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벌이 문제가 아니라 우리사회의 평화와 행복을 깨뜨리는 행위라 생각하여
경각심을 주는 의미로 옮겨봅니다.
“내가 사람을 죽였으니, ○○빌라 ○동 ○○○호에 가보시오.”
전화가 끊기기 무섭게 순찰차 2대, 형사당직팀, 타격대 등 가용인원을 최대한 동원해 신고장소로 출동했다. 하지만 현장에 있는 것은 사체가 아닌 술에 취해 몸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한 남자였다. 신고한 남자는 “이제 왔수? 저 녀석이 술만 먹으면 죽여 달라고 해서 내가 술을 잔뜩 먹여 재웠수다. 잘했지?”라고 했다. 술친구를 술먹여서 재워놓고 죽였다며 허위신고를 했던 것이다.
“○○아파트 ○○○동 ○○○호에 불이 났으니 빨리 와주세요.”
다급한 연락을 받은 소방차와 구급차, 담당구역 순찰자는 사이렌을 울리며 달려갔다. 달려간 곳에는 연기가 자욱했다. 하지만 한바탕 흥청대며 벌어진 술 파티 속 담배연기였다. 술을 마시던 일행중에 담배를 피우지 않는 사람이 ‘담 배 연기에 목이 아프니 담배 좀 꺼달라’고 했다 받아들여지지 않자 홧김에 불이 났다고 신고한 것이었다.
재미로 그랬다 하지만 허위신고에 대한 대가는 치러야 한다. 경범죄처벌법 제1조 제5호에 허위신고를 한 자는 10만이하의 벌금, 구류, 과료에 처하게 되어 있다. 하지만 동원된 경찰과 소방관 및 각종 장비의 사용에 따른 경제적 비용을 따진다면 턱없이 낮은 형량이다.
매년 만우절만 되면 112지령실, 119소방방재센터에는 수없이 많은 장난전화가 걸려온다. 대부분 어린 청소년들의 장난인지라 처벌보다는 훈방으로 끝났었다.
하지만 최근 10대 청소년들이 항공기에 폭발물을 설치했다고 장난전화를 걸었다가 형사처벌뿐 아니라 거액의 민사상 책임까지 지게 됐다. “항공기를 폭파하겠다”는 전화를 건 이들은 15살과 17살의 청소년들이었다. 이 청소년들의 전화에 비행기 정밀 수색과 탑승객 보안 검문이 이루어지느라 공항에는 한 바탕 소동이 일어났고, 비행기 이륙도 예정시간보다 늦어졌다고 한다.
비행기 폭파 협박전화를 받으면 안전 점검 때문에 승객의 발이 묶이고 경찰과 공항 상주 기관의 업무가 마비된다. 손실이 막대해지기 때문에 부득이 어린 학생들이지만 민사상 손해배상을 청구했을 터.
항공기 폭파협박은 단순한 장난전화에 비해 협박을 받는 대상과 규모, 피해가 상당하기 때문에 그에 대한 처벌 또한 강력하다. 항공안전 및 보안에 관한 법률에 의거 3년 이하의 징역,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물론 처벌이 능사는 아니다. 하지만 ‘무심코 재미삼아’ 또는 화풀이로 장난전화를 하면 자신의 날개짓이 몰고 올 폭풍을 생각해야 한다. 전화 한 통에 확인 작업, 검사, 대책마련을 위해 움직이는 이들의 혼란과 비용은 말할 것도 없다. ‘실제상황’이라 생각하고 시간과 전쟁을 치르는 이들은 긴장감에 입이 바싹 마르고, 소름이 돋는다. 허위라고 밝혀져 안도하더라도 이내 허탈함과 씁쓸함이 밀려든다. 장난 전화, 이거 정말 장난이 아니다.
- 족집게 수사관 고영민 경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