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우가(苦雨歌) - 장마비를 노래하다
愁霖一月如懸河(수림일월여현하) 근심스런 장마비 한 달 동안 강물 쏟듯 하여
晝夜昏黑藏羲娥(주야혼흑장희아) 밤낮으로 캄캄하게 해와 달을 가리웠구나.
已聞街巷遊蛟鼉(이문가항유교타) 이미 거리에는 교룡과 자라가 논다고 하니
復患庭除生蚌螺(부환정제생방라) 다시 뜰에는 조개와 소라가 생길까 걱정이구나.
高墻忽倒臥橐駝(고장홀도와탁타) 높은 담 갑자기 넘어지니 드러누운 낙타인 듯
短屋還頹仆馬騾(단옥환퇴부마라) 작은 집 무너지니 말과 나귀가 엎어진 듯하다.
雷公揮劍刃如磨(뢰공휘검인여마) 번개가 칼을 휘두르니 칼날을 갈아 세운 듯
壁間躍出陶公梭(벽간약출도공사) 벽 사이에서 도공의 북이 튀어나온 듯하다.
直敎平地轉盤渦(직교평지전반와) 바로 평지를 물웅덩이로 만들었는데
南宅東家放鴨鵝(남댁동가방압아) 남쪽 집 동쪽 집에서 오리와 거위를 풀어 놓았다.
城中萬戶浮濤波(성중만호부도파) 성중의 모든 집들이 파도에 떴오르고
大者如舶小如艖(대자여박소여차) 큰 것은 상선 같고 작은 것은 쪽배 같구나.
一國正作海中倭(일국정작해중왜) 온 나라가 바로 바다 속의 왜국이 된 듯하고
擬營船舫相經過(의영선방상경과) 왕래하는 나룻배를 만들어 서로 찾아 지나다닌다.
江湖混混莫分沱(강호혼혼막분타) 강물과 호수가 서로 섞여 갈래를 못 잡는데
空舟獨艤無魚蓑(공주독의무어사) 빈 배만 혼자 다닐 뿐 고기 잡는 사람도 없구나.
蓬蒿蕭艾與綠莎(봉호소애여록사) 다복대 쑥대 푸른 잔디
時哉得意盈山阿(시재득의영산아) 때 만났다 득의 만만하여 산 둔덕에 가득 찼구다.
可惜南畝漂嘉禾(가석남무표가화) 아깝구나, 남쪽 논의 벼포기가 물 위에 떴으니
其奈四海蒼生何(기내사해창생하) 사해의 백성들은 어찌해야 좋을 것인가.
甕中美酒香已訛(옹중미주향이와) 독 안의 향기로운 술이 이미 변했으니
詎可酣飮令人酡(거가감음령인타) 어찌 마실 것이며 마신들 취할 수있겠는가.
箱底芳茶貿味多(상저방다무미다) 상자 속 좋은 차는 맛이 많이 변했으니
不堪烹煮驅眠魔(불감팽자구면마) 끓여 먹어도 몰리는 잠을 쫓아내지는 못하리라.
掩被雖欲寐無吪(엄피수욕매무와) 이불을 뒤집어쓰고 꼼짝 않고 자고 싶건만
打窓喧霤可從他(타창훤류가종타) 요란한 낙수물이 창을 때리니 무슨 수를 쓰리오.
凡百防人多跌蹉(범백방인다질차) 모든 물막이꾼 넘어지고 자빠지니
久矣此雨傷天和(구의차우상천화) 지겨워라, 이 비가 하늘의 조화를 상하게 하는구나.
鳥藏巢底蜂藏窠(조장소저봉장과) 새는 둥지에 숨고 벌은 구멍에 들고
路絶車馬無鳴珂(로절차마무명가) 길에는 마차 끊어져 방울 소리도 없어라.
此時行者理則那(차시행자리칙나) 이런 때 행인인들 무슨 재주 있을까
泥沒腰脊況襪靴(니몰요척황말화) 진흙이 허리까지 빠지니 신이 소용없구나.
我幸杜門聊養痾(아행두문료양아) 나는 다행히 문 닫고 병을 고치고 있어
日晏而興誰復訶(일안이흥수부가) 늦어 일어난들 누가 다시 꾸짖겠는가
率然忽作苦雨歌(솔연홀작고우가) 갑자기 마음에 감흥이 일어 고우가를 짓는다.
이규보의 漢詩 苦雨歌
'拈華茶室' 카테고리의 다른 글
松下飮茶 - 김시습의 別秋江에서 (0) | 2011.06.13 |
---|---|
잔 채워 드립니다 (0) | 2011.06.10 |
사랑에 보답하기 (0) | 2011.06.10 |
인간세상 호시절 (0) | 2011.06.08 |
차를 권하라, 차를 권하지 마라 - 點茶心指 (0) | 2011.06.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