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사는 이야기

한산과 습득

難勝 2009. 11. 30. 05:39

한산과 습득의 문답

 

옛날에 한산이 습득에 물었다.

[세상 사람들이 나를 비방하고 업신여기고 욕하고 비웃고 깔보고 천대하고 미워하고 속이니 어떻게 대처해야겠는가?]

 

습득이 말했다.

[참고 양보하고 내버려두고 회피하고 견디어 내고 그를 공경하고 그와 따지지 않으면, 몇 해 후에는 그들이 그대를 보게 되리라.]

 

[그런 것을 비켜 갈 비결은 없는가?]

 

[내가 언제 미륵보살의 게송을 본 일이 있으니, 들어 보게나.]

늙은 몸이 누더기 옷 입고

거칠은 밥으로 배를 불리며

해진 옷 기워 몸을 가리니

모든 일에 인연을 따를 뿐이네.

어느 사람 나를 꾸짖으면

나는 좋습니다. 하고

나를 때리면

나는 쓰러져 눕고

 

얼굴에 침을 뱉아도

마를 때까지 그냥 두네.

내편에선 애쓸 것 없고

저편에선 번뇌가 없으리.

 

얼굴에 침을 뱉아도

마를 때까지 그냥 두네.

내편에선 애슬 것 없고

저편에선 번뇌가 없으리.

 

이러한 바라밀이야 말로

신묘한 보물이니

 

이 소식을 알기만 하면

도가 차지 못한다 걱정할 것 없네.

 

사람은 약하나 마음은 약하지 않고

사람은 가난해도 도는 가난하지 않아

한결 같은 마음으로 행을 닦으면

언제나 도에 있으리.

 

세상 사람들 영화를 즐기나

나는 보지도 않고

명예와 재물 모두 비었거늘

탐하는 마음 만족을 모르네.

 

황금이 산처럼 쌓였더라도

덧없는 목숨 살 수 없나니

자공은 말을 잘 했고

주공은 지혜가 빠르고

 

제갈 공명은 계책이 많고

번쾌는 임금을 구했으며

한신은 공이 크지만

칼을 받고 죽지 않았던가.

 

고금에 수없는 사람들

지금 얼마나 살아있는가.

저 사람은 영웅인 체하고

이 사람은 호남자라 하지만

 

귀밑에 흰 털이 나게 되면

이마와 얼굴은 쭈그러지고

해와 달은 북 나들 듯

세월은 쏜 살과 같네.

 

그러다가 병이 들게 되면

머리를 숙이고 찬탄할 뿐

젊었을 적에

왜 수행하지 않았던가 하네.

 

병난 뒤에 지난 일 뉘우쳐도

염라대왕은 용서하지 않나니

세 치 되는 목숨 끊어지면

오는 것은 송장뿐,

옳다 그르다는 시비도 없고

집안 일 걱정도 않으며

나와 남을 분별함이 없고

좋은 사람 노릇도 아니 하네.

 

구짖어도 말이 없고

물어도 벙어리인 양

때려도 성내지 않고

밀면 통째로 구를 뿐이네.

 

남이 옷어도 탓하지 않고

체면을 차리지도 않으며

아들 딸이 통곡하여도

다시는 보지 못하고,

 

명예와 재물 그렇게 탐하더니

북만 산천으로 이웃을 삼네.

온 세상 사람들

모두 얼이 빠졌으니

 

그만이라도 정신 차려서

보리의 도를 닦아 행하라.

씩씩한 대장부 되어

한 칼로 두 조각 내라.

 

불구덩에서 뛰어나

장쾌한 사람 되어 보게.

참된 이치를 깨닫게 되면

해와 달로 이웃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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