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명의 수행자
옛날에 두 명의 수행자가 살고 있었는데 한 사람의 이름은 나뢰였고, 다른 사람의 이름은 제기라였다. 그들은 깨달음을 얻겠다는 서원을 세우고 속세를 떠나 깊은 산 속으로 들어갔다. 춘하추동을 막론하고 그들은 동굴 속에서 잠자고, 풀로 만든 옷을 입고 살았다. 배가 고프면 열매를 따먹고 목마르면 샘물을 마시면서 조용하게 수행에 전력했다.
오랜 세월이 흐르자 그들은 속세의 유혹을 물리칠 수 있었고, 다섯 가지의 신통력을 얻게 되었다. 그 첫째는 천안통으로 이 세상에서 보이지 않는 것까지 볼 수 있는 능력이었고, 둘째는 천이통으로 그 어떤 소리라도 들을 수 있는 능력이었다. 셋째는 비행통으로 공중을 자유롭게 날아다닐 수 있는 능력이었으며, 넷째는 타심통으로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읽을 수 있는 능력이었다. 마지막으로 예지력까지 갖춰 미래를 예측할 수 있었다.
어느 날 밤 제기라는 경전을 독송하다가 피곤해서 자리에 누웠다. 나뢰 역시 독송을 하고 있었는데, 동굴 안이 너무 좁아 그만 실수로 제기라의 머리를 발로 차게 되었다. 제기라가 벌떡 일어나며 말했다.
"내 머리를 걷어찬 자는 내일 아침 해가 대나무 키만큼 떠올랐을 때 머리가 일곱 조각 나리라."
그 말을 들은 나뢰 역시 화를 내며 대꾸했다.
"내가 실수로 자네의 머리를 걷어찬 것인데, 어찌 그리 심한 저주를 할 수 있는가! 물건을 함께 두어도 부딪히는 일이 비일비재한데, 하물며 이 작은 동굴 안에 두 사람이 살면서 어찌 뜻밖의 실수가 없겠는가! 어쨌든 자네가 이미 그렇게 말해버렸으니, 나는 내일 태양이 떠오르지 못하게 할 것이네."
나뢰가 신통력을 쓰자 과연 다음날 해가 떠오르지 않았다.
계속해서 닷새 동안 해가 떠오르지 않고 세상이 암흑천지가 되자 위로는 왕에서 아래로는 일반 색성까지 모두 두려움에 떨게 되었다. 이에 국왕은 한 도사를 불러 그 연유를 물었다. 잠시 후 도사가 국왕에게 대답했다.
"대왕이시여, 제가 점을 쳐보니 이는 산 속에 살고 있는 두 수행자가 다투는 바람에 생긴 일입니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한단 말인가?"
"대왕이시여, 서두르지 마십시오. 내일 아침 일찍 국왕께서 남녀노소를 막론한 모든 백성들을 데리고 수행자들이 머물고 있는 곳으로 가서 두 분에게 화해하라고 간절하게 부탁하십시오. 그들은 자비로운 수행자들이므로 백성들의 안녕을 위해서라면 결국 화해를 할 것입니다."
도사의 말대로 다음날 국왕은 모든 백성들을 거느리고 산으로 갔다. 국왕은 먼저 나뢰를 발견하자 무릎을 꿇고 간절하게 말했다.
"우리나라가 풍요롭고 백성들이 편안하게 살수 있었던 것은 모두 두 분 도인들의 덕택이었습니다. 지금 두 분이 다투는 바람에 해가 뜨지 않는 변고가 생긴 것은 모두 제가 부족한 탓이지 백성들은 아무 죄가 없습니다. 바라건대, 백성들의 안녕을 위해서라도 화해를 하십시오."
나뢰가 대답했다.
"나도 화해할 생각은 있습니다. 만일 제기라도 화해를 바란다면 당장이라도 해가 떠오르게 하겠습니다."
이에 국왕은 곧장 제기라에게 달려가 나뢰의 뜻을 전했다. 제기라가 말했다.
"저도 딴마음은 없습니다. 하지만 해가 떠오르기 전에 진흙으로 나뢰의 머리를 일곱개 만들어야 할 것입니다."
국왕은 서둘러 제기라가 시키는 대로 했다. 곧이어 해가 떠올라 사방을 환하게 비추자 백성들은 환호성을 지르며 좋아했다. 그리고 해의 높이가 대나무 키 정도 되자 진흙으로 만든 일곱 개의 머리가 단숨에 갈라져버렸다. 그러나 나뢰의 머리는 말짱했다. 그후 두 수행자는 국왕을 도와 나라를 잘 다스렸다.
그런데 사실 이 사건은 두 수행자가 일부러 계획한 것이었다. 국왕과 백성들이 부처님의 인과법을 믿지 않는 것을 가엽게 여긴 수행자들이 이 일을 통해 그들을 교화하려 했던 것이다.
남에게 상처를 주는 말을 하기는 쉽지만, 그 말을 취소하기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사람사는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설화, 신화, 전설, 속설의 의미 (0) | 2009.08.02 |
---|---|
대담한 스님 (0) | 2009.08.01 |
기러기들의 지혜 (0) | 2009.07.31 |
미움도 사랑도 (0) | 2009.07.31 |
불도장(佛跳墻) - 여름철 보양식 (0) | 2009.07.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