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 찾아 가는 길

맑은 차 향기에 석불은 잔잔히 미소 짓고 - 경북 구미 보천사

難勝 2011. 2. 15. 22:12

 

 

맑은 차 향기에 석불은 잔잔히 미소 짓고

 

香初老佛微微笑      차의 첫 향기에 노불은 잔잔히 미소 짓고

鍾後靑山聽             종소리 울린 후 청산은 묵묵히 귀 기울이네.

 

해평면 매봉산 보천사에서는 차 향기가 난다.

구미시에서 10여 분 남짓의 거리에 있는 보천사에 이르면 가장 먼저 보천다회의 다실 겸 강의실로 사용되고 있는 설법전을 만나게 되는데, 그곳에서는 늘 맑은 차 향기가 새어나온다. 설법전의 한 벽은 옹기종기 다기들로 가득하다. 정갈하게 우린 차 한 잔을 손님에게 내어주는 그 모습이 아름답다.

 

불교에서는 아침마다 도량의 가장 맑은 물로 우린 감로의 차를 삼보께 올리고, 차 마시는 것 또한 우리의 마음을 맑고 고요하게 하는 수행으로 인식해 왔다. 보천사에서도 현 주지스님의 상좌인 지민스님과 구미시의 공무원 불자가족들을 중심으로 보천다회가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보천사는 매봉산을 병풍처럼 두르고 남으로 툭 트인 전망은 낙동강을 시원스럽게 담고 있다. 전해오는 이야기에 의하면, 고려 25대 충렬왕자 왕소군이 신병이 있어 이곳에 와 수양하면서 이름난 샘의 물을 먹고 병이 완쾌하였다고 하는데 그 샘이 바로 보천(寶泉)이라고 한다. 그래서 사찰 이름을 보천사(寶泉寺)라 하고 바로 앞쪽 낙동강의 나루터도 보천탄(寶泉灘)이라 하였으며 이 골짜기의 명칭도 보천골로 전해 오고 있다.

 

이렇게 여러 이름을 만들고 왕자의 병을 고쳐주었다는 전설 속의 ‘보배로운 샘’은 지금은 찾을 길 없고, 한때는 영남사림의 종사(宗師)로 명성이 높았고 선산부사를 지내기도 한 점필재(焰畢齎) 김종직(金宗直)이 선산의 열 가지 빼어난 것(善山十絶)의 하나로 꼽으며 “바다의 장사치들이 봄 가을로 이곳에 배를 대고 물건을 팔고 돌아간다.”고 했던 보천탄도 맨발로 건널 수 있는 얕은 여울로 변해 버렸다.

 

또한 광해군 10년(1618)에 나온『일선지(一善誌)』에 “보천탄가에 예전에 보천사가 있었으니……”라고 했으니 옛 절 보천사는 임진왜란 때 소실된 후 폐사가 되어 그 이름만 전하여 오다가, 옛 절터에서 석조여래좌상이 발견되면서 다시 법등을 잇게 되었다.

 

정확한 창건 시기와 이후의 변천 과정을 알 수 없으나 발굴된 석조여래좌상이 통일신라시대 때 조성한 것이므로 창건 시기를 이 무렵으로 추정할 뿐이다. 지금도 보천사 주변의 논밭을 파헤치면 옛 기와장의 파편들과 주줏돌들이 발굴된다고 한다.

 

오랜 세월 견뎌온 석불만이 말없이 맑은 차 향기에 잔잔히 미소 지을 뿐이다. 

 

 

관람 포인트

1)대웅전의 석조여래좌상, 광배에 새겨져 있는 부처님의 앉아계신 모습이 인상적이다.

2)요즘엔 웰빙 시대이다. 보천다회의 회원이 되어 다도를 배워보는 것도 좋을 듯.

3)보천사 앞 구미 청소년 수련원의 소나무숲과 낙동강가를 거닐어 보세요.

4)폐사가 되었던 보천사를 다시 세운 현 주지 법진스님의 믿음직한 두 손. 일을 많이 하셔서인지 비구니스님의 작은 몸에 두 손은 제법 크고 두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