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사는 이야기

서리의 추억, 나물서리

難勝 2011. 3. 25. 21:00

 

 

서리란 떼지어 남의 물건을 훔쳐 먹는 장난을 뜻하는 우리말로, 여러명의 아이들이나 마을 청년들이 모여서 과수원의 과일이나 논밭의 곡식등을 주인몰래 조금씩 따거나 베어다가 나누어 먹고 노는 놀이문화이다.

만일 요즈음 그런 행동을 한다면 절도죄로 잡혀갈 것이다.

 

그러나 모든 서리가 남의 것을 대상으로 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 풍속중에 나물서리라는 특이한 서리문화가 전해오고 있기 때문이다.

 

나물서리란 이른 봄 산에 산나물이 돋기 시작하면 우리네 어머니들은 아침 일찍 산에 올라 하루종일 산나물을 채취하여 온다.

어머니는 하룻동안 채취한 산나물을 잘 고르고 다듬어서 커다란 광주리에 이고는 마을에서 제일 부잣집으로 찾아간다.

 

찾아간 부잣집 마당에 그대로 철석 주저앉은 어머니는 무작정 뜯어온 산나물을 마당에 내려놓고는 안주인을 찾는 것이다.

이때 안주인은 큰 바가지에 곡식을 한바가지 퍼들고 와서는 나물 광주리 옆에 놔두고는 나물 광주리를 들고 들어간다.

이것이 우리 풍속중 한가지인 나물 서리라는 풍속이다 .

 

지금의 생각으로는 나물을 판 것이 되는 것이지만 예전의 우리 문화적 측면으로 보면 이 나물 서리야말로 조상들의 지혜와 배려가 함께 숨겨진 아름다운 풍속이다.

 

보릿고개의 긴 봄날은 괴롭기만 한 우리서민들이었다.

아이들은 배고파서 울고 먹일 음식은 다 떨어지고 그렇다고 남사스레 구걸은 하지 못할것이고 그래서 생각한 것이 바로 나물 서리다.

당시 자존심이 강했던 우리 아버지들은 당장 굶어죽어도 남에게 아쉬운 소리를 하지 않았다 그리고 남의 도움받는 것을 수치로 생각하였다.

 

이 문화를 통해서 자존심 강한 어버이들의 존심도 상하지 않고 도와줄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한 것이다 그냥 도와준다면 그 또한 자존심이 상할테니까 풍습이라는 이름을 빌려서 산나물을 사먹는 것이다.

 

부잣집에서는 봄나물을 일찍 맛볼 수가 있고 서민들은 하룻동안 고생은 하였지만 곡식을 바꿀 수가 있어서 서로가 좋은 모습으로 바라볼 수가 있는 것이다.

남에게 얻거나 구걸한 음식이 아니기 때문에 아이들에게도 떳떳할 수가 있으며 강제성을 띠거나 빼앗은 나물이 아닌 어려운 이웃을 도와주고 값을 치른 산나물이기에 그 맛이 한층 더하리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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