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 찾아 가는 길

구례 오산과 사성암(四聖庵)

難勝 2011. 4. 26. 04:09

기차 타고 가는 명산 구례 오산과 사성암(四聖庵)

 

지리산 줄기·섬진강 물굽이… 거대한 풍광 한눈에 담았다

 

 

철도는 지리산 종주객들이 언제나 최우선으로 고려하는 교통수단이다. 이들은 새벽에 구례구역에 도착해 성삼재를 통해 지리산 주능선을 오른다. 대한민국의 가장 대표적인 기차 산행지가 다름 아닌 지리산이다.

 

전남 구례는 '국립공원 1호 지리산'을 찾는 이들이 거쳐 가는 대표적인 관문이다. 하지만 이곳에 지리산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이 산골마을 주변은 수많은 봉우리가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다. 지리산 당일치기 종주가 부담스럽다면 이런 야트막한 산들이 좋은 선택이 될 수 있다. 이 중 가장 뛰어난 경치를 자랑하는 곳이 구례 시가지 남쪽의 오산(鰲山·530.8m)이다.

 

구례 오산은 지리산 옆에 두면 야산 축에도 못 끼는 작은 산이다. 하지만 산에 올라 조망하는 섬진강과 지리산 풍광만큼은 어디에도 뒤지지 않는다. 원효, 의상, 도선, 진각 네 고승(高僧)이 수도했다는 사성암(四聖庵)이 이곳에 자리한 것은 우연이 아니다. 짙은 숲에 숨어 있는 기암의 시원스러운 풍광도 색다른 볼거리다. 작지만 알찬 재미가 가득한 산이다.

 

오산 산행은 사성암을 오르는 것으로 그 첫 번째 단추를 끼운다. 구례읍에서 섬진강을 건너 죽연마을 사성암 등산로 입구에서 산으로 든다. 초입의 시멘트 도로가 끝나면 호젓한 숲길이 시작된다. 그런데 이 산자락의 경사가 여간 매운 것이 아니다. 이마에 맺힌 땀을 닦아내며 천천히 고도를 높인다.

 

쏟아질 듯 쌓여 있는 돌무더기 밑을 지날 즈음 섬진강이 발아래서 꿈틀댄다. 시원한 조망에 가슴이 탁 트인다. 하지만 아직 감탄하긴 이르다. 팔각정을 지나 포장도로를 따라 30m쯤 오르면 왼쪽에 패러글라이딩 활공장으로 이어진 샛길이 나타난다.

 

사성암 바로 아래 있는 패러글라이딩 활공장은 오산 최고의 전망대다. 구례 벌판을 흐르는 섬진강과 장엄한 지리산 줄기를 한눈에 담을 수 있다.

 

사성암[四聖庵]은 아직 덜 알려진 작은 암자로 거대하지도 웅장하지도 않지만 멋스러움만큼은 으뜸이다. 연기조사가 처음 세운 것으로 전해지는 사성암은 바위 사이에 박혀 있다. 바위를 뚫고 나온 듯한 '약사전'과 바위 위에 살짝 얹어 놓은 듯 단아한 '대웅전' 등 모든 구조물이 산과 하나되어 고운 자태를 뽐낸다.

대웅전 옆으로 난 좁은 길을 돌면 아래로 섬진강이 돌아 흐르고 구례읍과 지리산 노고단이 한눈에 들어온다. 여기에는 도선국사가 참선했다는 '도선굴'과 암벽에 원효대사가 손톱으로 새겼다는 '마애여래입상'도 보며 일상의 번민을 씻을 수 있다 사성암 올라가는 길이 제법 가파르다. 시원한 바람과 맑은 공기를 쐬며 조금은 헉헉거리며 산 정상까지 올라가면 기암절벽에 절묘하게 있는 절이 보여 저절로 감탄의 탄성이 나온다. 사성암은 백제 성왕 22년(544년)에 연기조사가 본사 화엄사를 창건하고 이듬해 사성암을 건립했다.

