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라벌 밤이 깊을 때 반월성 대궐에는 모두 잠들고 파수병들만 삼엄하게 지키는 중에 궁녀궁에 이상한 일이 일어났다. 형체가 보이지 않는 발자국 소리가 나더니 임금이 가장 총애하는 궁녀를 안고 저 산 하늘로 날아갔다가 새벽에 제자리에 뉘어 놓고는 사라졌다.
궁녀는 그날 밤 꿈속에서 서쪽 하늘로 날아 어느 산꼭대기 동굴 속으로 들어갔는데 늙은 중 하나가 있었다. 이 늙은 중은 궁녀를 밤새 자기 곁에 가두어 두었다가 새벽녘에 귀신을 불러
「도로 궁녀궁에 업어다 주고 내일 밤 다시 데려오너라.」
라고 말했다.
궁녀는 아침에 깨어나니 꿈이었다. 이 꿈이 매일 밤 계속되어 임금에게 이 사실을 여쭈었더니 대단히 노하여 궁녀에게 일렀다.
「나라 안에 대궐을 희롱하는 놈이 있다니 오늘 저녁을 주사(朱沙)로 굴 바위에 표시를 하여 놓아라.」
이 말을 듣고 궁녀는 그날 밤 주사병을 굴 바위에 던져 붉게 물을 들여 놓았다.
그 이튿날 임금은 군사를 동원하여 하지산(下地山:지금의 오봉산)을 뒤졌더니 오봉산 꼭대기 붉은 자욱이 물든 바위굴 안에 늙은 중이 있었다. 노승을 잡으려는 순간, 노승이 주문을 외우니 잠깐 동안에 수만의 신병(神兵)들이 에워싸고 군사들을 막았다. 날리는 깃발이며 활과 창이 절에 모셔놓은 팔부신중(八部神衆)과 같았다.
부처님이 비호하시는 스님임을 알고 임금은 그 노승을 모셔 국사로 삼았다.
그 후 이 바위 옆에 절을 지어 주사암이라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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