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사는 이야기

대나무의 맑음 - 죽지청(竹之淸)

難勝 2011. 6. 8. 05:41

 

 

竹之淸(죽지청, 대나무의 맑음)

 

사철 푸르고 곧게 자란다 하여 지조와 절개의 상징이 된 대나무.

일찍이 선인들은 대나무를 벗삼아 자연을 노래하고 풍류를 즐겼다.

그래서 예로부터 시인문객들의 소재로 애용되기도 하였다.

 

대나무는 훈풍이 불어올 때마다 맑은 공기를 뿜어내서 시원함과 상쾌함을 우리에게 선사해 준다.

또한 시각적으로 장쾌하고 늠름한 아름다움을 모든 이에게 보여주어 언제나 화가들의 그림 소재가 되었다.

 

대나무는 한자로 대죽(竹)자를 쓴다.

풀초(艸)자의 거꾸로 된 모양이라서 어떤 이는 대죽자를 거꾸로 된 풀이라는 뜻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대나무에 대한 여러 다른 이름이 있다.

그것들 역시 대나무의 덕성을 사랑한 나머지 붙인 애칭이다.

차군(此君: 이 친구), 투모초(妬母草), 화룡(化龍), 포절군(抱節君), 고인(故人: 옛 친구) 등으로 부르기도 한다.

 

진서(晋書) 기록에 의하면 4세기경 대나무를 몹시 사랑한 중국 동진(東晋)의 서화가 왕휘지(王徽之)가 대를 차군이라 호칭하였고,

또한 묵죽(墨竹)을 묵군(墨君)이라 칭하기도 하거니와,

죽순(竹筍)이 어머니의 키를 시샘하여 빨리 자라 어머니처럼 되겠다는 뜻에서 투모초라 한다고 전하기도 하며,

비장방이 대 막대기를 연못에 던졌더니 변하여 용이 되었다는 데서 연유한 화룡,

여러개의 절도(節度: 마디)를 갖춘 군자라 하여 포절군이라고 부르기도 하여,

조선시대 정수강(丁壽崗)은 대나무를 의인화한 풍자소설 포절군전을 짓기도 하였고,

당나라 시선 이백(李白)은 그의 시에서

 

문을 여니 바람에 대나무가 흔들리기에

혹여 옛 친구(故人)가 찾아왔는가 했네

라고 하여 대를 옛 친구라고 표현하기도 하였다.

 

 

 

 

 

사람들은 대나무의 덕성을 애호하여 덕성있는 다른 나무들과 짝을 지어 호칭하기도 하였다.

사군자(四君子), 세한삼우(歲寒三友), 삼청우(三淸友), 일년삼수(一年三秀), 이아(二雅), 쌍청(雙淸), 사청(四淸), 오청(五淸), 오우(五友)라고 명명하였다.

 

사군자는 매화, 난초, 국화, 대나무인데 예로부터 사군자의 덕성을 이처럼 비교하여 찬탄하였다.

梅之韻(매지운, 매화의 운치)

蘭之香(난지향, 난초의 향기)

菊之潤(국지윤, 국화의 윤기)

竹之淸(죽지청, 대나무의 맑음)

咸有一有不亦君子乎(함유일유불역군자호, 모두 한결같이 덕을 가지고 있으니 군자가 아니겠는가)

 

세한삼우라 함은 추운 겨울에도 절조를 잃지 않는 세 벗, 곧 대나무, 소나무, 매화를 말함이요,

삼청우는 맑은 세 벗으로 고목, 대나무, 돌을 일컫는다.

 

일년삼수는 연중 세가지 빼어난 것으로 대나무, 돌, 영지를 이르는 말이고,

이아는 두가지 아름다운 것으로 대나무와 매화를 지칭하며,

쌍청은 굽히지 않는 맑은 지조를 지닌 솔과 대를 의미한다.

사청은 네가지 맑은 것으로 매, 난, 대나무, 돌을,

오청은 매, 솔, 난, 죽, 돌을 각각 지칭하는 말이다.

오우라 함은 절개있는 식물 다섯가지로 매, 난, 국, 죽, 송을 말하기도 한다.

 

고산 윤선도는 오우가에서 자신의 오우로 수, 석, 송, 죽, 달을 내세워 노래하였는데 그 중 대나무를 다음과 같이 표현하였다.

 

나모도 아닌 거시 플도 아닌 거시

곳기ㆍ 뉘 시기며 속은 어이 뷔연ㆍ다

뎌러코 四時에 프르니 그를 됴하ㆍ노라

 

이상과 같이 대나무는 군자, 선비, 대부, 충신, 열사, 의사, 처사를 상징한다.

 

부러질지언정 굽히지 않는 성질은 대부의 기개요,

줄기의 마디는 선비의 절개이다.

 

속이 텅 빈 것은 군자의 겸허한 덕이요,

사철 푸름은 충신열사의 변치않는 지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