拈華茶室

대각국사 의천의 차시(茶詩)

難勝 2011. 9. 12. 22:51

 

 

대각국사 의천의 차시(茶詩)

  

이슬에 젖은 몸 동산에서 무엇을 구하려나

밝은 달밤에 차 끓이며 속세의 근심 잊어보네

 

고려 제11대 문종(文宗,재위 1046-1083)의 넷째 아들이며 해동 천태종을 개창하고 속장경 4,740여권을 간행한 대각국사(大覺國師) 의천(義天,1055-1105)의 생애와 탄생지 그리고 차시와 차에 관련된 기록을 중심으로 살펴본다.

 

대각국사 의천은 중국 송나라 황제와 황태후로부터 최고급 차를 하사받고 이에 사례하는 글을 지어 바쳤으며 음다 생활의 심오한 경지를 아름다운 시로 표현한 차인이었다. 그리고 여러 의식 행사(제사, 봉헌 등)에 다과(茶果)를 올린 기록이 남아 있다.

대각국사가 지은 차시와 글을 간략히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황제께 차약을 내리신 것을 사례하는 표

성자(聖慈;황제)께서 특별히 차(茶)20각(角;도량형 단위)과 약, 은합(銀合)을 내려 주시며 의관을 단정히 하시고 대하시니 특별히 돌보아 주심에 위로되며 부드러운 싹과 신령스런 약으로 총애를 넉넉히 보여 주시니 공경히 받들어 돌아옴에 영화로움과 부끄러움이 함께 쌓였습니다.

 

●황태후께 사례함

용봉다(龍鳳茶)를 하사하는 것을 사례하는 표(대각국사 문집 6권)

 

●스님에게 차를 준 사람에게 화답함

 

북쪽 동산에서 새로 볶은 차를

동쪽 숲에 사는 스님께 보낸다

한가로히 차달일 날 미리 알고

찬 얼음 깨고 샘줄기를 찾는다.

 

●농서의 학사가 임천사를 생각하며 지은 시를 보이매 그 운을 따서 화답함

 

한 곳에 옛절이 있어 원람(鴛籃)이라 부르니

문으로 가는 길 깨끗하고 푸른 봉우리 마주하고 있네

빽빽한 숲에 잠긴 구름 전각을 둘러 싸고

엷은 장막 달과 함께 사자자리 호위하다

강(講)하고 솔난간 돌면서 시 읊은 마음 괴롭지만

차밭의 차볶는 향기 폐를 씻어 서늘하다

주장자 걸어둠은 불법을 배우려는 뜻이지만

고향산의 옛집을 꿈속에서 그려본다.

 

●사례로 주는 차에 화답함

 

이슬 동산 봄 봉우리 아래 무슨 일을 할것인가

꽃차 달이고 달빛 삶아 세상 근심 씻어낸다

가벼운 몸부림 당하지 않고 삼동(三洞)에노니

뼛골 속 으쓱하니 가을에 들어 온 듯

신선 같은 인품 종과 범패 소리가 적합하고

맑은 향기는 시주(詩酒)하기에 좋아라

영다(靈丹) 먹고 장생한 것을 누가 보았던가

불문을 향해 그런 일 은 묻지를 마라.

 

●제문(祭文)

① 문종에 대한 제문(송나라에 들어 가서 지음)

신(臣)아무개는 삼가 다과(茶果) 등을 갖춰 선고 고려 국왕 영가에 재를 올리고 아뢰옵니다. 아, 슬픕니다! 생각하옵건대 아무개를 길러 주신 은혜 깊으나 낳으신 은덕을 어찌 갚을 수 있겠습니까? (이하 생략)

 

② 경덕국사에 대한 제문

제자 아무개는 다과(茶果)와 제철 음식을 올리고 선사 경덕국사 영전에 경건히 제사 드립니다.

 

③ 선종에 대한 제문

신 아무개는 삼가 다과(茶果)와 깨끗한 제수를 갖추어 대행대왕 영가에 경건히 제사드옵니다.

 

④ 분황사 원효성사에 대한 제문

사문 아무개는 삼가 다과(茶果)와 제철 음식을 갖추어 해동의 교주이신 원효보살게 바치옵니다.

 

⑤ 금산사 적법사(寂法師)에 대한 제문

사문 아무개는 삼가 다과(茶果)를 올리고...

 

⑥ 용두사 우상(祐詳)대사에 대한 제문

삼가 시자 아무개를 보내어 다과(茶果) 등의 제수를 갖추어 고 용두사 유가 강주의 영전에 제를 올립니다. (이하 생략)

 

문화관광부에서 위와 같이 훌륭한 차시와 글, 행적을 남긴 대각국사 의천을 2001년 11월의 문화인물로 지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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