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봉 스님께서 시자를 데리고 산길을 내려가다가 힘이 들어
바위에 걸터앉아 쉬고 있었다.
그때 한 젊은 수좌가 걸망을 메고 올라오고 있었다.
젊은 수좌는 경봉 스님을 보더니 합장하여 예를 잠깐 갖춘 뒤
말했다.
"오는 중입니까? 가는 중입니까?"
시자가 젊은 수좌의 말에 발끈했다.
"노장님더러 중이라니 말버릇이 없습니다.
어서 사과하시오."
경봉스님은 미소를 지었다.
젊은 수좌가 지금 자신을 법으로 건드려 보고 있는 것이었다.
이를테면 법거량을 하자고 덤비고 있으니,
예의니 뭐니 갖출 것은 없었다.
그러나 시자는 경봉 스님을 모독하는 말로 알아듣고
수좌의 멱살을 잡을 기세로 다가가 말했다.
"오는 중, 가는 중이 무엇이오? 어서 참회하시오."
"시자 스님은 이미 틀렸으니 가만히 계시오."
화가 난 시자가 씩씩거렸다.
"다시 한 번 더 노장님을 중이라 부르면 참지 않겠소."
경봉 스님은 미소만 짓고 있었다.
"그냥 두어라."
"이 무례한 스님을 보고도 참으라고요?"
"나는 지금 쉬고 있는 중이니라."
이 한마디에 젊은 수좌는 경봉 스님 앞에서
공손하게 삼배를 올렸다.
그러고는 올라오던 길을 되돌아 내려가 버렸다.
"노장님, 저 스님은 왜 그냥 돌아가 버리는 겁니까?"
"나를 보았으니 힘들게 극락암까지 갈 필요가 있겠느냐."
<야반삼경에 촛불춤을 추어라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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