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천설화(甘泉說話)
글/ 이규보
산을 따라 위험한 사다리를 건너
발을 겹쳐 사잇길 걸어가니
위로 백 길 높은 곳에
원효사(元曉師)가 일찍 암자를 지었다네.
스님의 자취는 어디 가고
유영(遺影)만 영정(影幀)으로 남아 있고,
다천(茶泉)에는 찬물만 가득하여
한 뚝배기 마시니 흡사 젖맛 같네.
이곳 옛날에는 물이 없어
불자(佛子)가 머물러 살기 어려웠는데
원효사가 한번 와 머무른 다음
감청수(甘淸水)가 바위 틈으로 솟아 올랐다네.
나의 스승은 이 높은 자취를 이어
짧은 갈의(褐衣)로 이곳에 머물러
여덟 자 방을 돌아보니
신발 한 켤레만 놓여 있네.
역시 시자도 없어 혼자 조석(朝夕)으로 앉아
소성 거사(小姓居士)가 다시 나타남인가.
감히 몸을 굽혀 절을 하지 못하겠네.
이규보(李奎報)가 쓴 동국이상국집(東國李相國集)』 「남행월일기(南行月日記)」에 차와 관계되는 감천설화(甘泉說話)가 있다. 즉 사포(蛇包, 혹 蛇巴)라고 하는 원효 스님의 시자 (侍者)가 원효 스님에게 차를 드리려는데 물이 없어 걱정하고 있을 때 갑자기 바위 틈에서 좋은 물이 솟아나와 이것으로 차를 달여 올렸다는 기록이 있다. 그리고 이규보는 위과 같은 시를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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