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사는 이야기

통도사 서운암 성파 스님

難勝 2011. 3. 24. 20:47

 

통도사 서운암 성파 스님

 

전문가들 놀라게 한 老僧, 이번엔 칠화(漆畵)展

"불교문화 원류 좇아서" 천연염색·산수화·옻칠 공예…

 

선필(禪筆)에서 금니사경(金泥寫經)과 천연염색으로, 도제(陶製) 팔만대장경 제작과 산수화 공부로, 또 옻칠 공예와 칠화(漆畵)까지…. 우리 불교문화의 원류를 좇아온 노스님이 쉼 없는 여정에 또 한 매듭을 짓는다. 경남 양산 통도사 서운암 성파(性坡·73) 스님이다. 이달 초 조선일보 미술관에서 산수화전을 연 데 이어 5월에는 인사아트센터에서 칠화 전시회를 갖는다. 손대는 것마다 그 분야 전문가들을 놀라게 한다.

 

천연염색 연구는 고려 전통기법인 '금니사경' 공부에서 시작됐다. 한지에 쪽물을 들여 만든 감지(紺紙)에 금분으로 경전을 쓴다. 1980년 42세 이른 나이에 통도사 주지가 된 스님은 원래 경학(經學)과 선필에 조예가 깊었다. 주지에서 물러나 서운암에 기거하며 한지 기술자를 데려다 배우며 직접 한지를 떴다. 손수 길러낸 쪽으로 손 마디마디 푸른 물이 들 만큼 염색에도 열심을 냈다. 이렇게 익혀 일반인 대상 천연염색 강좌도 열었다. 서울에서 금니사경 전시회(1983년)와 천연염색전(1997년)도 열었다.

 

"유교를 숭상한 조선시대에 와서야 '백의민족'이지, 이전 수천년 우리 민족은 '컬러 문화'였거든. 염색·단청·불화(佛畵)·지화(紙花) 같은 이 '컬러 문화'가 가장 잘 보존된 곳이 산중 사찰이고."

 

스님은 주지 때 사찰 경내에 도요(陶窯·도자기 가마)를 지었다. "옛날에는 스님들이 다 했어. 큰 집 지을 때는 스님이 도편수고, 불상도 스님들이 조성하고. 도자기도 절에서 직접 구웠지. 그게 진짜 불교문화지." 그는 도제 삼천불을 구워 대웅전에 모셨다. 또 무려 11년간 도제 대장경 16만484장을 빚고 구워냈다. 대장경을 보관하는 장경각(藏經閣)은 전체를 옻칠했다. 재작년부터는 서울·부산·대구·청주에서 옻염색 전시회도 열었다. 전통 불교문화에 대한 애착은 산수화로도 가 닿았다. 2002년부터 3년간 베이징의 1급 화사(畵師)에게 배웠다. 미술평론가 윤범모 경원대 교수는 "도끼로 돌을 찍어내는 것처럼 터치가 강렬하고 웅장한 기운이 감돈다"고 평했다.

 

 

스님이 계신 서운암 주변 약 13만㎡(4만평)는 감나무·금낭화와 차밭으로 유명하다. 매년 봄 '양산 들꽃축제'가 열리는 명소다. 오래된 장독 5000개를 모아 전통 된장도 담근다. 선방에 결가부좌하기보다 많은 사람을 사찰로 불러 모으기에 힘쓴다. "살아 있는 동안에는 청풍명월도 다 내 것인데, '버려야 더 많이 채워진다'고 할 필요가 없는거라. '버릴 게 뭐 있으며 채울 게 뭐 있느냐' 이거지 내 말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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