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실 유감
이 몸이 죽어가서 무엇이 될꼬하니
ㅇㅇ여고 통시깐에 구더기가 되었다가
가는 양 오는 양 쳐다볼까 하노라.
자유당 말기에 이 엉터리 시조를 교복입은 머슴아들은 거의 다 읊었다.
그 때 뒷간은 왜놈들이 지은 변소였다.
우리말엔 동내, 동숫간, 둑간, 뒷간, 드나깃간, 드내깃간, 똥간, 똥둑건, 통시, 통시간, 서각(西閣), 측간(厠間), 측실, 측청, 혼측, 화장실, 회치장,
절에서 쓰던 정랑, 정방, 정실, 그리고 해우소가 있었다.
그런데 왜놈들이 변소, 공중변소라 쓰도록 했고, 광복한 뒤에도 50여년이나 써오다가 화장실로 바뀌었다.
이 화장실이 어린이를 가르치는 학교 이름인 국민학교에서 초등학교로 바뀐 것보다 앞서 바뀐 일을 우린 어떻게 봐야할까?
행정당국, 특히 교육당국에서 왜 그랬을까?
왜놈이 만든 이름 국민학교를 그토록 오래 쓰다가 뒷간이 바뀐 다음에사...
참 어처구니 없는 일이다.
그런데 화장실은 왜일까?
그 많은 이름을 두고서 말이다.
서양사람들은 볼일을 보는 데서 몸도 씻고, 화장도 하고, 옷 매무새도 보고 하지만 우리는 화장을 경대앞에서 하는데, 화장실이라...
경대는 주로 안방에 있는데 거울이 없는 똥둑간도 화장실?
그렇다면 화장실은 아니지 않은가?
기왕 한문으로 쓴다면 "몸과 마음을 깨끗이 닦고 비운다"는 뜻을 가진 "정방"이나 "정실", 건물이 따로 있는 건 "정랑"이 어떨까? - 淨房, 室 廊-
"해우소"라는 건 참 멋있는 이름이지만 두루 쓰기엔 좀 그렇고, 그래도 화장실 보다야 낫지 않을까?
오래전에 절을 찾을 때 "解憂所"란 멋진 이름을 보고 얼마나 감탄을 했던지...
누가 이런 멋진 이름을 지었을까?
알고는 싶은데 물어도 아는 이가 없었는데, 후에 통도사 경봉스님이 지었다고 들었는데 확인할 길은 없다.
* <통시간을 지키는 神>을 주당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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