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덕동 만리동고개 이야기
만리현 변전
삼문 밖과 아현 사람들이 성군분대하여 몽치를 가지고 혹 돌을 던지며 함성을 지르면서 서로 급히 쫓아, 만리현위에서 접전하는 형상을 하는데 이를 「변전」이라 하며 퇴각하여 달아나는 편은 졌다고 한다. 전하여 오는 말은 삼문 밖이 이기면 기내가 풍년들고, 아현이 이기면 제도가 풍년든다고 한다.
용산, 마포의 소년들은 무리지어 아현을 구원한다. 한창 싸울 때는 외치는 소리가 땅을 진동하여 머리를 싸매고 서로 공격하여 이마가 깨지고 팔이 부러져 피가 흘러도 그치지 않으며, 사상하여도 뉘우치지 않고 또 목숨을 대신 갚는 법도 없으니 지나는 사람들이 모두 무서워하여 서둘러 피해간다. 법금을 맡은 관청에서 특별히 금지하지만 고질이 된 습속을 아주 없이 할 길이 없다. 성내 아이들도 이것을 본받아 종로 비파정 등지에서 하며, 성 밖에는 만리현과 양수현이 편싸움을 하는 곳이 된다.
특히 여기서 재미있는 사실은 남대문밖(삼문)사람들이 이기면 경기, 즉 서울부근이 풍년들고 아현사람들이 이기면 8도가 풍년드는 것으로 전하여 왔다는 점이다. 이것은 곧 아현이 경기외의 8도를 대표하는 것으로 보아 왔다는 사실을 말하여 주는 것으로도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 편싸움은 양편으로 두패가 나누어 싸운다고 하여 '편싸움'으로 부르고 변전으로 기록한 것인데 그 유래가 오래된 것으로 평양의 석전이나 황해도의 햇불싸움등과 대동소이한 것으로 그 기원은 우리나라의 상무정신과 관련이 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최근세에 와서 고종3년(1866), 미국상선 셔먼호가 대동강상에 들어와 무리한 요구와 행동을 하여 소요가 일어났을 때 평양의 유명한 돌팔매꾼이 그 공격에 등장하였던 것이나 갑신정변때 일본공사 일행이 성내를 탈출하여 서대문을 나와 마포를 향해 달아날 때 곳곳에서 돌맹이가 날아들었던 것도 그러한 석전, 변전의 여풍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석전은 고개나 강을 경계로 하여 마을과 마을 또는 동과 서, 남과 북등으로 편을 갈라 돌로 싸우는 가장 남성적인 민속놀이로 "돌싸움" 또는 "편싸움"이라고도 한다.
서울에서는 보름날 저녁 아현 사람들과 삼문(동대문, 서대문, 남대문)밖의 사람들이 만리동고개에서 석전을 행하였다. 아현쪽에서는 용산, 마포의 불량소년들까지 가세하였다. 여기서 아주 격렬한 편싸움이 벌어져 그 소리가 지축을 흔들었으며 이마가 터지고 팔이 부러지는 부상자가 속출하여도 그치지를 않았다. 또 삼문에서도 아이들이 만리동 고개의 석전을 모방하여 종가(현 종각근처)와 비파정(관수동근처)등에서 편싸움을 하였다.
석전은 돌을 던지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배수진, 장사진 등 여러 가지 진형과 진법을 쓰기도 하며 부상자가 많이 발생하고 심지어 죽는 일까지 있어서 관(官)에서 못하게 금하여도 고쳐지지 않았다는 기록이 있는 것을 보면 석전이 전쟁을 방불하는 전통적인 민속놀이란 것을 알 수 있다. 또 석전은 위험을 내포한 과격한 싸움이지만 용감한 정신을 함양하고 집단적으로 공격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실전을 대비한 훈련의 성격도 지닌 민속놀이이다.
석전의 기원은 자세히 알 수 없으나 고구려때 국왕이 관전하였다는 기록이 중국문헌에 나타나는 바 우리 민족은 일찍부터 이 놀이를 즐겨 하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고려사」,「이조실록」을 비롯하여 「패관잡기」, 「동국세시기」,「경도잡지」등 많은 문헌에 나타나는 것을 보면 오랜 역사를 거치는 동안에도 석전은 민중의 연중행사로서 널리 행하여졌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석전은 가장 남성적이고 전투적이라는 특징뿐만 아니라 민간신앙적인 성격도 함께 지니고 있다. 만리동 고개 석전의 경우 삼문밖 사람들이 이기면 경기도가 풍년이 들고 아현사람들이 이기면 다른 도(道)에 풍년이 든다는 것이다. 석전의 승부에 따라 풍년과 흉년을 미리 알 수 있는 점복(占卜)적인 요소와 이겨야 풍년이 든다는 주술성을 동시에 내포하고 있다. |
'사람사는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한국형 화투 `한투` (0) | 2009.10.19 |
---|---|
오십견(五十肩) (0) | 2009.10.19 |
세간효(世間孝)와 출세간효(出世間孝) (0) | 2009.10.18 |
은행의 특징과 효능 (0) | 2009.10.18 |
고복격양(鼓腹擊壤) - 배부르고 즐거우니 (0) | 2009.10.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