拈華茶室

찻종 - 석용산 스님

難勝 2011. 10. 14. 21:15

 

 

 

찻종

- 석용산 스님 -

 

세상의 그리움 다 안아 보구

세상의 미움들 다 담아 보네

 

별님 안아 보구

달님 담아 보네

내님도 안아보네

 

방울아 스님네의 일상이 참 한가롭게 보인다고 말했지

실은 자기 정화를 위한 소리 없는 투쟁의 연속이란다

 

가고.서고.앉고.눕고.말하고.침묵하며.움직이는 일거수 일투족이 정리와 정화로 이어지는 치열한 자신과의 싸움이란다

수행이 익어 안과 밖이 확연하고 전생과 내생의 창틀마져도 부서져 내릴 때쯤이면 치열한 싸움의 격식들이 봄눈 녹듯 사라져 버리지만...

 

그러나 익어 떨어진 열매도 창고 속에 잘 저장하여 후숙시켜야 제 맛이 들듯 눈 열린 스님들의 또 다른 성숙의 몸부림은 세밀하고 면밀하여 그 공부가 신비하기까지 한단다

네겐 너무나 어려운 얘기가 될지 모르겠으나...

 

그러나 방울아

본래의 마음자리에는 세월의 흐름도 너와 나의 그림자도 모양 이나 걸림 따위는 애초부터 없는 것이니..

마음이란 옷자락을 가볍게 벗어 놓고 묵묵히 영혼의 소리에 귀 기울여 보려무나

그러면 차 한 잔 다리는 손 놀림 속에서도 도의 세계 성숙의 세계를 배울 수 있단다

다포를 깔고 다구를 늘어 놓으며 놓이는 세상의 이치를 보고 팔팔 끓는 다관의 물소리를 들으며 사바의 고뇌와 아픔 끈끈한 삶의 부대낌을 느껴 본단다

 

곱게 달여진 차가 찻종에 다소곳이 담겨져 있음을 볼라치면 빠알간 그리움과 노오란 미움들이 녹아지고 있음을 느낀단다

별들과 달들이 녹고 가슴까지 녹는 따스함도 접해보게 된단다

마시고 난 뒤의 빈 잔 속에서 비움의 아름다움을 배우고 모두 제자리 돌려 놓는 행장 속에서 본래의 제모습들을 돌아보며 평상의 작은 일상이 그대로 공부요 삶임을 온 몸으로 느낀단다

 

방울아

행복은 저 산 너머 있는 것이 아니고 우리들 생활 속에 우리들 마음속에 있는 것이기에 평상심이 도라고 선현들은 알려 주신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