拈華茶室

세상 인연 잠시 끊고 - 가흥강방선(嘉興江放船)

難勝 2011. 11. 21. 22:51

 

 

 

 

가흥강방선(嘉興江放船)     가흥강에 배 띄우고

 

久厭山谿險(구염산계험)      산길 험한 것 싫증 나

翻思水路便(번사수로편)      뱃길 편리하다 생각 바꾸었다

 

悵違丹穴約(창위단혈약)      단양 동굴 가자던 약속 어기고

獨上蘂州船(독상예주선)      홀로 예주가는 배에 올랐다

兩岸風煙麗(양안풍연려)      양 언덕의 풍경이 수려하여

中流顧眄專(중류고면전)      물 한가운데서는 사방이 다 보인다

沙茸抽紫穎(사용추자영)      모래밭 부들에서 자색 풀싹 뽑아드니

澗蘗綴黃姸(간벽철황연)      계곡의 횡경나무 노랗게 들어찼구나

山晩禽吭滑(산만금항골)      산에 해 지면 새들의 노랫소리 부드럽고

堤暄馬戲儇(제훤마희현)      날씨도 따뜻하여 둑에는 말들도 잘 논다

 

游絲沙氣盛(유사사기성)      아지랑이 모래 위에 아른거리고

移櫓水紋圓(이노수문원)      노 저어가면 물에는 둥근 파문이 진다

娟妙飛峯出(연묘비봉출)      고운 산봉우리 날 듯이 나타나고

逶迤臥柳遷(위이와류천)      비스듬히 누운 버드나무 지나간다

盤渦趨急瀨(반와추급뢰)      소용돌이치는 여울물 세차게도 흘러

惡石吼驚泉(악석후경천)      울퉁불퉁 바위에 부딪쳐 놀라서 소리친다

 

拂拂風醒酒(불불풍성주)      씽씽 부는 바람에 술이 깨고

搖搖水擊舷(요요수격현)      찰랑찰랑 넘치는 물 뱃전을 때린다

悠然出平地(유연출평지)      아득히 먼 곳에서 평지가 나타나고

開朗見靑天(개랑견청천)      눈 앞에는 훤히 푸른 하늘이 보인다

世界重重豁(세계중중활)      가도 가도 드넓은 세상

人煙曲曲連(인연곡곡연)      굽이굽이 안개가 자욱하다

險夷常遞換(험이상체환)      험하고 평탄한 길 늘 서로 바뀌고

憂樂每相牽(우락매상견)      걱정과 즐거움도 언제나 서로 끄는구나

 

狹陋傷時俗(협루상시속)      마음이 좁아 세상 풍속 슬퍼하다

優遊謝罪愆(우유사죄건)      한가히 놀면서 나의 허물 사죄하노라

庶將江海志(서장강해지)      바라노니, 이제 강해에 뜻을 두고

暫絶市朝緣(잠절시조연)      세상 풍조와는 잠시 인연 끊으리라

去國鴟夷子(거국치이자)      나라 버리고 떠난 치이자 되고

能詩賈浪仙(능시가랑선)      시 잘하는 가랑 선인처럼 되리라

 

未應容大瓠(미응용대호)      아직은 큰 박처럼 수용되기 어렵고

久已怯虛弦(구이겁허현)      빈 활만 보고도 겁 먹는 새 같은 신세로다

愼索長安米(신색장안미)      장안의 쌀조차 조심스럽게 찾아

謀歸潁尾田(모귀영미전)      영수가의 밭으로 갈 생각이로다

沈潛收銳氣(침잠수예기)      침착하게 젊은 예기 거두어 두고

放達送流年(방달송유년)      방달하게 자유롭게 세월을 보내고 싶도다

 

此計心常有(차계심상유)      이러한 마음 항상 있어 왔지만

今朝興渺然(금조흥묘연)      오늘 아침 따라 흥취가 야릇하도다

曾聞堯舜世(증문요순세)      일찍이 들었노라, 그 옛날 요순임금 시대에도

猶有隱箕巓(유유은기전)      기산머리에 숨어 산 자 있지 않았던가

 

 

- 정약용(丁若鏞)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