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사는 이야기

길 떠날 나그네들 - 친구에게

難勝 2009. 6. 12. 05:20

* 길 떠날 나그네들 *

 


친구...

그간 어떻게 지냈나?

나 말인가?

정년퇴직 후...

평생을 다니던 직장서 은퇴한 뒤

그동안 소홀했던

자기충전을 위해 대학원에 다니기

시작했다네.


처음에 나간 곳은 세계적인 명문인 하바드대학원.

이름은 그럴싸하지만 국내에 있는 하바드대학원은

하는 일도 없이 바쁘게 드나드는 곳이라네.


하바드 대학원을 수료하고는 동경 대학원을 다녔지.

동네 경노당 이라는 곳이라네.


동경 대학원을 마치고 나니 방콕대학원이 기다리고 있었지.

방에 콕 들어 박혀 있는 것 이라네.


그러는 사이

학위라고 할까 감투라고 할까 하는 것도 몇 개 얻었지.


처음 얻은 것은 화백

화려한 백수. 이쯤은 잘 알려진 것이지만

지금부터는 별로 알려지지 않은 것이라네.


두 번째로는 장노였네.

교회에 열심히 나가지도 않았는데 웬 장노냐고?

장기간 노는 사람을 장노라고 한다는군.


그러더니 나보고 목사가 되라는 것이네.

장노는 그렇다 치고 목사라니...

목적없이 사는 사람이 목사라네.


기독교 감투만 쓰면 종교적으로 편향되었다고 할까 봐

불교 감투도 하나 썼다네.


그럴듯하게 지공선사

지하철 공짜로 타고 경노석에 정좌하여

눈감고 참선하니 지공선사 아닌가...


정년!!

정년이란 말만 들어도 왠지 쓸쓸 하고, 허전하고,

마치 인생의 종착역에 다가온 것 같은

느낌을 감출수가 없다네.

정년을 새로운 인생의 첫걸음 이라 하지만,

평생 동안 정열을 쏟고,

삶의 터전으로 살아온 직장을 떠나는 마음이

어찌 편하기만 하랴.

정년은 누구나 언젠가는 거쳐야 하는 길인 것을 ...


우리는 다 길 떠나는 나그네 .....

언제 떠나는지 서로 몰라도

가다보면 서로 만나 웃기도 하고

울기도 하고

애절한 사연 서로 나누다

갈랫길 돌아서면 어차피 헤어질 사람들...


더 사랑해 줄걸 후회 할 것인데

왜 그리 못난 자존심으로 용서하지 못하고

이해하지 못하고 비판하고 미워했는지...


사랑하며 살아도 너무 짧은 시간

베풀어 주고 또 줘도 남는 것들인데

웬 욕심으로 무거운 짐만 지고 가는

고달픈 나그네 신세인가 ...


그 날이 오면 다 벗고 갈텐데

무거운 물질의 옷도,

화려한 명예의 옷도,

자랑스런 고운 모습도...


더 그리워하면 더 만나고 싶고,

더 주고 싶고,

보고 또 보고 따뜻이 위로하며 살아야 하는데...


왜 그리 마음에 문만 닫아걸고

더 사랑하지 않았는지,

아니 더 베풀지 못했는지...


천년을 살면 그리할까?

만년을 살면 그러할까?


사랑한 만큼 사랑 받고

도와준 만큼 도움 받는데

심지도 않고 거두려고만

몸부림쳤던 부끄러운 나날들...


우리가 서로 아끼고 사랑해도 허망한 세월인 것을

어차피 저 인생의 언덕만 넘으면 헤어질 것을

미워하고 싸워 봐야 상처난 흔적만 훈장처럼 달고 갈텐데...


이제 살아 있다는 것만으로 감사하고

이제 함께 있다는 것만으로 사랑해야지.


우리는 다 길 떠날 나그네들 이라네...


그래도 자넨 시원한 모시옷을 입었구만.


자식들을 잘 둔 것같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