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사는 이야기

승무란?

難勝 2011. 8. 29. 18:55

 

 

 

승무(僧舞) - 조지훈(趙芝薰)

 

얇은 사(紗) 하이얀 고깔은

고이 접어서 나빌레라.

 

파르라니 깎은 머리

박사(薄紗) 고깔에 감추오고,

 

두 볼에 흐르는 빛이

정작으로 고와서 서러워라.

 

빈 대(臺)에 황촉(黃燭) 불이 말없이 녹는 밤에

오동(梧桐)잎 잎새마다 달이 지는데,

 

소매는 길어서 하늘은 넓고,

돌아설 듯 날아가며 사뿐히 접어 올린 외씨보선이여.

 

까만 눈동자 살포시 들어

먼 하늘 한 개 별빛에 모두오고,

 

복사꽃 고운 뺨에 아롱질 듯 두 방울이야

세사(世事)에 시달려도 번뇌(煩惱)는 별빛이라.

 

휘어져 감기우고 다시 접어 뻗는 손이

깊은 마음 속 거룩한 합장(合掌)인 양하고,

 

이 밤사 귀또리도 지새우는 삼경(三更)인데,

얇은 사(紗) 하이얀 고깔은 고이 접어서 나빌레라

 

 

승무란?

 

승무는 불교적인 색채가 강한 독무(獨舞)로, 한국무용 특유의 ‘정중동(靜中動)·동중정(動中靜)’의 정수가 잘 표현되어 민속무용 중 가장 예술성이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무원(舞員)의 복장은 대개 날렵하게 걷어올린 남색 치마에 흰 저고리·흰 장삼을 걸쳤고, 머리에는 흰 고깔을, 어깨에는 붉은 가사를 입었으며 양손에는 북채를 든다. 북을 향하여 관객을 등진다는 점이라든지 머리에 고깔을 써서 얼굴을 확연히 볼 수 없게 한 점 등은 관객에게 아첨하지 않으려는 예술 본연의 내면적인 멋을 자아내는 춤이다.

 

한국의 민속예술 대부분이 그 연원과 유래가 불분명하듯, 승무 또한 연원을 뒷받침할 만한 자료가 없어 그 설이 구구하다. 연원은 현재 크게 2가지로 설로 나뉘는데 그 첫째가 불교의식과 연관시킨 불교의식 무용설이다. 세존께서 영취산(靈鷲山)에서 법화경을 설할 때 천사색(天四色)의 채화(綵花)를 내리시니, 가섭(迦葉)이 이를 알아차리고 빙긋이 웃으며 춤을 추었다고 하여 후세 승려들이 이를 모방하였다는 설이다. 또한 중국 위(魏)나라의 조자건(曹子建)이 연못가에서 노는 고기떼의 모양을 본떠 지었다는 설도 있다.

 

두번째는 민속무용으로서의 유래설로 황진이가 지족선사(知足禪師)를 유혹하려고 춘 데서 비롯되었다는 설, 상좌승이 스승이 나간 틈을 타서 평상시 스승이 하는 기거(起居) 범절과 독경설법(讀經說法)의 모습을 흉내낸 동작에서 유래한다는 설, 파계승이 번뇌를 잊으려고 북을 두드리며 추기 시작한 춤이라는 등 여러 설이 있다. 그러나 현재 불교의식무용 중 법고(法鼓)춤에서 유래하였다는 설이 유력하다. 조선 중엽 이후 승려 서산에 의해 포교의 한 방법으로 승무를 승려의 필수 일과(一科)로 중시한 뒤 더욱 발전하게 되었다. 그러나 그 뒤 운수승(雲水僧)들이 승무를 탁발 수단으로 이용하므로 종교적 의의를 상실할 우려가 있다고 하여 금지된 이후 민간으로 내려와 점차 민속무용으로 변모하게 되었다.

 

승무의 아름다움은 정면을 등지고 양팔을 서서히 무겁게 올릴 때 생기는 유연한 능선 및 긴 장삼을 얼기설기하여 공간으로 뿌리치는 춤사위와 하늘을 향하여 길게 솟구치는 장삼자락 등이 볼 만하다. 그리고 비스듬히 내딛는 보법(步法)이며 미끄러지는 듯 내딛다가 날 듯하는 세련미는 거추장스런 긴 장삼을 더 할 수 없이 가볍게 만들어준다. 또한 자진모리와 당악(堂樂) 장단에 맞추어 시작하는 북의 연타는 주술적(呪術的) 힘을 발하여 관객을 몰아지경(沒我之境)으로 이끈다. 이 북소리가 멎으면 다시 긴 장삼이 허공에 뿌려지고 연풍대(筵風臺)가 있은 후 어깨춤에 사뿐한 걸음이 곁들여지고 합장하면서 춤은 끝난다.

 

승무를 반주하는 악기는 삼현육각(三絃六角), 즉 피리 2, 대금 1, 해금 1, 장구 1, 북 1의 편성이며, 악곡은 염불·타령·자진모리·굿거리·당악 등이다.

 

승무는 1900년 이후 한성준(韓成俊)의 노력으로 예술무용화하여 1969년 중요무형문화재 제27호로 지정되었으며, 예능보유자로 한성준의 직계 후손인 한영숙(韓英淑)이 지정되었다.

'사람사는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신윤복의 주사거배(酒肆擧盃)  (0) 2011.08.30
한여름 짚신삼기 - 성하직리 (盛夏織履)  (0) 2011.08.30
탈모 관리는 이렇게  (0) 2011.08.26
팔씨름  (0) 2011.08.22
꼭 해야 할 일  (0) 2011.08.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