尋劍堂

스님의 봄바람 - 광용스님 법문

難勝 2011. 4. 27. 04:58

 

 

 

스님, 봄바람 났어요?

 

- 광용스님 / 서울 성림사 주지  -

 

‘옷이 날개’라는 말 속에 옷은 속인들이 욕망하는 ‘화려한 옷’만 연상된다. 하지만 스님들도 사람인지라 복장에 신경을 안 쓸 수가 없다. 스님들이라고 낡은 누더기를 기워서 입어야 하는 현실은 아니지 않는가. 그렇다고 값비싼 옷을 계절마다 사서 시시때때 갈아입는 경우는 만무하다.

 

바야흐로 봄이다. 얼음처럼 차디찬 겨울 한기가 어느 사이 어디론가 사라져버리고 산들산들 봄바람에 저절로 콧노래가 나온다. 겨울옷을 세탁해서 다음 겨울을 위해 차곡차곡 정리하고 봄옷을 꺼냈다. 지난 봄 정성껏 개켜두었던 덕에 새 옷처럼 기분 좋게 봄옷을 입어본다. 가벼운 봄옷으로 바꿔 입으니 한결 몸이 가볍다. 몸을 좌우로 돌려가면서 거울 앞에 있는 나를 보고, 내 상좌는 한마디 한다.

“스님, 봄바람 났어요?”

 

지난봄 정성껏 개켜두었던 덕에

 

기분 좋게 봄옷을 입어본다

 

가벼운 봄옷으로 바꿔 입으니

 

한결 몸이 가볍다.

 

몸을 좌우로 돌려가면서

 

거울 앞에 있는 나를 보고,

 

상좌가 한마디 한다.

 

“… ”

 

옷을 봄에만 입는 것도 아닌데, 왜 봄이 오면 ‘옷’이 생각나는지. 옷 이야기를 하고 싶다. 부처님 초기경전 <아함경>을 보면 부처님은 의류의 필요성과 간소화를 주장했다. 한때 부처님 제자인 아난다는 곱고 좋은 가사를 지어 공양을 올리면서 생각하기를 ‘훌륭한 분께 이렇게 좋은 옷을 지어 올리면 그에 상응한 복량을 주시겠지’라는 기대를 하면서 부처님께 가사를 받쳤다.

 

부처님은 그러나 아난다의 선물을 거절하면서 “아난다여, 수행자는 관조와 검소함으로 계행을 삼아야 한다”고 타이른다. 또한 부처님은 산림과 들녘에서 정진하는 수행자들이 해충으로부터 몸을 보호하고 기후변화에 적응하기 위해 옷을 입는 것일 뿐이라는 설법도 남겼다.

 

문득 옷에 깃든 여러 가지 인연들이 떠오른다. 불교는 부처님의 가르침을 중심으로 인간과 우주는 둘이 아닌 하나로서 모든 존재는 각각 생명력이 있다는 사상이 근간이 된다. 이러한 사상을 <화엄경>에서는 ‘중중무진법계성(重重無盡法界性)’이라고 표현한다. 유기적인 역학관계로서 유정과 무정물이 하나로 상호 연기성을 갖는다는 것이다. 즉 우리가 일상생활 속에서 함께하는 모든 현실적 현상계에서도 불성이 존재한다는 뜻이다. 불교에서 모든 만물들이 존재 자체가 귀하다고 보는 근거다.

 

우리가 무심히 입고 있는 옷도 근본 원자재를 보건대, 다른 관점을 가질만하다. 목화의 경우 인간이 이용의 필요성을 발견해서 하나의 목화나무에서 명솜을 채취하여 가공해서 옷으로 만든 것이다. 짐승의 모피라든가 화학재질도 마찬가지다. 결국 내가 지금 내 몸에 입혀진 옷들이 어떠한 생명의 희생과 어떠한 수고로움이 녹아들어가 있는지를 생각해볼 일이다.

 

불교인들이라면 적어도 의류생활에 있어 남다른 생각과 자세가 필요하다. 시대적인 혜택을 누리되 부처님의 간소화한 의생활의 근본취지를 간직하는 것도 불자들 패션감각의 미덕이다. 특히나 마음을 닦는 불자라면 부처님 도량에 올 때라도 청정하고 검박한 옷차림을 하는 것도 수행의 첫걸음이라고 본다. 제아무리 ‘옷이 날개’라지만 절에 날개를 달고 와서 무엇하리.

 

오늘은 우리 절 성림사에서 보살계수계법회를 봉행했다. 이른 아침부터 몰려온 신도들은 청정한 몸가짐으로 깨끗한 복장을 하고 있었다.

수계법회에 들어가기 전 이번에는 내가 한마디 했다.

“보살님들 봄바람 났나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