숭어가 뛰니까 망둥이가 뛴다.
숭어는 주로 바다 연안에 살지만 강 하구나 민물에도 들어옵니다.
이 숭어는 뛰는 힘이 강해서 수면 위 매우 높은 곳까지 뛰어오릅니다.
꼬리로 수면을 치면서 거의 수직으로 뛰어오르고 내려올 때는 몸을 한 번 돌려 머리를 아래로 하고 떨어집니다.
바닷가에서 숭어가 은빛 비늘을 반짝이며 떼를 지어 뛰어오르는 모습은 그야말로 장관입니다.
전통 연희 중에 숭어뜀이라는 게 있는데, 숭어의 뛰는 모습에 빗대어 만든 말입니다.
숭어뜀은 남사당패 같은 광대들이 손을 땅에 짚고 잇따라 거꾸로 넘는 동작을 가리킵니다.
다른 말로 숭어벼루뛰기라고도 합니다.
숭어가 워낙 뛰어오르기를 잘하다 보니 ‘숭어가 뛰니까 망둥이도 뛴다’는 속담이 생겨났습니다.
망둥이도 뛰어오르기를 잘하지만, 숭어에는 미치지 못합니다.
망둥이는 숭어에 비해 크기에서 밀리는 데다 생긴 것도 못났습니다.
뛰는 모습도 숭어가 힘차고 멋있다면 망둥이는 통통 튀는 정도라고 하겠습니다.
남이 한다고 하니까 분별없이 덩달아 나설 때, 혹은 제 분수나 처지는 생각하지 않고 잘난 사람을 덮어놓고 따를 때 쓰는 말입니다.
그런데 이 속담은 아류가 있습니다.
‘망둥이가 뛰면 꼴뚜기도 뛴다’는 속담이 그렇습니다.
숭어와 망둥이를 비교하는 것에 비해 한 단계 격이 낮은 표현인 셈입니다.
꼴뚜기는 생선 중에서도 가장 보잘것없고 대우를 못 받는 종류입니다.
그런 꼴뚜기마저 나서서 뛴다고 설치면 보는 이가 얼마나 꼴사납겠습니까?
이와 비슷하게 ‘망둥이가 뛰니까 전라도 빗자루도 뛴다’는 속담을 만들어 쓰기도 합니다.
망둥이는 주로 갯벌이 많은 전라도 해안 지역에서 살기 때문에 전라도 빗자루를 끌어들인 듯합니다.
또한 이와 비슷한 속담으로 북한 지역에서 주로 쓰는 게 있습니다.
‘가물치가 뛰면 옹달치도 뛴다’는 속담이 그것입니다.
가물치는 민물고기 중에서 덩치가 크고 힘이 좋기로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그리고 옹달치는 옹달샘에서 사는 물고기라는 뜻으로, 아주 작은 물고기를 이르는 말입니다.
숭어를 가물치로, 망둥이를 옹달치로 바꾸어 놓았을 뿐, 뜻은 똑같습니다.
역시 북한에서 쓰는 속담으로 ‘가물치가 첨벙하니 메사구도 첨벙한다’는 것도 있습니다.
메사구는 함경도 지방에서 메기를 이르는 말입니다.
뜻은 위 속담들과 같으나 형태를 약간 바꾸어서 만들었습니다.
이렇듯 널리 쓰이는 속담이 있으면 그와 형태가 비슷한 속담들이 여러 개 생겨나기도 합니다.
지역에 따라 표현에 조금씩 차이가 나기도 하고, 전승 과정에서 말을 더 재미있게 꾸며보려고 하는 심리가 작용해서 곁가지 속담들이 만들어졌기 때문입니다.
'칠산바다 조기 뛰니 제주바다 복어 뛴다'는 속담이 그런 경우입니다.
앞서 말한 망둥이를 예로 들면, ‘망둥이 제 동무 잡아먹는다’와 ‘망둥이 제 새끼 잡아먹듯’이라는 속담이 서로 형제간처럼 닮아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망둥이는 덩치에 비해 입이 크고 식성이 좋습니다.
그래서 제 동족까지도 가리지 않고 잡아먹는다고 합니다.
동류(同類)나 친척 간에 서로 싸움을 비유해서 이르는 말입니다.
망둥이나 꼴뚜기 같은 인생은 살지 맙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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