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사는 이야기

호가호위(狐假虎威) 유감

難勝 2010. 11. 22. 06:10

호가호위(狐假虎威)

 

<전국책(戰國策)>의 <초책(楚策>에 전하는 말로, 주로 아랫사람이 윗사람의 권위를 불려 허세를 부릴 때 쓰인다.

 

전국 시대 초나라에 왕족이자 재상으로 명망이 높은 소해휼(昭奚恤)이라는 사람이 있었다.

당시 위나라 등 북방의 이웃나라들은 초나라의 실권을 쥔 소해휼을 몹시 두려워하고 있었다.

하루는 초나라 선왕(宣王)이 이웃나라들이 왜 소해휼을 두려워하는지를 물었다.

 

마침 위나라 출신으로 평소 소해휼을 못마땅하게 여기던 강을(江乙)이라는 신하가 대답했다.

"폐하, 북방의 여러 나라들이 어찌 한 나라의 재상에 불과한 소해휼을 두려워하겠습니까? 이런 이야기가 있습니다. 호랑이가 여우 한 마리를 잡았습니다. 그러자 잡아 먹히게 된 여우가 '잠깐 기다리시오. 이번에 나는 천제로부터 백수의 왕으로 임명되었는데, 만일 나를 잡아먹으면 천제에게 큰 벌을 받게 될 것이오. 내 말이 거짓이라 생각되거든 내 뒤를 따라와 다른 동물들이 나를 두려워해서 달아나지 않는가를 보시오.'라고 했습니다. 여우의 말대로 호랑이가 여우 뒤를 쫓아가자 과연 동물들이 모두 달아났습니다. 사실 동물들은 여우 뒤에 있는 호랑이를 보고 달아난 것이었지만, 호랑이는 그 사실을 알지 못했습니다. 북방의 제국이 두려워하는 것은 소해휼이 아니라 소해휼의 배후에 있는 폐하와 초나라의 군사력입니다."

 

狐假虎威(호가호위), 여우가 호랑이의 위엄을 빌려 제 위엄으로 삼았다는 뜻으로, 자신은 아무런 힘도 없으면서 남의 권세를 믿고 위세 부리는 사람을 비유해서 쓰는 말입니다.

 

근자에 연말 행사와 관련해 무리한 진행을 한다는 소식을 듣고 떠오른 고사성어입니다.

 

어디 이런 이들이 한 두명이며, 이런 호가호위하는 행태를 한 두번 봐왔던가마는,

힘있는 이의 편에 한 발을 딛고 서서, '나는 누구의 뜻대로 일을 합니다'하는 명분의 명찰을 붙이고는,

마치 자신이 그같은 권력이나 힘이 있는(사용할 수 있는) 것처럼 나대는 분들.

정작 힘있는 이는 별 말이 없는데, 뭔 일만 있다싶으면 머리 디밀며 자신이 그를 대변하는 양 어깨에 힘주며 횡설수설함에, 힘있는 이의 본의와는 동떨어진 적지않은 발언들로 불필요한 논쟁을 만들어내는 이들입니다.

 

어디 그 뿐이랴.

단지 한번의 만남이란 객관적인 상황을, 마치 자신이 주장하는 모든 것을 그가 공감함에 자리를 함께 해주었다는 식의, 지극히 주관적으로 해석하고 이를 동네방네 선전해대는 이들.

자기가 부탁만 하면 그 힘있는 이가 얼마든지 움직여 줄 것이라 떵떵거리는 이들.

 

그리고 그 힘있는 이들은, 자신을 지지한다는 그 한 가지 이유 때문에 모른 척 하고만 있으니......

 

어쩌면 이들은 자신을 오히려 진흙탕에 빠뜨리는 곤경에 처하게 할 수도 있음을 인식해야 할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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