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사는 이야기

뉴스위크 선정 '세계 명저 100권'에 대한 의문

難勝 2009. 9. 25. 09:59

 

뉴스위크가 주요 언론사와 대형 도서관의 추천 도서 목록 등을 토대로 '세계 명저 100권'을 선정, 발표했다.


이번 조사는 미국 내 주요 언론사와 대학, 유명 도서관 등 10개 기관의 추천으로 이뤄졌다. '세계 명저 100권'에 대한 '10대 의문점'을 모아봤다.


① 왜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 중 '맥베스'만 제외됐고 '소네트 시집'(52위)은 무엇인가?

4대 비극 중 '맥베스'만 선정되지 않은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 다른 세 작품보다 대중성은 떨어져도 문학적 가치마저 폄하할 순 없다. 영문학사에서 4대 비극 가운데 '햄릿' 다음으로 높은 평가를 받는 게 '맥베스'다. 셰익스피어는 위대한 시인이었다. 근대시와 현대시 사이에서 교량적 역할을 한 그의 '소네트 시집'은 영시문학의 기본서다.


② 왜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는 선정되지 못했나?

헤밍웨이 작품 가운데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 '해는 또다시 떠오른다'는 100대 명저에 올랐다. '노인과 바다'는 대중성이 떨어진다. 미국문학계의 장편 위주 취향 때문에 중편인 '노인과 바다'가 제외된 것 같다.


③ 왜 동양 도서는 '마오쩌둥(毛澤東) 어록' 1권뿐인가?

조사 대상은 영어로 쓰였거나 번역된 책이었다. 동양의 고전들은 상당수가 번역되지 않았다. '마오쩌둥 어록'은 문학적 가치가 높지 않지만 중국을 이해하는 데 중요하다.


④ 왜 랠프 엘리슨의 '투명인간', 토니 모리슨의 '빌러비드', 치누아 아체베의 '모든 것은 무너진다' 같은 흑인 문학이 상위권에 있나?

현재 영미문학계의 흐름을 잘 보여준다. 소수 문학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여성 문학, 아프리카 본토 문학 등에 대한 연구도 활발하다. 더 이상 마이너리티가 아니라는 뜻이다.


⑤ 왜 '문호(文豪)'로 평가되는 찰스 디킨스, 도스토옙스키, 알베르 카뮈, 세르반테스의 작품은 없나?

찰스 디킨스의 작품이 하나도 없다는 것, 1위에 선정된 톨스토이에 비해 문학적으로는 더 중요한 도스토옙스키가 없다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는 그 영향을 받지 않은 작품을 거의 찾아보기 힘들며 알베르 카뮈 역시 누구나 쉽게 예상할 수 있는 작가 아닌가? 이번 조사의 의미와 영향력을 크게 떨어뜨리는 부분이다.


⑥ 왜 성경은 있고 불경(佛經)과 코란은 없나?

영미 문학 중심으로 조사가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성경은 인류에게 많은 영향을 끼쳤다. 불경은 아직 영어로 잘 정리가 안 돼 있다. 코란 역시 이슬람권 위주의 책이기 때문에 조사 성격과 맞지 않았다고 본다.


⑦ 왜 '반지의 제왕'과 '나니아 연대기'는 있는데 '해리포터'는 없나?

'반지의 제왕'과 '나니아 연대기'는 단순 동화가 아니다. 새 세계를 만들어낸 창조성을 인정받고 있다. 여러 문명에 대한 인류학적 정보와 고전의 내용까지 담겨 있다. 고전(古典)의 반열에도 오를 만하다. '해리포터 시리즈'는 베스트 셀러지만 문학적 가치는 적다.


⑧ 왜 '곰돌이 푸'가 성경보다 높은 36위인가?

누구라도 공감하지 못할 부분이 아닐까 싶다. '곰돌이 푸' 정도로 아동 문학에 영향을 끼친 작품들은 많다. 이 작품이 '세계 100대 도서'에, 그것도 성경보다 높게 선정된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


⑨ 왜 1980년대 이후의 작품들은 거의 없나?

한 작품의 가치를 평가하려면 문학계의 합의는 물론이고 사회적 합의도 필요하다. 1980년대 이후의 작품들은 그러한 합의가 이루어질 만한 시간적 여유가 부족하다고 할 수 있다.


⑩ '세계 명저 100권'의 의미는 무엇인가?

픽션과 논픽션을 한데 모아 다룬 점이 독특했다. 소수 문학이라 할 수 있는 흑인 문학이 상위권에 선정됐다. 소수 집단에 대한 전 세계적 관심을 뜻한다고도 볼 수 있다. 영미문학 위주의 작품 선정은 안타깝다. 선정 기준도 모호하거나 납득할 수 없는 이유가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