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리달마
달마는 4세기, 남부 인도에 있었던 팔라바스(Pallavas) 제국의 왕자로 태어났다. 팔라바스 제국은 매우 큰 나라였다. 그는 그 나라 황제의 셋째 아들로 태어났는데, 태어나면서부터 그는 모든 상황을 지켜볼 만큼 뛰어난 지성을 가진 사람이었다. 그의 뛰어난 지성 때문에 부왕은 그를 후계자로 삼으려했지만, 그는 왕자의 자리를 포기했다. 그는 세상을 부정하지 않았다. 그가 왕자의 자리를 버리고 출가를 결심한 것은 단지 세속적이고 사소한 일에 자신의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그의 모든 관심은 자신의 본성을 아는 것이다. 그것을 알지 못하는 한, 그는 육체의 죽음을 자신의 종말로써 맞이해야 함을 알았기 때문이다.
달마는 왕자의 자리를 포기하면서 그의 아버지에게 이렇게 말했다.
"만약 부왕께서 나를 죽음에서 구할 수 없다면, 그때는 나의 길을 막지 마십시오.
죽음을 넘어서는 그 무엇을 찾아가도록 나를 내버려 두십시오."
왕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입을 열었다.
"나는 너를 막지 않을 것이다. 그것은 너의 죽음을 막을 수 없기 때문이다. 너는 너의 탐구를 계속하라. 나로서는 슬픈 일이지만 그것은 나의 집착이며 나의 문제이다. 나는 네가 나의 후계자가 되어 위대한 팔리바스 제국의 황제가 되기를 원했다. 그러나 너는 그것보다 더 고상한 것을 선택했다. 나는 너의 아버지이다. 그러니 어떻게 내가 너를 막을 수 있겠느냐? 그리고 너는 도무지 내가 예상하지 못했던 방식으로 물어왔다. 죽음을 막을 수 있는 것을 말해 준다면 궁전을 떠나지 않겠다고 말이다."
달마가 얼마나 뛰어난 지성을 갖고 있었는지는 이 이야기를 통해서 우리는 알 수 있을 것이다.
두 번째로 기억해야 할 점은 달마가 석가모니 부처의 사상을 따랐으면서도 어떤 점에서 그보다 더 높이 날았다는 사실이다. 예를 들면, 석가모니 부처는 여자가 자신의 제자로서 교단에 들어오는 것을 두려워했다. 그러나 달마는 깨달음을 얻은 여자를 스승으로 선택했다. 그녀의 이름은 프라기야타라(Pragyatara)였다. 아마도 사람들은 그 이름을 잊어버렸을 것이다. 단지 달마로 인해서 그 이름이 사라지지 않고 아직 남아있는 것이다. 달마를 중국으로 가게 했던 사람이 바로 그녀였다는 사실 외에, 우리는 그녀에 대해서 다른 어떤 것도 알지 못한다.
달마가 중국에 가기 거의 6백여 년 전에 중국에 불교가 전해졌다. 그런데 거기에 이상한 일이 일어났다. 부처의 가르침이 중국 사람들에게 전해진 즉시 그들은 쉽게 불교에 빠져들었던 것이다. 그때 중국은 유교의 영향 아래 있었고, 사람들은 그것에 싫증을 느끼고 있었다. 왜냐하면 유교는 청교도와 같이 도덕주의였기 때문이다. 유교는 삶의 내면적 신비에 대해서 아무 것도 알지 못했다. 모든 것이 외부적인 것에만 집중되어, 말과 행동을 갈고 닦고 세련되게 만들어서 최대한 아름답게 보이려고 할 뿐이었다.
공자의 사상이 널리 퍼질 때쯤, 노자나 장자 또는 열자 같은 사람들도 중국에 살고 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신비주의적 은둔자였을 뿐, 중국 사람들의 마음속에 유교를 상대할 만한 어떤 운동도 일으키지 못했다. 거기에 공백이 있었다. 아무도 영혼이 없이는 살 수 없다. 그대가 한번 영혼이 없다고 생각하기 시작하면, 그대의 삶은 모든 의미를 잃어버린다. 영혼은 그대가 존재하는 모든 의미가 한데 뭉친 것이다. 영혼이 없다면 그대는 존재계로부터, 영원한 생명으로부터 떨어져 나갈 것이다.
마치 나무가 가지에서 잘려지면 양분을 공급해 줄 근원이 없어져서 곧 말라 죽는 것처럼 말이다.
그대 속에 영혼이 없다는 바로 그 생각이 그대를 존재계에서 잘라내 버릴 것이다. 그대는 위축되기 시작할 것이며 고통을 느끼기 시작할 것이다. 그러나 공자는 매우 위대한 합리주의자였다. 노자나 장자, 열자 같은 신비주의자들은 공자가 틀렸다는 것을 알았다. 그러나 그들은 산 속에서 몇 명의 제자들만을 가르치며 조용히 살았다.불교가 중국에 전해졌을 때 그것은 즉시 사람들의 영혼 속으로 들어왔다. 사람들은 수세기 동안 목마르게 기다리고 있었고, 마치 메마른 땅에 단비가 내리듯, 불교는 사람들에게 시원함을 주며 삽시간에 중국 전역으로 퍼졌다. 그런 일은 일찍이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일이었다.
