尋劍堂

간화선과 위빠사나가 만나다

難勝 2011. 4. 12. 00:09

2500년 만에 만난 불교 맞수, 간화선·위빠사나 첫 연찬회

깨달음으로 가는 길은 달라도, 두 수행법 대가들 "소통하자"…

불교계 깜짝 "이것은 사건! "

 

"깨달음으로 가는 길은 큰 산을 오르는 것과 같습니다. 초기불교는 서쪽으로부터 길지만 평탄한 산길을 오릅니다. 반면 대승불교는 동쪽부터 손잡을 곳 발 디딜 데 없는 깎아지른 절벽을 단박에 뛰어오르는 것입니다."(고우 스님)

 

"부처님은 개구리가 깡총 뛰는 것처럼 깨달음을 한 번에 얻을 수는 없다고 하셨습니다. 깨달음은 점진적, 지속적 수행을 요구합니다."(파욱 스님)

 

'깨달음'으로 가는 출발은 같았다. 형제 중 하나는 북쪽으로, 하나는 남쪽으로 길을 떠나 각각의 길을 닦았다. 그리고 두 흐름은 다시 만나지 못했다. 세월이 흘러 후손들은 서로를 모른 채 각자 최고라고 여기게 됐다. 그러던 이들이 2500년 만에 만났다. 불교의 양대 수행법으로 불리는 간화선(看話禪)과 위빠사나 이야기다.

 

 

▲ '通합시다'

간화선을 대표하는 고우(古愚) 스님(오른쪽)과 위빠사나를 대표하는 미얀마 파욱 스님이

10일 충남 공주 전통불교문화원 국제연찬회에서 마주 앉았다.

고우 스님은“멀어도 평탄한 길을 원하느냐, 험하더라도 빠른 길을 원하느냐의 차이가 있을 뿐

깨달음으로 가는 길에 무엇이 더 좋고 나쁘냐의 분별은 없다”고 말했다.

 

8~10일 충남 공주 태화산 전통불교문화원에서는 각각 북방(대승)불교와 남방(초기)불교의 대표적 수행법으로 꼽히는 간화선과 위빠사나의 만남이 있었다. 한국 간화선의 대표적 수행자로 꼽히는 조계종 원로의원 고우(74) 스님과 위빠사나의 대표적 수행자로 평가받는 미얀마의 파욱(77) 스님이 참석했다. 조계종 태화산 전통불교문화원과 조계사 선림원이 마련한 '간화선과 위빠사나의 소통' 국제연찬회였다.

 

간화선은 '이뭣고' '무(無)' '뜰 앞의 잣나무' 등을 화두(話頭)로 삼고 수행에 정진해 단박에 스스로가 부처임을 깨치는 수행법. 달마 대사를 거쳐 중국에서 확립돼 한국, 일본으로 전해진 대승불교의 대표적 수행법이다. 이에 반해 위빠사나는 들숨과 날숨의 호흡에 집중하고 몸과 마음의 미묘한 변화를 단계적으로 관찰하고 '알아차림'으로써 깨달음에 접근하는 수행법이다. 주로 스리랑카·미얀마·태국 등 동남아 불교 국가를 중심으로 자리 잡았다.

 

한국에 위빠사나가 소개된 것은 1980년대부터다. 스리랑카, 미얀마 등으로 유학했던 스님들이 위빠사나를 배워오는 한편, 단계적으로 세밀하게 점검해가는 위빠사나에 매력을 느낀 재가(在家) 불자들도 늘었다. 간화선 수행을 하다가 위빠사나로 방향 전환하는 스님들도 생겼다.

 

그러나 간화선 전통의 한국불교계에서는 위빠사나를 '외도(外道)'로 경계·폄하하는 시각이 있었다. 불교계의 한 인사는 "간화선과 함께 위빠사나 얘기를 꺼낼 수 있게 된 것 자체가 세월 참 좋아진 것"이라고까지 했다. 그래서 양대 수행법의 대가들이 한자리에 모인 이날 연찬회는 일종의 '사건'으로 평가된다.

 

이 자리에서 두 고승은 각 수행법의 같고 다른 점을 이야기했다. '깨달음이란 무엇이며 어떻게 해야 깨달음에 이를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파욱스님은 "무상(無常), 고(苦), 무아(無我)의 본성을 보는 것이 위빠사나의 지혜이다. 아라한(阿羅漢·최고의 깨달음을 얻은 이)이 되면 더 이상 집착과 번뇌가 형성되지 않으며 윤회도 없다"고 했다. 고우 스님은 "우리는 원래 모두가 부처다. 간화선 수행은 '내다, 니다' 하는 착각을 깨는 과정"이라고 했다. 깨달음과 사회적 역할에 대해서는 파욱 스님은 "비구는 좋고, 곧고, 옳고, 적합한 길을 수행하는 것으로 세상에 공덕이 되는 것"이라며 수행에 전념할 것을 강조했다. 고우 스님은 "지혜의 눈이 열리면 그 지혜를 밖으로 돌려 사회와 국가도 좋은 방향으로 가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했다.

 

상대 수행법에 대한 태도는 확연히 달랐다. "가장 아끼는 제자가 상대방의 수행법으로 옮겨가겠다면?"이라는 질문에 상좌가 두 명뿐인 고우 스님은 허허롭게 웃으며 "깨달음으로 가는 길이니 어느 길로 가든 상관없다"고 했고 파욱 스님은 "그런 제자는 알지 못한다"고 했다.

 

위빠사나

위빠사나는 석가모니 시절부터 전해져오는 명상 수행법이다. ‘위’란 무상(無常)·고(苦)·무아(無我)를, ‘빠사나’는 ‘올바른 지혜’를 뜻한다. 초기불교 경전에 많이 사용된 인도 북서부의 팔리어 단어다. 초기 불교를 고수하는 남방에서 주로 위빠사나 수행을 하는데, 특히 미얀마는 수행자들이 철저히 부처의 가르침을 좇아 오후에는 음식을 먹지 않고 엄격하게 계율을 준수하는 등 전통이 잘 보존된 것으로 알려졌다.

 

간화선(看話禪)

부처님이 마하가섭 존자에게 염화시중(拈華示衆)의 미소로 법을 전한 데서 유래한다. 인도의 28대 조사(祖師)로 선종을 연 달마 스님이 중국에 전한 뒤 6조 조계 혜능(曹溪慧能) 선사가 정립하면서 북방 대승불교의 대표적 수행법으로 자리 잡았다. 화두에 집중하고 거기에 간절히 의심을 일으켜 삼매에 든 상태에서, 그 참뜻을 깨달음으로써 자신의 본성을 바로 보고 스스로 부처임을 자각하는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