茶의 세 가지 보배
차에는 세 가지 보배가 있습니다.
첫째는 세상이 하나의 관계임을 알게 하는, 즉 모든 것은 모든 것과 관계있고, 그 관계는 상생임을 알게 하는 고마움이지요.
차 살림은 평등이라는 이상을 꿈꿉니다.
원효스님의 '무애차'가 그랬지요.
이를 자애라 부를 수 있을 것입니다.
둘째는 검약입니다.
차 잎을 따고, 차를 만들고, 차 달여 나눠 먹고 하는 차 살림은 곧 만물과 만인이 있고 모두가 한 몸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그리고 그 모두가 나를 귀하게 대우해주기 때문에 내가 이렇게 존재하는 것입니다.
하늘과 땅에 있는 만물의 도움으로 생겨난 물건을 알뜰하게 모시고 남는 것을 이웃과 함께 나누는 것이 차 살림의 근본입니다.
셋째는 겸손입니다.
좋은 차를 정성껏 달여 좋은 찻잔에 담아 예를 지켜 권하는 것은 겸손입니다.
좋은 것은 상대에게 먼저 권하는 것으로, 상대에 대한 존경과 상대를 귀하게 여기는 마음을 차에서 배우고 기르는 것이지요.
겸손의 토대 위에서라야만 최대한 세상을 넉넉하고 풍요롭게 만들 수 있습니다.
차를 바로 배우는 것은 그래서 중요합니다.
이 세 가지 보배를 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살려놓은 것을 저는 '차 살림'이라고 이름한 책자가 나왔습니다.
'한국 차살림(정동주 지음/ 이룸 출판)으로, 이 책은 크게 네 부분으로 되어있습니다.
1. 차살림을 시작하면서
2. 한국 차살림의 표정
3. 한국 차살림과 일본다도의 관계
4. 발우공양과 농차
저자는 이 땅의 사람들이 2000년 가까이 차나무를 기르고 차를 마시는 동안 형성된 독특한 차 문화가 있다고 말합니다.
그것은 중국의 차예(茶藝)와 일본의 다도(茶道)라는 말로는 모두 담을 수 없는 것이기에 다르게 불러주었으면 하고 제안하는 말이 바로 '차 살림'이라는 말입니다.
저는 이 말이 꼭 중국과 일본의 그것과 구별이 되어서가 아니라, 그 말 자체가 좋습니다.
차를 마시는 일이 무언가를 살려내는 일이었으면 하는 내 바램도 담을 수 있을 것 같거든요.
즉, 돈 있는 사람들의 여유가 만들어낸 취미를 두고 '살림'이라는 말을 붙일 수 없을 겁니다.
하루하루 손으로 살림살이 하는 사람들 가까이 있는 '차'라야 그렇게 부를 수 있을 겁니다.
'차 살림'이라는 말에는 그런 생활과 정서가 진하게 우러나는 것 같습니다.
또 저자는 단시 차 마시는 일 만이 아니라 차나무를 키우고, 차 잎을 따서, 차를 만들고, 차를 우리고, 음미하고 거두는 일까지 통틀어서 차 살림이라고 부르는 넓은 시각을 보여주고 있어서 좋은 것 같습니다.
차 살림을 잘 하는 것은 차만 멋드러지게 마시는 것이 아니라 그 전과 그 후의 일까지 다 잘 해야 하는 잘 하는 것일 테니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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