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사는 이야기

아버지와 어머니

難勝 2009. 11. 30. 06:02

아버지와 어머니

 

스물하나..

당신은 고개를 두개 넘어 얼굴도 본적없는

김씨댁의 큰아들에게 시집을 왔습니다.


스물여섯..

시집온지 오년만에 자식을 낳았습니다.

당신은 그제서야 시댁 어른들한테 며느리 대접을 받았습니다.


서른둘..

자식이 밤늦게 급체를 앓았습니다.

당신은 자식을 업고 읍내 병원까지 밤길 이십리를 달렸습니다.


마흔..

그해 겨울은 유난히 추웠습니다.

당신은 자식이 학교에서 돌아올 무렵이면 자식의 외투를 입고

동구밖으로 나갔습니다.

그리고 자식에게 당신의 체온으로 덥혀진 외투를 입혀주었습니다.


쉰둘..

자식이 결혼할 여자라고 집으로 데려왔습니다.

당신은 분칠한 얼굴이 싫었지만 자식이 좋다니까

당신도 좋다고 하셨습니다.


예순..

환갑이라고 자식이 모처럼 돈을 보냈습니다. 당신은 그 돈으로 자식의

보약을 지었습니다.


예순 다섯..

자식 내외가 바쁘다고 명절에 고향에 못내려온다고 했습니다.

당신은 동네 사람들에게 아들이 바빠서 아침 일찍 올라갔다며 당신

평생 처음으로 거짓말을 하였습니다.


오직하나 자식 잘되기만을 바라며 살아온 한평생..

하지만 이제는 깊게 주름진 얼굴로 남으신 당신...


우리는 당신을 어머니라 부릅니다.


스물 아홉..

열네시간을 기다려서야 자식의 울음소리를 들을수 있었습니다.

당신은 신을 믿지 않았지만 당신도 모르게 기도를 올렸습니다.


서른 일곱..

자식이 국민학교를 들어가 우등상을 탔습니다.

당신은 액자를 만들어 가장 잘 보이는곳에 걸어 두었습니다.

아직도 당신의 방에는 누렇게 빛바랜 액자가 걸려있습니다.


마흔 셋...

일요일 아침. 모처럼 자식과 뒷산 약수터로 올라갔습니다.

이웃사람들이 자식이 아버지를 닮았다면서 인사를 건넸습니다.

당신은 괜히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마흔 여덟..

자식이 대학입학시험을 보러 갔습니다..

당신은 평소와 다름없이 출근했지만, 하루종일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습니다..


쉰셋..

자식이 첫 월급을 타서 내의를 사왔습니다.

당신은 쓸데없이 돈을 쓴다고 나무랐지만 밤이 늦도록 내의를 입어보고 또 입어봤습니다.


예순하나..

딸이 시집 을 가는 날이었습니다.

딸은 도둑같은 사위 얼굴을 쳐다보며 함박웃음을 피웠습니다.

당신은 나이들고서 처음으로 눈시울이 붉어졌습니다.


오직하나 자식 잘되기만을 바라며 살아온 한평생,,

하지만 이제는... 희끗희끗한 머리로 남으신 당신..


우리는 당신을 아버지라 부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