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자필멸(生者必滅)
이 세상에 뭐니 뭐니 해도 생처럼 기쁜 것 없고 죽음처럼 슬픈 것 없다. 그러나 생과 사는 둘이 아니다 생이 있으므로 사가 있고 사가 있으므로 생이 있다. 그러나 사람들은 죽음을 두려워하고 생을 탐할 뿐 생사의 구렁에서 영원히 벗어날 생각은 하지 않는다.
“어느 날 부처님께 죽은 자식을 안고 와 약을 구하는 여인이 있었다.
일찍이 가난한 집에 태어나 몸이 허약하여 이름을 <키사코다미>라 불렀는데 천행으로 결혼만은 부잣집으로하여 의식 걱정은 없었다. 그러나 일찍이 자식을 낳지 못해 무진 애를 쓰다가 늦게나마 한 자식을 얻으니, 때마침 옥동자라 시가의 경멸과 학대는 일시에 총애로 변하여 자식과 여인은 마치 쟁반위의 구슬처럼 귀하게 되었다. 그런데 이 무슨 운명의 장난인가? 토실 토실 무병하게 자라던 아이가 갑자기 병이들어 죽게 되었다. 사방팔방으로 약을 구해 써 보았으나 백약이 무효라 마침내 애는 죽고 말았다.
미쳐버린 어미는 그 애를 등에 업고,
“우리 아기에게 약을 주십시오. 우리 아기에게 약을 주십시오.”
하고, 슬피 울면서 돌아다녔다. 사람들은 비웃었다. 그러나 아랑 곳 없이 그 여인은, 오늘은 이 마을 내일은 저 마을로 쏘다니며 약을 구했다. 이 가련한 여인의 처참한 모습으로 보고,
“저 사람에게 약을 줄 수 있는 사람은 오직 부처님뿐이다.” 생각하고, 어떤 착한 사람이 부처님께 안내했다.
“부처님 내 아이에게 약을 주십시오.”
하고 엎드려 울었다.
“그래, 약을 주지. 너의 귀여운 아기를 꼭 살릴 수 있는 약을 줄 터이니 마을에 내려가 아무집에서나 겨자씨 조금만 얻어 오너라. 단지 한 번도 사람이 죽지 않는 집에서.”
여인은 밖으로 나왔다. 누구도 그 가련한 여인의 말을 듣고 겨자씨를 주지 않는 사람은 없었다.
그러나 여인은 물었다.
“혹시 이 집안에서 일찍이 사람이 죽은 일은 없습니까?“
“왜 없겠습니까? 부모님이 다 돌아가시고 연전에 귀여운 자식까지 잃었습니다.”
여인은 또 다음 집으로 갔지만 대답은 마찬가지였다. 종일토록 이 집에서 저 집으로, 이 마을에서 저 마을로 헤매보았으나 사람이 죽지 않은 집은 없었다.
“아, 사람이란 이런 것이로구나!”
서산에 해가 떨어지고 동산에 밝은 달이 솟아오를 무렵, 그 여인의 가슴에 경각의 종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는 곧 아이를 화장터에 버리고 부처님께 달려갔다.
“겨자씨를 구해왔느냐?”
“부처님, 이제 그 일은 끝이 났습니다. 존경하는 부처님, 오직 저를 불쌍히 여기사 저의 귀의를 받아 주십시오.”
‘착하다 여인이여.
단단한 것 다 헤지고
높은 것은 떨어진다.
만나면 이별이 있고
생자에겐 멸이 있다.‘
여인은 슬픔을 잊고 밝은 눈 빛으로 부처님을 바라보았다.
<파리어본 증지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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