기록에 의하면 4명의 고승, 즉 원효대사, 의상대사, 도선국사, 진각국사가 수도한 곳이어서 사성암이라고 불리운다. 또한 송광사 제6세인 원감국사 문집에는 사성암이 있는 오산(獒山) 정상에 참선을 행하기에 알맞은 바위가 있는데 이들 바위는 도선, 진각 양국사가 연좌수도 했던 곳이라고 나와 있다. 이와 같은 기록으로 보아 통일신라 후기 이래 고려까지 고승들의 참선을 위한 수도처였다고 전해지고 있는 것이다.

처음으로 눈에 들어 온 법당은 바위를 쪼아 그 돌로 축대를 쌓아 절벽에 절묘하게 세워놓았는데 그 모양이 절벽과 한 몸을 이룬 탑의 모양이다. 사바세계 위로 봉긋이 솟은 산 전체를 기단으로 삼아 정상에 석탑을 세운 모습이 자연적 예술적 가치가 높은 사찰임을 느낄 수 있다. 절벽 옆으로 계단을 만들어 법당으로 올라가는 길은 신도들의 기원이 담긴 기와로 단장이 되어 있어 계단 하나하나가 발원의 계단 같다. 그 계단을 올라가 법당입구에 서서 아래를 보니 오금이 저려온다. 뒤로 물러나 법당 안을 들여다보면 다른 법당과 달리 벽에 벽화가 보인다. 원효스님이 선정에 들어가 손톱으로 그렸다는 ‘마애약사여래불’이라는 벽화인데 사성암의 불가사의한 전설이. 약 25미터의 기암절벽에 음각으로 새겨졌으며 왼손에는 애민중생을 위해 찻잔을 들고 있는 것이 특징이고 현재 전라남도 문화재 222호로 지정되어 있으며 건축양식은 금강산에 있는 보덕암의 모습과 흡사하다.

도선국사가 수도를 했다고 하는 도선굴은 한사람이 걸을 수 있는 통로를 걸어가 허리를 굽혀 굴 속으로 들어가야 한다. 굴 안의 엄숙하면서도 고요함에 그리고 산꼭대기 바위와 바위사이에 오묘한 굴이 있음에 과연 정말로 "이런 곳에서 수행하면 정말 득도하지 않을 수 없겠구나" 생각이 절로 난다. 도선굴에서 나와 아래세상을 바라보니 고요히 흐르는 섬진강과 구례와 곡성평야가 한눈에 시원하게 들어옵니다. 산꼭대기에 있는 그곳에서 내려다 본 세상은 평화롭고 아름다운 강산뿐이다 사성암은 SBS 드라마 <토지>에서 서희와 길상이가 불공을 드린 촬영장소로 널리 알려져 많은 참배 불자들과 관광객이 줄을 잇고 있다.

사성암은 굽이굽이 흐르는 섬진강 모습을 오롯이 볼 수 있으며, 물줄기 너머로 가을 들녘과 지리산 자락이 한눈에 들어오는 곳이다. <신증동국여지승람>은 사성암이 위치한 오산에 대해 이렇게 적고 있다. '산 마루에 바위 하나가 있고 바위에 빈 틈이 있어 그 깊이를 헤아릴 수 없다. 세상에 전하기를, "승려 도선(道詵)이 일찍이 이 산에 살면서 천하의 지리(地理)를 그렸다" 또한《봉성지(鳳城誌)》에 이르기를 “그 바위의 형상이 빼어나 금강산과 같으며, 옛부터 부르기를 소금강”이라 하였다. 암자 뒤편으로 돌아서면 우뚝 솟은 절벽이 전개되는데, 풍월대·망풍대·신선대 등 12비경으로 절경이 뛰어나다.

 

다시 포장도로를 타고 사성암으로 오른다. 마당 가득한 연등이 봄꽃보다 화려하다. 한눈에 보아도 범상치 않은 장소다. 절벽에 붙어 있는 절집이 아슬아슬하다. 사성암은 여수 향일암, 남해 보리암 등과 함께 대표적 기도처로 알려진 곳이다. 게다가 지난해 최고 화제 드라마 '추노'의 촬영지로 알려지며 더욱 붐비고 있다.

