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사는 이야기

도덕(道德)

難勝 2011. 7. 17. 21:40

 

 

도덕(道德)

 

예전에는 선생님 그림자도 밟지 않는다 했다.

그러나 요즘 우리 중학교 교실에서는 남학생들이 여교사의 어깨를 감싸며 사귀자고 하질 않나, 심지어는 '첫 경험'을 언제 했느냐며 성희롱을 한단다. 최근에는 지하철에서 자기 아이를 만졌다는 이유만으로 할머니의 얼굴을 때린 어느 젊은 엄마와 다리를 꼬면 바지에 신발이 닿으니 치워달라는 할아버지에게 심한 욕설을 퍼부으며 위협하는 20대 청년의 동영상이 인터넷에 공개되어 많은 사람들을 경악하게 만들었다. 도덕이 땅에 떨어졌다.

 

그런데 사실 도덕이 땅에 떨어졌다는 얘기는 어제오늘 들은 게 아니다.

시대를 불문하고 어른 세대는 늘 젊은 세대의 무례함과 모자람을 꾸짖는다. 만일 우리 역사에서 늘 아랫세대의 도덕성이 윗세대의 도덕성보다 못했다면, 지금 우리는 역대 최고로 부도덕한 시대를 살고 있어야 한다. 우리가 진정 한밤중에 이웃마을을 급습하여 남자들의 목을 베고 여자들을 겁탈하던 그 옛날 오랑캐 시절보다 도덕적으로 못하단 말인가. 나는 감히 우리가 살고 있는 지금 이 순간이 인류 역사상 가장 도덕적인 시대라고 주장하련다.

 

그 옛날에도 패륜아는 있었다.

다만 지금처럼 누가 한 번만 잘못해도 국민 전체가 알아버리는 일이 없었을 뿐이다. 보는 눈이 엄청나게 많아진 것이다. 하지만 이 엄청나게 많은 눈들이 오히려 우리를 도덕적인 동물로 지켜줄지도 모른다. 할아버지뻘의 노인에게 차마 입에 담지 못할 욕을 해댄 남자의 신상이 누리꾼들에 의해 낱낱이 파헤쳐져 인터넷에 공개되었다.

 

돌고래 수컷들은 망망대해에서 짝짓기하고픈 암컷을 몰기 위해 종종 두세 마리가 동맹을 맺는다. 동맹군의 협공이 성공하여 암컷이 짝짓기를 허락하면 그들 중 한 마리의 수컷이 먼저 기회를 얻는다. 그런 다음 또 다른 암컷을 공략하여 성공하면 그다음 수컷의 차례가 된다. 그런데 돌고래 사회에도 얌체가 있다. 일단 암컷을 취하고 나면 다른 수컷들을 돕지 않고 곧바로 다른 패거리로 옮겨 짝짓기 기회만 노리는 수컷들이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얌체 행각이 발각되면 다시는 짝짓기 기회를 얻지 못한다. 어느 사회건 남의 눈처럼 무서운 건 없다.

 

교육이 문제이다. 잘못 배운 게 아니라 아예 배워보지도 못한 젊은이들이 너무 많다. 예의범절을 가르쳐야 한다.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행동생태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