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사는 이야기

농가월령가에 나타난 세시풍속

難勝 2010. 11. 22. 23:50

 

 

농가월령가에 나타난 세시풍속

 

농촌의 생활상을 정교하게 월령체(月令體)로 읊은 '농가월령가'는 철따라 변하는 농삿일에 인정(人情)과 시식(時食)을 담은 우리네의 귀중한 풍속이라 할 수 있다.

지은이에 대해서는 여러 설이 있으나 조선 말기 헌종조(憲宗朝)때 살던 운포 정학유(丁學遊)가 지었다는 설이 가장 유력하다. 대실 학자인 다산 정약용의 아들로 "농사 짓는 사람에게 땅을 주어야 한다"는 다산의 영향을 매우 강하게 받은 듯 하다.

'농가월령가'속에 음식과 관련된 부분을 곤심 있게 보면 우리의 명절 시기, 절식, 시식을 소상하게 알 수 있어 그러한 부분만 옮겨 본다.

 

정월

正月은 孟春이라 立春 雨水 節氣로다.

祠堂에 歲謁은 餠湯에 酒菓로다.

엄파와 미나리를 무엄에 곁들이면

보기에 신신하여 五幸菜를 부러하랴

보름날 약밥 제도 신라 적 풍속이라

묵은 산채 삶아 내어 肉味를 바꿀소냐

귀밝히는 약술이요 부름 삭는 生票이라

 

2월

二月은 仲春이라 경첩 春分 節氣로다

山菜는 이렀으니 들나물 캐어 먹세

고들빼기 씀바귀요 소로쟁이 물쑥이라

달래 김치 냉잇국은 1胃를 깨치나니

本草를 상고하여 약재를 캐오리라

 

3월

三月은 暮春이라 淸明 穀雨 節氣로다

四月이라 孟夏되니 立夏 小滿절기로다

인가의 요긴한 일 장 담는 정사로다

소금을 미리 받아 법대로 담그리라

고추장 두부장도 맛맛으로 갖추 하소

앞산에 비가 개니 살찐 香菜 캐오리라

삽주 두릅 고사리며 고비 도래 어아리를

일분은 엮어 달고 이분은 무쳐 먹게

낙화를 쓸어 앉아 병술로 즐길 적에

산처의 준비함이 佳1가 이뿐이라

느티떡 콩찌니는 제때의 별미로다

앞내에 물이 주니 천렵을 하여 보자

촉고를 둘러치고 銀躪玉尺 후려내어

般石에 노구 걸고 솟구쳐 끓여 내니

八珍味 五候鯖을 이 맛과 바꿀소냐

 

5월

五月이라 仲夏되니 芒種 夏至 절기로다

아기어멈 방아 찧어 들바라지 점심 하소

보리밥 파찬국에 고추장 상추쌈을

식구를 헤아리되 넉넉히 능을 두소

 

6월

六月이라 秀夏되니 小署 大署 절기로다

정자나무 그늘 밑에 坐次를 정한 후에

점심 그릇 열어 놓고 보리 단술 먼저 먹세

반찬이야 있고 없고 주린 창자 메인 후에

청풍에 1飽하니 잠시간 낙이로다

三伏촌은 속절이요 流頭는 佳日이라

원두밭에 참외 따고 밀 갈아 국수하여

家에 천신하고 한때 음식 즐겨 보세

부녖는 해피 마라 밀기울 한데 모아

누룩을 디디어라 流頭麵을 혀느리라

호박 나물 가지 김치 풋고추 양념하고

옥수수 새맛으로 일 없는 이 먹어 보소

장독을 살펴보아 제맛을 잃지 말고

맑은 장 따로 모아 익은 족족 떠내오라

비 오면 덮기 신척 독전을 정히 하소

 

7월

七月이라 孟秋되니 立秋 處署절기로다

소채 고실 흔할 적에 저축을 생각하여

박 호박 고지 켜고 외 가지 짜게 절여

겨울에 먹어 보소 貴物이 아니 될까

 

8월

八月이라 仲秋되니 白露 秋分절기로다

북어쾌 젓조기로 추석 명일 쇠어 보세

新 오려 송편 박나물 토란국을

선상에 제물하고 이웃집 나눠 먹세

며느리 말미받아 본집에 근친갈 제

개 잡아 삶아 건져 떡고리와 술병이라

초록 장옷 반물 치마 장속하고 다시 보니

여름지어 지친 얼굴 소복이 되었느냐

중추야 밝은 달에 지기 펴고 놀고 오소

 

9월

구월이라 秀秋되니 寒露 절기로다

타작 점심 하오리라 황계 백주 부족할까

새우젓 계란찌개 성찬으로 차려 놓고

배추국 무나물에 고춧잎 장아찌라

큰가마에 안친 밥이 태반이나 부족하다

 

10월

十月은 孟冬이라 立冬 小雪절기로다

무 배추 캐어 들여 김장을 하오리라

앞 냇물에 정히 씻어 함담을 맞게 하소

고추 마늘 생강 파에 젓국지 장아찌라

독 곁에 중두리요 바탕이 항아리라

양지에 가가 짓고 짚에 싸 깊이 묻고

박이무 알암말도 얼잖게 간수하소

우리집 부녀들아 겨울 옷 지었느냐

술 빗고 떡하여라 講信날 가까웠다

술 꺾어 단자하고 메일 앗아 국수 하고

소 잡고 돌 잡으니 음식이 풍비하다

들마당에 차일 치고 동네 모아 자리 포진

노소 차례 틀릴세라 남녀 분별 각각 하소

 

11월

十一月은 仲冬이라 大雪 冬至 절기로다

콩기름 우거지로 조반석죽 다행하다

부녀야 네 할 일이 메주 쑬 일 남았구나

익게 삶고 매우 찧어 띄워서 재워 두소

동지는 명일이라 一陽이 生하도다

時食으로 팥죽 쑤어 익里와 즐기리라

 

12월

十二月은 秀冬이라 小寒 大寒절기로다

입을 것 그만하고 음식 장만하오리라

떡살은 몇 말인고

콩 갈아 두부 하고 메밀쌀 만두 빚소

騙肉은 契를 믿고 북어는 장에 사서

납평일 창에 묻어 잡은 꿩 몇 마린고

아이들 그물 쳐서 참새도 지져 먹세

깨강정 콩강정에 곶감 대추 생률이라

酒樽에 술 들이니 돌틈에 새암 소리

앞뒷집 打餠聲은 예도 나고 제도 나네

새 등잔 새발심지 장등하여 새울 적에

웃방 봉당 부엌까지 곳곳이 명랑하다

초롱불 오락가락 묵은 세배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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