 

사성암 뒤편의 소원바위를 거쳐 오산 정상까지 계단이 설치되어 있다. 산꼭대기의 정자에서 보는 전망도 좋다. 천왕봉까지 뻗은 지리산 주능선은 물론이요, 광양 백운산의 날카로운 산봉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오산 정상에서 둥주리봉으로 이어지는 능선길은 기암을 보는 재미가 색다른 구간이다. 그 가운데 압권은 '선바위'라는 70m 높이의 단독 암봉이다. 능선에 전망대가 있지만 마고마을 갈림길로 300m 정도 내려서야 이 바위의 진면목을 알 수 있다. 남성을 상징하는 바위 가운데 국내 최대 크기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주변에 숲이 짙어 시야를 가리는 것이 안타깝다.

 

둥주리봉 직전의 배바위도 조망이 탁월하다. 성곽처럼 긴 바위에서 내려다보는 섬진강 물굽이가 매혹적이다. 덩치는 작아도 볼거리가 많아 심심할 틈이 없는 곳이다. 구례 10경에 오산을 꼽는 데는 다 이유가 있었다.

 

 

산행 길잡이

 

오산은 경사가 조금 가파르긴 하지만 산길이 잘 나 있는 편이다. 죽연마을~오산 2.2㎞, 오산~둥주리봉 4.6㎞, 둥주리봉~동해마을 3.1㎞의 총 9.9㎞ 거리로 4시간 정도면 완주가 가능하다. 하지만 활공장과 사성암, 선바위, 배바위, 둥주리봉 등 전망 포인트에서 시간이 지체되다 보니 실제 산행은 그 두 배 이상의 시간이 소요됐다.

 

중간의 선바위에서 마고마을로 내려서는 샛길을 이용해 선바위 아래까지 다녀오면 시간이 좀 더 걸린다. 이 갈림길로 마고마을까지는 4.6㎞ 거리. 마고마을 갈림길에서 주능선으로 20분 거리의 임도(林道)와 만나는 곳에 화장실이 하나 있다. 이후 임도를 타고 잠시 가다 동해삼거리(동해마을 하산길 2.7㎞)에서 다시 능선을 탄다.

 

둥주리봉 직전에 형성된 성벽 같은 암릉구간이 배바위다. 둥주리봉에서 동해마을로 내려서는 길은 조금 가파른 편. 중간의 민가에서 30분이면 섬진강변의 동해마을로 떨어진다.

 

동해마을에서 남쪽 도로를 따라 구례구역까지 20분이면 걸어갈 수 있다. 산행기점인 죽연마을로 이어진 2.3㎞ 강변길은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에 뽑힌 곳 느긋하게 걸으며 섬진강 구경을 해도 좋다.

 

사성암에 대한 문화해설을 원할 경우 구례군문화관광해설협회(061-783-2030)에 신청하면 된다.

 

 

 

 

교통

 

●용산역→구례구역 철도: 1시간 간격으로 1일 13회(06:50~22:45) 운행. 4시간10분~4시간40분 소요, 평일 기준 요금 무궁화호 2만1800원, 새마을호 3만2400원. 용산역 출발 막차는 다음날 새벽 3시 18분에 구례구역에 도착한다.

 

●구례→죽연마을: 시외버스터미널(061-780-2730)에서 매일 7회(07:10, 10:00, 11:40, 12:20, 13:20, 16:20, 18:10) 운행하는 죽마리행 군내(郡內) 버스 이용. 15분 소요.

 

구례구역에서 황전개인택시(061-782-5811)를 이용해 죽연마을 등산로 입구로 곧바로 가면 6000원 선. 구례에서 택시를 타면 5000원 정도 나온다.

 

서울 서초동 남부터미널에서 운행하는 구례행 고속버스가 7회(07:30~19:30) 운행한다. 3시간 30분 소요. 구례발 서울행 1일 7회(07:10~19:15) 운행. 요금 2만3900원.

 

맛집(지역번호 061)

 

사성암 등산로 입구 순두부집(781-9595)은 오산을 오르내리며 요기하기 좋은 곳.

구례 읍내의 동아집(782-5474)은 저렴하고 맛깔스러운 음식으로 이름났다.

시외버스터미널 앞 동바리해장국(783-0042)은 24시간 문을 열어 야간열차를 이용하는 이들에게 인기다.

매달 3일부터 5일마다 열리는 구례 5일장도 토속적인 먹을거리를 경험할 수 있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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