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자로서 한 해를 어떻게 시작해야 할까요?
Q: 불자로서 한 해를 시작하는 마음의 자세에 대해 말씀해 주시고, 어떤 계획을 세워야 바른지에 대해서도 설명해 주셨으면 합니다.
A: 새로운 시작은 언제나 기대에 부풀어 있고 신선합니다. 아무도 가지 않은 하얀 눈 위를 걷는 설레임도 있습니다. 그러나 어떤 어려움이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르는 두려움도 있기 마련입니다. 그래서 새로운 시작은 용기도 필요합니다.
한 해를 시작하는 지금 여러분들께서는 어떤 계획을 가지고 계십니까? 혹시 작심삼일(作心三日)이라고 아예 계획도 없고, 시작도 안하시는 것은 아니겠지요? 이왕이면 용기를 가지고 올 한 해를 살아보시지요.
〈법화경〉에 종불구생(從佛求生)이란 말씀이 있습니다. 불자란 부처님에 의해 새로운 삶을 부여받은 사람입니다. 사실 부처님과의 만남은 인생 최고의 인연이자 최고의 만남입니다. 〈열반경〉에서 부처님께 마지막 공양을 올렸던 대장장이 춘다는 부처님과의 만남을 “우담바라꽃을 얻음과 같고 눈먼 거북이가 바다 위의 나무토막을 만난 것과 같은 기쁨이 있다”고 찬탄했습니다. 부처님의 가르침은 우리의 인생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는 힘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것도 큰 이익과 행복으로 우리를 변화시킵니다.
새해의 좋은 계획을 세우는 방법에 앞서 먼저 출발을 잘해야 합니다. 출발을 잘 해야 하는 이유는 처음엔 별 차이가 없는 것 같아도 한참을 가고 나면 큰 차이로 벌어지기 때문입니다. 3조(三祖) 승찬(僧燦)스님은 〈신심명〉에서 `터럭같은 처음의 차이가 결국 천지(天地)의 차이로 벌어지는 것과 같다고 하셨습니다. 어떻게 시작해야 할까요?
지키지 못할까 걱정 말고 계획 철저
목표 세우고 초발심으로 정진하길…
우선 발심(發心)입니다. 사람은 뜻을 세워야 하고 수행자는 원력(願力)을 세워야 한다고 했습니다. 무엇인가를 하고자 할 때는 먼저 마음을 먹어야 합니다. 마음먹기에 따라 일의 내용과 질이 달라집니다. 그것이 세상의 이치입니다. 발심은 첫 출발의 힘찬 시동을 거는 일입니다.
사람마다 발심의 내용은 차이가 있겠지만 저 같은 경우는 올해 `무조건 사랑`하자고 마음 먹었습니다. 며칠 전 자식을 구하기 위해 세찬 불길 속에서 20여분이나 버텨냈던 한 아버지에 관한 기사를 읽었습니다. 부모의 `무조건적 사랑`없이는 불가능한 일이었을 겁니다. 사랑은 기적입니다. 할 수 없는 걸 해내니까. 뜬금없이 스님이 웬 사랑타령이냐고 타박하셔도 할 수 없습니다만 어쨌든 한 해를 그 아버지처럼 내 주변의 인연들을 무조건 사랑해 보자고 마음먹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작은 기적들이 주변에서 끊이지 않는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한 해가 될 것 같습니다.
여러분들은 무엇을 발심하시렵니까? 작은 것이라도 나의 행복과 주변 인연들을 위해 마음을 내보십시오. 할 수 있는 것으로. 확실한 것은 발심하면 못해 낼 일이 없다는 것입니다. 우리들 마음속에 있는 무한한 가능성의 에너지가 개발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발심하고 난 다음은, 마음먹은 것을 실현하기 위한 정진(精進)입니다. 세상의 모든 위대한 가치는 노력 없이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부처님도 깨달음을 얻기 위해 6년간의 피나는 수행이 있었습니다. 운동선수가 대회에 나가 우승하기 위해서 합숙훈련도 하고 어려운 지옥훈련도 마다하지 않습니다. 인생의 행복을 위해 그 만한 노력도 안 해서야 되겠습니까? 좀 더 행복해 지고 싶습니까? 정진하셔야 합니다.
발심하고 정진하는 것은 목표를 확실히 세우며 우리를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힘이 됩니다. 수시로 뜻을 세우고 노력하는 것은 불자가 해야 할 일이기도 하지요. 또 많은 것을 성취하게 하는 기쁨도 있습니다. 부처님의 가르침과 함께하는 새해가 되도록 노력합시다.
남전스님/ 서울 정혜사 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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