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사는 이야기

당 현종을 사로잡은 양귀비

難勝 2009. 8. 29. 03:48

 


당나라 현종과 양귀비와의 사랑을 노래한 백낙천(白樂天)의 장한가(長恨歌)의 애절한 대목은 역시 마지막 부분에서 하이라이트를 이룬다. 


七月七日長生殿 夜半無人私語時 

在天願作比翼鳥 在地願爲連理枝

天長地久有時盡 此恨綿綿無絶期

7월7일 칠석날 장생전에서, 인적 없는 깊은 밤에 속삭이던 말

하늘을 나는 새가 되면 비익조가 되고, 땅에 나무로 남는다면 연리지가 되고 싶다.

하늘이 길고 땅이 영원해도 끝날 날이 있다. 그러나 사랑의 한은 끊일 때가 없구나


비익조는 전설상에 나오는 새다. 이 새는 이상하게도 한쪽 눈과 한쪽 날개밖에 없다. 그래서 암수가 모여서 짝을 이루어야만 제구실을 할 수 있다.


연리지는 서로 다른 나무인데 얽히고 설키면서 자라다가 우연하게 하나로 된 가지를 말한다. 각기 다른 뿌리에서 나온 나뭇가지가 하나가 돼 수액(樹液)이 서로 흐르는 경우다. 얼마나 마음이 맞으면 거부반응이 전혀 없이 하나가 될 수 있겠는가?

 

전설 속의 비익조와 연리지는 현종과 양귀비의 끊임없는 사랑의 상징이다. 안록산의 난으로 양귀비가 죽었지만 현종의 사랑은 끝이 없었다. 양귀비의 영정을 침실에 놓고 잘 때마다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그렇다면 양귀비는 무엇으로 천하를 호령하는 현종의 마음을 사로 잡았을까? 잘 생긴 미모? 남자의 마음을 신통하게 읽는 눈치와 애교? 양귀비는 작고 가냘픈 중국의 역대 미인과는 달리 풍만한 글래머 스타일이었다.


기록에 따르면 양귀비의 양(楊)씨들은 원래 인도나 페르시아 같은 서역 출신으로 이국(異國) 성으로 알려져 있다. 양귀비가 전통적인 중국 미인의 얼굴과 몸매가 아니었다는 것은 확실하다. 아마도 현종은 양귀비의 이국적 미모에 반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아무리 그렇다 해도 천하의 모든 여자가 자기 여자라고 할 정도로 중국 대륙을 한 손에 거머쥐고 있는 현종이 한 여자에게만 매달렸다는 것은 납득이 가지 않는다. 이 여자 저 여자를 훔치는 것이 타고난 본능이고 또 쉽게 사랑이 식는 게 남자의 본능이라고 생각한다면 말이다.


사람의 체취가 가장 많이 나오는 곳은 겨드랑이다. 사람마다 독특한 체취가 바로 여기서 나온다. 대부분 불쾌감의 상징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양귀비는 남자의 마음을 사로잡는 독특한 체취가 있었다고 한다. 


일주일에 한번 목욕할 때마다 양귀비의 체취가 장안을 흔들어 놓았다. 그녀가 목욕하고 난 물이 장안 시내를 흘러갈 때마다 장안은 그녀의 냄새로 진동했고 남자들은 정신을 못 차릴 정도였다고 한다. 그래서 여인들은 양귀비에 대해 대단한 질투와 분노를 느꼈다. 아마 그래서 천하일색 양귀비였는지도 모른다.


사람들은 양귀비의 체취 때문이 아니라 향수를 많이 썼기 때문이라고 한다. 욕조가 넘칠 정도로 향수를 사용했고, 그 향수가 하수구를 통해 장안 시내를 흐를 때 향수가 진동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향수라고 해도 한 두 번이지 현종의 마음을 영원히 사로잡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향수는 질리게 마련이다. 그녀는 그야말로 현종을 ‘뿅’ 가게 할 수 있는 자신만의 고유한 체취가 있었던 게 분명하다. 양귀비가 경국지색(傾國之色)이 된 이유가 바로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