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사는 이야기

기미(氣味)를 본다

難勝 2010. 8. 11. 15:04

 

 

'기미(氣味)를 본다'는 말이 있다.


임금님께 수라를 올리기 직전, 수라간의 최고 책임자가 반찬을 조금씩 맛보는 일이다. 음식의 뜨거움, 따스함, 서늘함, 차가움의 사기(四氣)에다 쓴맛, 매운맛, 단맛, 짠맛, 신맛의 오미(五味)를 함께 본다. 기를 보아 그 음식이 유익한지를 살피고, 미를 보아 맛깔스러운지를 살핀다.


늘 격무에 시달렸던 임금은 건강식으로 체력을 기를 필요가 있었다.

그러나 영양만 따지고 맛은 없는 수라상도 실격이었다. 체통을 지키고 모범을 보이느라 즐길만한 오락거리가 없었던 임금에게 먹는 재미야말로 삶의 활력소였기 때문이다. '기미'가 모두 적합한, 균형잡힌 수라상을 차리는 일은 그만큼 중요한 국가적 과제였다.


전통사회에서 임금의 건강이 중요했듯 오늘날의 민주사회에서는 건강한 시민 의식이 중요하다. 시민 의식은 '말'로 유지되고 성장한다. 그런데 이 말이 치우치는 경우가 많다는 게 문제다.

 

대부분은 귀에 맞는 말만 하는 경우가 많다.

들으면 기분 좋고 스트레스가 풀리지만, 혀끝만 좇는 식사가 건강을 해치듯 듣기 좋은 말도 지나치면 독이 된다.


반대로 일부는 원칙론만 늘어놓거나 대안 없는 비판만 내놓기 일쑤다.

좋은 약은 입에 쓰다지만, 매 끼가 약 같다면 먹는 즐거움이 없어 우울해질 것이다. 결국 시의 적절하면서도 공연한 분란을 일으키지 않는 균형 잡힌 말이 널리 통해야 한다.


오늘날 우리 주변에 넘쳐흐르는 말의 성찬에, 기미를 보아줄 사람은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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