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뜨거운 여름날이었다.
남자는 마루에 앉아 책을 보고 있었는데
살포시 열려있는 담장 쪽대문 너머로 한 아가씨의
모습이 보이는 것이었다.
그녀는 호박밭에 다소곳이 앉아 일을 하고 있는 것이었다.
그녀의 이마엔 땀이 송골송골 맺혀 있었고,
그 모습이 마치 아침 이슬같이 생각되었다.
남자는 생각했다.
' 그래! 바로 저 여자야... 내가 평생을
같이 하고 싶은 그런 여자! '
남자는 망설이다가 슬그머니 그녀에게 다가가서
수줍은 목소리로 말했다.
" 저, 당신의 일하는 모습을 보고 전
사랑에 빠져버렸습니다."
그러자 호박잎을 따고 있던 아름다운 그녀가
깜짝놀라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남자를 쳐다봤다.
그리고는 당황스러웠는지 고개를 숙인 채
아무 말도하지 않는 것이었다.
잠시 정적이 흐른 뒤 땅만 쳐다보던
그녀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
.
.
.
.
"저겨... 저 지금 떵싸는 중이거든여..
다 싼담에 말씀하실래여?"
흐미~~~미쵸....
'사람사는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국수경과 호박범벅경 (0) | 2009.04.10 |
---|---|
천불천탑 운주사 - 와불이 누운 까닭(또 하나의 전설) (0) | 2009.04.10 |
上畓은 누구의 논일까 (0) | 2009.04.09 |
노비문서 (0) | 2009.04.08 |
슬하의 일곱 아들이 모두 다 도적놈 - 김삿갓 (0) | 2009.04.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