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사는 이야기

불교와 추석

難勝 2010. 9. 8. 14:09

 

 

불교와 추석

 

늘 한가위만 같아라...

푸르고 높은 가을하늘...

 

따스한 햇살을 머금은 벼가 황금들판에서 우리들 밥상에 놓이게 될 즈음, 넉넉한 마음과 함께 추석을 맞이하게 됩니다.

추석은 항상 풍성한 과일과 곡식을 떠올리게 합니다.

 

우리 나라의 명절은 서양과는 달리 음력을 기준으로 하는 것이 많기 때문에 특히 보름달과 연관이 많습니다. 그 중에서도 음력 팔월의 보름달은 일년 중 가장 밝은 달이지요.

 

추석은 '한가위' '가위' '가윗날' '중추절' 가배' 등 많은 명칭이 있습니다. 이 날은 설날, 단오절과 함께 우리나라 삼대 명절의 하나입니다. 추석이 다가오면 들판에는 오곡이 무르익고 과일들도 영그는 때입니다. 한 해 농사의 결실을 거두는 때이므로 모두들 새옷으로 갈아입고 햅쌀밥과 송편을 빚어 조상의 산소에 성묘하고 제사를 지냅니다.

 

우리 선조들은 조상님이 돌아가신 기제(忌祭)에 드리는 제사말고도 명절날 차례를 드리는 풍습이 있습니다. 정월 초하루의 설 차례, 한식날의 성묘, 백중에는 가까운 절을 찾아 제사 지내고, 추석, 음력 3월 3일, 9월 9일 등의 명절에 가족끼리 모여 제사를 지냈습니다.

 

서양의 명절과 가장 다른 점이 바로 이것으로 단순히 먹고 즐기는 축제가 아니라 생사가 둘이 아닌 도리를 되새겨 조상님과 후손이 함께 경건하게 치르는 차례의 문화였습니다. 만물이 풍성한 한가위 때는 만물이 다 풍성하게 열매 맺는 결실의 계절이므로 예로부터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늘 한가위 날만 같아라.'하는 속담이 있습니다.

 

추석날 지내는 차례(茶禮)는 불교 의식에 뿌리를 두고 있습니다. `백장청규(百丈淸規)'에는 차례의 뜻을 '한 솥에 끓인 차(茶)를 부처님께 바치고 또 공양 드리는 사람이 더불어 마심으로써 부처와 중생이 하나가 되고 또 절 안의 스님과 신자가 같은 솥에 끓인 차를 나누어 마시면서 이질 요소를 동질화시키는 일심동체 원융회통의 의례가 차례이다.'라고 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불교적 전통인 차례가 제사 의식에 도입되어 조상의 영혼과 후손을 융합시키고 가족과 일가친척을 하나로 결속시키는 의식으로 정착된 것입니다. 다만 사찰이 아닌 일반 가정에서 행해지다 보니 차(茶)가 술(酒)로 바뀌어 진 것이 다를 뿐입니다. 이와 같이 불교적 전통은 일반 가정에서 종적으로는 조상께 효를 다하고 횡으로는 일가친척을 하나가 되게 하는 가장 한국적인 명절 풍습으로 정착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