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오랜 옛날이야기입니다.
그러니까... 농경수렵사회때의 일이지요.
그때는 먹고 살기에 바빠서 아직 술이란것을 인간들이 알지를 못할때의 이야기입니다...
어느 외진 산골에 늙으신 어머니를 모시고 사는 어느 효자의 이야기입니다.
낮에는 산열매를 따고 밤에는 올무를 쳐 사냥을 해서 늙으신어머니를 봉양하며 살고 있었는데
늙으신 어머니가 까닭모를 병에걸려 덜컥 자리에 눕고 말았답니다.
그옛날 산골에서 의원도 없고 또 의원이 있다한들 늙으신 노모를 치료하기에는 역부족이었죠...
산에가서 약초를 캐다가 병수발을 할뿐 그저 하늘만 바라보며 한숨만 지을 뿐이었답니다.
그러던 어느날...
산신령같은 풍채를 지닌 도사한분이 지나시다가
효자의 지극정성에 감화되어 노모의 병을 치유할 수 있는 묘약을 알려 주었답니다.
어머니의 병을 낫게 할 수 있다는 기쁨도 잠시...
효자는 삼일밤 삼일낮을 깊은 시름에 잠겨 있었답니다...
그 처방이라는게 바로 살아있는 사람들의 生간을...
그것도 세개씩이나 바로 구해서 어머니께 먹여야 한다는 것이죠...
아들은 많은 고민을 하였습니다...
자기어머니의 쾌유도 중요하지만...
그것 때문에 세사람의 생명을 앗아야 한다니....
하지만 효심이 지극한 아들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지요...
결심을 하고 가슴에 시퍼렇게 날이선 비수를 품고서
사람들의 왕래가 있는 고갯마루에 숨어서 지키고 있었습니다.
옛날이라 인적이 드물어서 사람들이 많이 지나다니지는 않았지만
효심이 깊은 아들은 진득하게 지키고 있었답니다...
그러던 어느날 드디어 한사람이 나타났습니다.
점잖게 생긴 선비였습니다.
옆구리에는 책보따리를 끼고서 아주 점잖게 양반걸음으로
어슬렁 어슬렁 거리며 걸어가는 그선비를 본순간...
효심깊은 아들의 망설임은 잠시였고,
바로 뒤에서 덮쳐 쓰러뜨린후
가슴을 비수로 갈라내어 간을 꺼내서 노모에게로 달려가 달여드렸답니다...
그후 약간의 차도를 보이는 노모의 병세를 보고는 힘을 얻어
다시한번 비수를 품고 예의 그 고개로 달려 갔습니다...
하지만 며칠이 지나도록 인적은 없었고...
때마침 가을비는 추적추적 내리고 있었습니다....
바로 그때 저멀리서 무슨 경읽는 소리같은것이 들리더니...
스님한분이 비를 흠뻑 맞으면서 중얼중얼 경을 외면서 걸어오는게 아니겠습니까?
"아~! 스님까지 해쳐야하나~!"
효자의 자조섞인 탄식도 잠시,
냉큼 스님을 쓰러뜨리고 역시 가슴을 갈라 간을 꺼내어
어머니께로 달려가 달여드렸답니다.
이번에도 많은 차도를 보이신 어머니...
하지만 아직까지 완치는 되지 않았기에 효자는 다시한번 비수를 품고 고갯길로 가야 했습니다...
며칠 낮과 밤을 지새웠지만 사람은 지나가지를 않았습니다...
"이러다가는 어머님이 돌아가시게 생겼구나..."
자신의 간이라도 내드리고 싶은 효자의 마음이지만
누가 달여드릴 사람도 없어서 그러지도 못하고 있던 차에
마침 저 고개밑에서 시끌벅적하는 소리가 들려오는겁니다.
잠시후에 그소리의 주인공이 나타났습니다.
바로 인근에서 유명한 미치광이 였습니다.
사람들도 겁나서 상대하기를 꺼려하던 미치광이였습니다.
괜히 땅바닥에 뒹구르고, 옆에있는 나무가지를 발로차고, 괴성을 지르고...
그러면서 비틀비틀 다가오는 미치광이를 보며...
"아 저런 인간의 간도 약효가 있을까?"
염려도 잠시, 바로 미치광이를 습격하여 거칠게 싸운후에 역시 가슴을 갈라서 간을 꺼내어
어머니께로 달려 갔습니다...
마지막 세번째 간을 달여서 드시고 나서 병석에 누워있던 어머니는
언제 아펐냐는 듯이 자리에서 일어나게 되었습니다.
노모에게는 차마 당신이 드신 특효약의 정체는 밝히지를 못하고 하루하루를 지내게 되었답니다.
그러던중 어머니의 병때문에 죽어간 이들의 영혼을 위로하기위해
그 고개를 찾아가 세주검을 한데 모아서 묻어주고 차례를 지내어
그들의 영혼에게 사죄하고 위로도 해주었답니다.
그러고 나서 겨울이지나 봄이 되어 그 무덤에 가보니
거기서 처음보는 풀들이 자라고 있었답니다.
그 풀들에서 씨앗을 얻어서 다시 파종을 하고 수확을 하고 보니
아주 훌륭한 양식이 되어 누구나 농사를 짓고 배부르게 먹게 되었습니다.
그 무덤가에서 나온 곡식은 바로 '밀'이었습니다.
밀을 가만히 보면 가운데가 칼로 가슴을 가른듯한 흔적이 있지요,
사람들은 그 '밀'을 가지고 빵도 만들어 먹고 또 밀을 발효시켜서 누룩을 만들어
그것으로 술을 만들게 되었답니다.
그래서 지금까지 그술을 먹게되면 죽은 세사람의 영혼이 차례로 나오는 겁니다.
처음 한두잔 마실때에는 점잖은 선비의 영혼이 나타나 아주 점잖게 마시게 되지요...
세잔 네잔 거푸 마시게 되면 비맞은 스님의 영혼이 나타나서 말이 많아지지요...
한얘기 또 하고 한얘기 또하고...
지겹게 반복되는 이야기...
바로 비맞은 스님의 영혼이 나타나는 현상이지요...
마지막으로 술이 술을 먹는 상황이 되면 아시다시피
마지막 영혼인 미치광이의 영혼이 나타납니다.
바닥에 쓰러지고, 괜히 쓰레기통을 걷어차고...
옆에 있는이에게 시비걸고...
우리 카페 법우님들은 비맞은 스님의 영혼까지만 불러내는 술자리를 하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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