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사는 이야기

추노아와 마원의 고사여선학도

難勝 2009. 11. 9. 07:05

가을, 이제는 서서히 사라지고 있지만......

 

그래도 가을은 가을인가 봅니다.

생각나는 시가 한 수 있어서 여기 올립니다.


醜奴兒 

少年不識愁滋味   소년시절 슬픈 맛이 어떤 것인지 몰라

愛上層樓         높다란 누대에 오르길 좋아했지요

愛上層樓         높다란 누대에 오르고 올라

爲賦新詞强說愁   새 노래 지으려고 억지로 슬픔을 짜냈지요.


而今識盡愁滋味   지금은 이제 슬픈 맛 다 알기에

欲說還休         말하려다 그만 둔다

欲說還休         말하려다 그만 둔다.

却道天凉好個秋   아 ! 서늘해서 좋은 가을이어라 했지요. 


                                          辛棄疾 (1140-1207)


언젠가 보고서 마음에 들어 담아둔 시인데,

시를 지은 신기질(辛棄疾)이란 사람은 중국 남송의 시인이자 정치가라고 합니다. 


이런 시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어쩐지 마음이 쓸쓸할 것만 같지요.


슬프고 마음이 쓸쓸한 것이 괜히 멋있게 보여 각종 문학작품 속의 주인공들과 저 자신을 동일시하면서 최대한 '비극적으로' 살아보려고 노력했던 어린 시절의 제 모습이 생각납니다.


그 땐 왜 그랬을까요?


살다보면 인생의 슬픈 맛은 노력하지 않아도 저절로 제 안에서 우러나게 되어 있는 건데요. 


시정(詩情)이 묻어나는 그림들을 많이 그린 남송의 화가 마원(馬遠) 의 그림을 한 점 곁들여봅니다.

<고사여선학도>라는 그림입니다.

古士與仙鶴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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