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사는 이야기

추석의 술, 신도주(新稻酒)

難勝 2010. 9. 3. 21:32

 

 

신도주(新稻酒)

 

햅쌀로 빚은 술이라 하여 신곡주(新穀酒)라고도 하고, 백주(白酒)라고도 하는데, 우리나라의 모든 술빚기는 연중 첫 수확물인 햅쌀을 이용한 이 신도주에서 시작된다고 할 수 있다.

 

과거 농경사회부터 그해 처음 거둬들인 햇물을 반드시 천신(薦新)하는 풍속이 전해오는데, 이때 오려송편과 함께 햅쌀로 빚은 술을 차례상에 올린다. 따라서 신도주는 추석 때 마시는 절기주(節氣酒)로서 접빈객(接賓客)은 물론, 추석의 놀이행사에도 사용된다. 추석 때 빚는 술은 특히 많은 양이 필요한데, 술을 빚어두고 소놀이패나 거북놀이패가 마을에 왔을 때 후하게 대접하며 잔치를 벌이는 우리 고유의 습속으로 미루어 신도주는 제주(祭酒)이자 잔치술이라 할 수 있다.

 

추석명절에는 수확을 앞두고 인심도 넉넉해져 친척을 비롯하여 이웃 사이에 서로 청하여 음식을 나누고, 특히 술대접을 후하게 하는 것이 우리네 인정이므로, 신도주는 한꺼번에 많은 양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을 택해야만 한다. 그러자면 차례상에 올릴 청주를 뜨고 남은 술은 희뿌연 빛깔의 탁주로 걸러야만 많은 양을 얻을 수 있다. 추석 때 마시는 술을 백주라고 하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한편, 신도주에 대한 기록은 조선 후기의 『조선무쌍신식요리제법(朝鮮無雙新式料理製法)』에 처음 소개되는데, 술 이름만 수록되어 있을 뿐 제조 방법이 나와 있지 않다.

 

그런데 이보다 훨씬 앞서는 문헌 『양주방(釀酒方)』에는 신도주의 한글 표기인 ‘햅쌀술’이라 하여, “햅쌀 한 말을 가루 내어 흰무리떡을 찌고 끓인 물 두 말을 독에 붓고, 흰무리 찐 것을 독에 넣어 더울 때 고루 풀고, 다음 날 햇누룩가루 서 되와 밀가루 세 홉을 섞어 버무려두었다가, 사흘 후에 햅쌀 두 말을 쪄서 식힌 후에 끓인 물 한 말과 함께 밑술과 합하여 열흘 후에 맑게 익으면 마신다.”라고 기록되어 있다.

 

근대에 이르러 가정에서의 술빚기가 금지되고, 식량의 절대부족으로 신도주를 빚어 마시던 풍속까지도 사라지게 되었지만, 위의 기록에서 보듯 신도주는 그 맛이 매우 깨끗하고 맑으며, 알코올 도수도 높다. 또한 막걸리로 걸러도 순후한 맛과 함께 사과 향기와 같은 방향(芳香)을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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