽어갔던 것이다.
이러한 까닭을 알지 못하는 이 여자는 자식이 죽을 때마다 슬피 울며 관세음보살을 오히려 원망할 수 밖에 없었다.
야속하다는 마음이 앞서는 것이었다.
이때 한 노승이 나타나
「이 어리석은 여자야, 그렇게 슬피 울지마오.」하였다.
여인은 화를 내며
「자식을 잃고 비통해 하는데 위로는 못할지언정 울지 말라는 소리가 웬 말이오.」
라고 반문하였다. 노승은 다시 입을 열어 말하기를
「그 죽은 자식은 당신의 자식으로 태어난 것이 아니라, (원수의 자식)인 것을 왜 모르시오.
그러니 그렇게 울고불고 한다는 것 자체가 바로 원수의 보복을 받는 것이오. 당신이 울고 있는 이 찰나에 그 원수는 춤을 추고 있다는 사실을 아시오.」
하는 것이었다.
여인은 놀라운 표정으로
「그 자식이 원수라면 어떻게 된 원수라는 말입니까.」
하고 물었다.
노승은 말하되
「들어 보시오. 당신은 3생전에 사소한일로 사람을 미워해서 독약을 먹여 죽인 일이 있을 것이오.
그래서 죽은 이의 3세(世)가 원수의 귀신이 되어 당신을 죽이려하였소만, 당신이 지성으로
<관세음보살모다라니>를 주송하였으므로 그 위신력에 힘입어 그 원귀가 뜻을 이루지 못하고 자기 스스로가 죽어간 것이오.」
라고 말한다.
이때 노승이 가리키는 방향을 살펴보니 <너는 나를 3생전에 죽인 원수>라고 울부짖는 것이 아닌가.
원귀는 말하되
「너는 관세음보살을 믿고 모다라니를 외우기 때문에 낮과 밤에 선신(善神)이 옹호하고 있어서 나의 뜻을 이루지 못하였으니, 이제 모든 것을 포기하고 나 역시 깊이 참회하고 관세음보살에 맹세하였다.」
고 말하는 것이었다.
이 여인은 이로부터 더욱 신심이 깊었으며 한 평생을 병고 없이 잘 살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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