달마의 스승인 프라기야타라는 그에게 중국으로 가라고 말했다. 이전에 많은 사람들이 중국에 불교를 전하러 갔지만, 그때까지 깨달음을 얻은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들은 모두 위대한 학자였다. 사랑과 자비와 동정심은 많았지만 깨달은 자는 아니었다. 이제 중국은 또 다른 석가모니 부처를 필요로 했고, 그럴만한 토양이 준비되어 있었다. 달마는 중국에 간 첫 번째 깨달은 사람이다. 여기에서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은 석가모니 부처는 여자가 입문하는 것을 두려워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여자들을 받아들일 만큼 충분한 용기가 없었다. 물론 그전에도 깨달음을 얻은 여자들이 있었다. 그 목적이란 여자들도 깨달을 수 있다는 것과 부처의 여제자들도 깨달을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 주기 위한 것이었다.
달마의 이름은 석가모니 부처 이후 두 번째로 깨달은 사람으로서 모든 불교도들 사이에 우뚝 솟아있다.
그에 대해서는 많은 전설이 있다. 그리고 그것 모두가 심오한 의미를 갖고 있다.
그 첫째가 바로 중국의 황제 양무제(梁武帝)를 만난 것이다. 달마가 중국에 들어온다는 소문은 이미 파다하게 퍼져 있었다. 그는 인도를 출발해서 양무제를 만날 때까지 3년이라는 세월을 여행했던 것이다. 한편 양무제 역시 불교 철학을 깊이 공부한 사람이었다. 그는 많은 불교 경전들을 한문으로 번역시키고, 수천 개의 절과 수도원을 지었다. 자연히 그는 위대한 덕을 지닌 왕이며 하늘에서 내려온 신으로 칭송받고 있었다. 그들이 만났을 때 양무제의 첫 번째 질문은 당연히 이렇게 시작되었다.
"나는 수많은 절을 짓고 수천 명의 학승들을 먹여 살리고 있소. 나는 불교의 진리를 연구하기 위해 많은 대학을 세웠다오. 나는 이 나라를 불교의 보물들로 가득 채워 왔소. 그러니 나는 어떤 보상을 받을 수 있겠소?"
그는 달마를 보며 약간 당황했다. 그가 예상했던 모습과 전혀 딴판이었기 때문이었다.
달마는 매우 큰 눈을 가졌고 인상은 매우 무섭게 보였다. 하지만 그는 따뜻한 가슴을 가진 사람이었다.
그러나 그의 얼굴은 사람들이 위협을 느낄 만큼 무시무시했다. 그가 색안경만 썼다면, 완전히 마피아 두목 같았을 것이다. 양무제 역시 달마를 보며 두려움을 느꼈다. 하지만 그 두려움은 일반적인 공포가 아니다. 그것은 내면의 공포이다. 그때 달마는 대답했다.
"아무것도, 아무런 보상도 없소이다. 오히려 일곱 번째 지옥에나 안 가면 다행한 일이오."
황제가 말했다.
"하지만 나는 아무 것도 잘못한 것이 없소. 왜 내가 지옥에 가야 합니까? 나는 승려들이 하라는 것은 다했소."
달마가 말했다.
"당신이 자신의 목소리를 듣지 못하는 한 불교도든 불교도가 아니든 아무도 당신을 도와줄 수 없소. 지금까지 당신은 내면의 목소리를 듣지 못했소. 만약 그 소리를 들었다면 이처럼 어리석은 질문은 하지 않았을 것이오. 석가모니 부처의 길에는 아무런 보상이 없소이다. 만약 당신이 절을 짓고 수천명의 승려들을 먹여 살리는 행위가 훌륭한 공덕이라고 생각한다면, 이미 당신의 마음에는 욕망이 있는 것이며, 그것은 곧 지옥으로 들어갈 준비를 하는 것이오. 만약 이 모든 것을 즐거움으로 행하고 그 즐거움을 이 나라 전체와 함께 나누며 어떤 욕망도 갖지 않는다면, 그것으로 이미 보상을 받은 것이오. 만약 그렇지 않는다면 당신은 완전히 빗나간 것이오."
양무제가 말했다.
"내 마음은 생각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나는 마음의 평화를 얻으려고 노력했지만 실패했습니다. 그래서 나는 당신이 말하는 내면의 목소리를 들을 수 없으니 그것에 대해서는 전혀 아는 것이 없습니다."
달마가 말했다.
"그렇다면 내일 새벽 네시 경에 일어나 혼자서 이곳으로 오시오. 그렇게 한다면 내가 당신의 마음에 영원한 평화의 마음을 주겠소."
황제는 이 사람이 정말로 무례하고 이상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승려들을 만나 보았지만, 그들은 모두 정중했고 황제의 기분을 거슬리게 말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어두운 새벽에 혼자서 이런 자를 찾아간다는 것은 위험한 일이었다. 그는 항상 많은 수행원들을 거느리고 다녔기 때문이다. 황제는 밤새도록 잠을 이루지 못하고 생각에 잠겼다
"가느냐? 가지 않느냐? 그는 믿을 수 없는 사람처럼 보이기도 하고, 뭔가를 갖고 있는 사람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의 마음속에는 뭔가 진지한 것이 있다. 하지만 내가 황제라는 사실을 조금도 의식하지 않았다. 그는 나에게 영원한 평화를 주겠다고 말하니, 오히려 내가 거지이고 그가 황제처럼 보인다. 나는 지금까지 인도에서 온 많은 현자들을 만나 보았다. 그들은 모두 나에게 수행 방법과 명상 기술들을 가르쳐 주었지만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런데 그는 정말 이상한 사람이다. 어딘가 조금은 미친 사람 같았고 술취한 사람처럼 보이기도 했다. 그리고 그의 큰 눈 때문에 무섭기까지 했다. 하지만 그에게는 말로서 표현할 수 없는 무엇인가가 있었다. 이것은 충분히 모험을 해볼만 하다. 기껏해야 죽기밖에 더하겠는가?"
결국 그는 호기심을 뿌리치지 못하고 달마를 만나러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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