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사는 이야기

보현과 화신 습득(拾得)

難勝 2009. 12. 1. 05:45

보현과 화신 습득(拾得)

 

습득은 어떤 사람인가?

처음에 풍간선사가 적성 지방을 지나가다가 길가에서 울음소리를 듣고 찾아가보니 열 살 쯤 된 아이가 울고 있었다. 그 마을에서 소를 모는 아이인가 하고 물어보았으나, 집도 없고 성도 이름도 모른다고 하였다. 그래서 국청사로 데리고 와서 속인이 거처하는 곳에 두고 찾는 사람을 기다리라고 하였으나, 수십 인이 지나도 찾는 사람이 없었다. 그래서 별좌 일을 보는 영습에게 맡겠다.

 

3년을 지나는 동안에 말을 하게 되었으므로 식당에서 향을 사르고 촟불을 켜는 일을 맡아 하게 하였더니, 하루는 불상과 마주 앉아 불기의 밥을 먹고, 성승 앞으로 가더니, 소승의 나한이라고 타박하면서 불쌍한 일이라고 말하는 것이었다.

그것을 본 영습이 대중에게 [습득이 미쳤으니 식당 부전을 그만 두게 하자]고 말하였다. 그리고 부엌에서 설거지를 하게 하였더니, 상에 떨어진 찌꺼기를 거두어 대통에 넣어두면 한산자가 왔다가 가지고 가곤 하였다.

어느 때는 혼자서 말하기를 [내게 구슬 한개가 있어 오음 속에 묻혔는데 아무도 아는 이가 없다]고 하니, 대중스님들이 모두 바보라고 불렀다.

 

국청사의 산신당에 스님네가 마지를 올리고 향과 등촉을 보살피는데 향촉이나 식물을 까마귀가 가끔 물어가곤 하였다. 하루 저녁은 대중이 같은 꿈을 꾸었는데 산신이 말하였다.

[습득이 나를 때리면서 ‘너는 산신으로서 가람을 잘 수호해야 할 터인데, 도리어 스님의 공양을 받느냐. 만일 영험이 있다면 까마귀가 식물을 거져 가는 것을 금하지 못하느냐, 이후부터는 스님들이 공양을 받지 말아야 한다’고 하더라.]

 

아침에 대중이 큰 방에 모영서 꿈 이야기를 하는데 여러 사람의 꿈이 모두 같았고, 영습의 꿈도 그러 하였다. 영습이 등불을 끄려고 산신당에 가 보니, 산신의 몸에 매 맞은 흔적이 있었다. 영습이 그 사연을 대중에게 알리니, 모두가 산신당에 모여 이를 보고는 꿈꾸던 일가 같다고 하였다. 그래서 습득이 범인이 아닌 줄을 알고 절안이 황황하여 그 사연을 고을에 보고 하였더니, 그 고을에서 공문이 오기를, [선현이 자취를 감춘 것은 보살의 화신이니 공경하여 거룩한 습득이라고 존칭하라]하였다.

 

또 원두를 도와서 말과 소를 기르게 하였더니, 하늘에 들리도록 노래를 부르기도 하였다.

반달마다 포살하면서 스님네가 계를 설하는데, 습득이 소를 몰고 법당 앞에 이르러 문에 기대서서 손뼉을 치고 웃으면서 [한가합니다. 그려 여럿이 머리를 맞대고 무엇하는 거요.]하는 것이었다. 계를 설하는 스님이 노하여 [저 바람둥이 바보가 포살을 파괴한다.]고 하니, 습득이 또 웃으면서 말하였다.

 

성내지 않는 것이 계율이고

출가한 이는 마음이 청정해야지,

나나 당신들이나 불성은 마찬가지

모든 법은 차별이 없는 것이네.

 

스님들이 법당에서 나와 습득을 때려 보내며 소를 끌고 가라고하니 습득이 말하였다.

[나는 소를 기르지 않겠소. 이소들은 모두가 전생에 이 절에서 일 보던 스님들이라, 모두 당호가 있고 부르면 대답합니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습득이 불렀다.

[전생에 홍정율사 나오라.]

흰 소가 소리를 지르며 나왔다.

[전생에 전좌였던 정본이.]

하니 송아지가 [음매]하면서 지나갔다.

 

이번에는 큰 한 마리를 붙들고 말하였다.

 

전생에 계행을 갖지 않고

짐승처럼 무지하더니

이제 이 모양 되었으니

누구를 원망하랴.

부처님의 법력이 크시지만

너는 영원히 은혜를 저버렸네.

 

이 일을 본 대중이 깜짝 놀라 어찌할 줄 모르고, 이 사실을 또 고을에 보고하였다. 고을에서 습득에게 출도하라 하였으나 응하지 아니하였다. 절 안에 승속들은 모두 놀라 보살이 인간에 오셨다고 찬탄하였다.

여구윤 태수가 와서 절한 후, 습득과 한산자가 손을 잡고 떠난 뒤에는 종적을 모르더니, 그 뒤 국청사 스님이 남산에 올라가서 나무를 하다가 범승을 만났는데 지팡이를 끌고 바위굴에 들어가서 해골을 들고 나오면서 [습득의 사리를 가져 가노라.]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