尋劍堂

서산대사와 사명당의 대결

難勝 2011. 3. 4. 00:45

 

 

 

서산대사와 사명당

 

사명당과 서산대사가 서로 알지 못하고 있었을 때 묘향산 절에 있던 사명당은 자기가 신기한 술법에 대해서는 우리나라에서 으뜸이라고 내세우고 있었다.

그런데 금강산 장안사에 있는 서산대사라는 중이 자기보다 낫다는 소문이 돌았다.

 

'옳지, 그를 신기한 술법으로 눌러 제자로 삼아야 겠다.'

사명당은 이렇게 생각하고 금강산 장안사를 향해 발걸음을 재촉했다.

 

한편, 서산대사는 사명당이 술법으로 자기를 누르고 제자로 삼으려 한다는 것을 벌써부터 알고 있을 정도로 놀라운 술법을 가지고 있었다.

서산대사는 먹을 갈아 글을 써 내려가다가 제자 한 사람을 불러 말했다 .

"오늘 묘향산 절에서 귀한 손님이 오실 것이니 산 아래로 내려가 모셔오너라."

그리고는 다시 글을 쓰기 시작했다.

 

제자는 이 말을 듣고 당황했다 .

"대사님, 한 번도 뵙지 못한 분을 어떻게 알고 마중 나갑니까?"

"그 사람은 다른 사람과 달라 시냇물을 거꾸로 흐르게 하며 올 것이니 시냇물의 흐름을 보면 곧 알 수 있을게야."

 

제자는 참 이상한 사람도 다 있다고 생각하며 산을 내려갔다.

산을 다 내려와 마을 앞을 흐르는 냇가 다리를 건너는데 아뿔싸!

시냇물은 늘 마을 위쪽에서 아래쪽으로 흘렀는데 지금은 시냇물이 마을 위쪽으로 흐르는 게 아닌가.

 

서산대사의 말이 생각나 제자가 길을 살펴보니 스님 한 분이 올라오고 있었다.

제자는 그분이 묘향산에서 오는 손님이라고 짐작 하였다.

그래서 서산대사의 제자는 그 스님 앞으로 가 공손히 머리 숙여 합장하며 말했다 .

"장안에서 마중을 나왔습니다."

이 말을 들은 사명당은 깜짝 놀랐으나, 그런 기색은 조금도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는 마치 마중 나올줄 알고 있었다는 듯이 태연하게 말했다.

"이렇게 수고를 끼쳐서 미안하오."

 

서산대사의 제자와 사명당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절을 향해 갔다.

꾸불꾸불하고 가파른 산골짜기 오솔길이 넓은 내리막길로 변했다.

한쪽엔 진달래꽃이 피어있고 다른 한쪽엔 머루, 다래들이 주렁주렁 열려 있었다.

서산대사의 제자는 꼭 꿈속에서 길을 걸어가는 것 같았다.

 

사명당은 장안사에 다다라 서산대사를 보자,

날아가는 참새 한 마리를 손아귀에 잡아 꼭 쥐고는 물었다.

"서산대사, 이 참새는 죽겠소, 살겠소?"

마침 그 때 서산대사는 사명당을 맞아들이려고 방에서 한발을 떼어 댓돌위에 막 내려놓았을 때여서, 그는 그대로 멈춰 선 채 되물었다

"사명당, 나는 지금 나가겠는가? 들어가겠는가?"

서산대사는 살았다고 대답하면 손에 잡힌 참새를 죽일 것이고 죽었다고 말하면 죽이지 않을 사명당의 속셈을 빤히 알고 이렇게 되물은 것이다.

 

그러자 사명당은 웃으면서 인사를 했다.

"손님이 왔는데 당연히 나오지 않으시겠습니까?"

서산대사 역시 사명당을 반갑게 맞으며 말했다.

"스님 역시 출가한 스님께서 설마 참새를 죽이겠습니까?

사명당께서 술법을 보여주러 오셨는데, 감히 제가 그 답례를 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사명당은 묘향산을 떠날 때 자신있고 패기에 넘쳤던 것과는 달리 점점 자신이 없어졌다.

그도 그럴 것이 자기가 올 것을 미리 알고 마중을 보내지 않나,

들어가겠소, 나가겠소, 하고 되묻는 데에 그만 기가 죽었기 때문이다.

 

사명당이 안으로 들어와 자리를 잡고 앉자,

서산대사는 그릇 두 개에 물을 떠 가지고 와서 하나는 사명당 앞에 내놓고 말했다.

 

"자, 이 그릇에 검지손가락만한 붕어 열 마리만 만들어 놓으시오."

사명당은 눈 깜짝할 사이에 싱싱한 붕어 열 마리를 만들어 놓았다.

서산대사의 그릇에도 붕어들이 헤엄치며 놀았다.

"싱싱한 것으로 만드셨겠죠?"

"그야 여부가 있겠습니까?"

"우리들은 중이므로 비린 것을 먹지 못하나, 먹고 난 후 산 채로 뱉어 내면 아무 상관이 없을 테니, 우리 그렇게 해봅시다."

 

그리고는 붕어를 먹기 시작했다.

사명당도 따라 먹기 시작했다.

붕어를 다 먹고 두 사람은 똑같이 붕어를 토해 냈다.

서산대사가 토해 낸 붕어들은 조금 전과 다름없이 팔팔하게 헤엄을 쳤으나 사명당이 토해 낸 붕어들은 모두 죽어 위로 떴다.

 

"먼 길을 오시느라고 피로가 덜 풀려서 그러신 것 같은데 한 가지 더 해봅시다."

서산대사는 제자에게 달걀을 두 삼태기 가져오라고 일렀다.

"자, 우리 이 달걀을 쌓아봅시다."

 

두 사람은 달걀을 쌓기 시작했다.

그런데 참 별일도 다 있었다.

사명당이 달걀을 땅 위에서부터 쌓기 시작하자,

서산대사는 그와 반대로 공중에서부터 쌓아 차차 내려오는 것이 아닌가?

사명당은 기가 죽어 그저 자리를 어서 뜨고픈 생각뿐이었다.

 

"이제 시장할 테니 점심이나 먹읍시다. 맛없는 국수지만 맛있게 잡숴주시기 바라오."

서산대사가 점심상을 내놓으며 말했다,

사명당은 또 다시 놀랐다.

글쎄, 국수 그릇에 국수는 없고 바늘만 수북이 담겨 있는게 아닌가.

그런데 서산대사는 길다란 나무 젓가락을 갖고 국수를 먹는 것처럼 바늘을 쭉쭉 빨며 아주 맛있게 먹었다.

그러나 사명당은 잘 먹을 수가 없었다.

이리하여 뽐내던 사명당은 서산대사께 머리를 숙이고 서산대사의 제자가 되었다.

 

삶이란 무엇인가                                              생종하처래(生從何處來)

죽음이란 무엇인가                                           사향하처거(死向何處去)

 

삶이란 한조각 뜬구름이 나타남이요                     생야일편부운기(生也一片浮雲起)

죽음이란 한조각뜬구름이 사라짐이라                   사야일편부운멸(死也一片浮雲滅)

 

뜬구름은 본디 실체가 없거늘                             부운자체본무실(浮雲自體本無實)

삶과 죽음 역시 뜬구름과 같다                             생사거래역여시(生死去來亦如是)

 

- 서산대사 입적 게송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