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사는 이야기

불교의 추석 차례법

難勝 2010. 9. 6. 05:53

 

 

“조상님, 올 추석엔 茶한잔 드세요”

전통 차례상엔 원래 차 올려…임란 후 술로 사용

 

민족의 명절, 추석이 다가온다.

추석이 되면 가족, 친지들이 한 자리에 모여 평소 못 나눴던 이야기꽃을 피우며 친목을 다진다. 특히 정성껏 준비한 제수를 조상들께 올리는 차례를 지내 후손으로써 예를 표하는 것이 우리나라 추석의 전통이다.

불교계도 추석 당일 각 사찰에서 합동차례를 지내며 불자들과 명절을 함께 보낸다.

 

그만큼 불교와 추석은 깊은 연관이 있기 때문이다.

추석의 차례는 원래 ‘부처님께 차 공양을 올린다’는 ‘다례(茶禮)’에서 유래됐다. <삼국유사>에도 신라 경덕왕 때 충담스님이 매년 설과 추석이면 경주 남산 삼화령 미륵세존에게 차를 끓여 올렸다는 기록을 찾을 수 있다. 흔히 불교식 차례는 술과 고기를 올리지 않는 것으로만 알려져 있다.

하지만 영혼을 위로하는데 그치는 유교식 제사와는 달리 불교식 차례는 영가로 하여금 애착심을 버리고 미혹에서 벗어나 극락왕생하도록 하는 천도의식의 뜻도 담고 있어 더욱 의미가 깊다.

 

그렇다면 불교식 차례상은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

 

불교 ‘다례’서 유래…천도의식 의미 담겨 뜻 깊어

 

조계종 포교원이 발간한 <통일법요집>에 따르면 불교식 차례상의 위치는 위패를 모신 북쪽이 좋으나 굳이 방위를 따질 필요는 없다. 차례상은 위패를 기준으로 첫 줄 중앙에 밥과 국을 놓고 다음 줄부터 시접, 전, 차(茶) 등이 차례로 오르고, 이어 탕, 나물 등을, 맨 마지막 줄에는 과일과 과자류를 놓는다. 이 때 과일의 배열은 좌측에서 밤 대추 곶감 배를 놓는 유교식과 달리 큰 과일이 좌우로 배치되고 밤 대추와 같은 작은 과일은 중앙에 놓고 나머지 공간을 꽃으로 장식하면 된다.

 

위패는 ‘선엄부000영가(先嚴父000靈駕)’나 ‘선자모000영가(先慈母000靈駕)’ ‘고조할아버지 영가’ ‘할아버지 영가’ 등으로 쓴다. 차례 순서는 먼저 초와 향을 켜고, 제주는 다기에 차를 우릴 준비를 한다. 잘 우려낸 차를 올린 뒤 2번 절한다. 다음 아미타부처님을 청하는 미타거불(彌陀擧佛)의식을 통해 “나무극락도사 아미타불, 나무좌보처 관세음보살, 나무우보처 대세지보살”을 외면서 삼배를 올린다.

 

이어 차를 올리는 시 ‘다게(茶偈)’를 읊고 청혼(請魂)의식을 통해 영가를 모신다. 공양을 올린 뒤, “옴 아아나 삼바바 바아라 훔”을 3번 반복하며 보공양진언(普供養眞言)을 외우고 마무리하는 보회향진언(普廻向眞言)으로 원을 세운다.

 

다음은 조상을 추모하는 발원의식을 올린 후 <반야심경>, <금강경>, <아미타경>, <원각경> 등 경전 가운데 하나를 택해 독송한다.

 

마지막으로 위패를 사른 후에는 회음(會飮)이라 불리는 음복(飮福)을 통해 차례를 올린 가족들이 모두 모여 차를 마시고 마무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