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에 앉아 차를 달이며[夜座煎茶]
밤이 얼마쯤 되었나, 눈이 오려 하는데 夜如何其天欲雪
청등 고옥에 추워서 잠 안 오네 淸燈古屋寒無眠
상머리에 이끼 돋은 낡은 병을 가져다가 手取床頭苔蘚腹
푸른 바다 같은 맑은 샘물을 쏟아 넣고 瀉下碧海冷冷泉
문무 화력을 알맞게 피우니 撥開文武火力均
벽 위에 달 떠오르고 연기 폴폴 생기네 壁月浮動生晴煙
솔바람이 우수수 빈 골짝에 울리는 듯 松風颼颼響空谷
폭포수가 좍좍 긴 내에서 떨어지는 듯 飛流激激鳴長川
뇌성ㆍ번개 한참 우루룽 땅땅 하더니 雷驚電走怒未已
급히 가던 수레가 덜커덕 넘어지는 듯 急輪轉越轘轅巓
이윽고 구름이 걷히고 바람도 자니 須臾雲捲風復止
물결이 일지 않고 맑고 잔잔하네 波濤不起淸而漣
바가지에 쏟아 놓으니 눈 같은 흰빛 大瓢一傾氷雪光
간담이 휑 뚫리어 신선과도 통함직 肝膽炯徹通神仙
천천히 마시며 혼돈 구멍을 뚫어내고 徐徐鑿破渾沌竅
홀로 신마를 타고 선천 세계에 노니네 獨馭神馬游象先
돌아보니 예전 마음속의 자갈밭 回看向來磎地
요마와 속념이 모두 망연해지고 妖魔俗念俱茫然
마음의 근원이 활짝 트이어 但覺心源浩自運
만물을 초월하여 하늘 밖에 노니는 듯 揮斥物外逍遙天
내 들으니, 상계의 진인은 깨끗함을 좋아하여 吾聞上界眞人好淸淨
이슬을 마시며 똥ㆍ오줌도 안 누어 噓吸沆瀣糞穢湔
먹고 옥을 먹고 장생을 하며 餐霞服玉可延齡
골수를 씻고 털을 베어 백년 동안이라지 洗髓伐毛童顔鮮
나도 세상에서 이러하거늘 我自世間有如此
어찌 고목과 오래 살기를 다투리 豈與枯槁爭長年
그대는 안 보았는가, 노동은 배고프면 삼백 조각을 희롱한 것을 君不見盧仝飢弄三百片
도덕경 오천 언은 부질없는 한만한 문자 文字汗漫空五千
밤에 앉아 차를 달이며[夜座煎茶]-정희량(鄭希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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