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風磬) 소리
몸 전체가 입이 되어 허공에 걸려 있어
동서남북 모든 바람 상관하지 않고
한결같이 어울려서 반야를 노래하네
뗑그렁, 뗑그렁, 뗑그렁···
通身是口掛虛空 不管東西南北風
통신시구괘허공 불관동서남북풍
一等與渠談般若 滴丁東了滴丁東
일등여거담반야 적정동료적정동
- 천동여정(天童如淨) -
조동종의 거장인 천동여정(天童如淨, 1163~1228) 선사의 반야송(般若頌)이라는 시다.
소동파(蘇東坡, 1036~1101)는 시냇물 소리가 부처님의 설법소리라고 노래하였는데, 이 시에서는 풍경소리가 그대로 반야지혜를 드러내는 소리라고 하였다.
처마 끝에 달려 있는 풍경을 밑에서 올려다 보면 그 입은 몸 전체다. 아주 크게 열려 있다.
마치 허공에 걸려 있는 것 같다.
바람이 동쪽에서 불어오면 서쪽으로 흔들리고, 서쪽에서 불어오면 동쪽으로 흔들린다.
또 남쪽에서 불어오면 북쪽으로 흔들리고 북쪽에서 불어오면 남쪽으로 흔들린다.
어디서 어디로 불어오든 풍경소리는 똑같이 그대로 반야지혜를 설하고 있다.
반야지혜가 아니고서야 어떻게 저렇게 맑은 소리를 낼 수 있겠는가.
물소리, 새소리가 모두 부처님의 무진한 설법소리이며, 바람소리, 풍경소리가 그대로 마하반야바라밀이다.
낱낱이 청정법신 비로자나불이요, 사물 하나하나가 그대로 화장세계다.
고요하고도 탈속하며 소박하고 간결한 선의(禪意)가 잘 묘사되었다.
선천선지(禪天禪地)와 선산선수(禪山禪水)에서 선풍선음(禪風禪音)이 그대로 잘 들리고 있다.
뗑그렁, 뗑그렁, 뗑그렁···.
산사에서 은은히 들리는 풍경소리는 항상 심오한 삶의 의미를 일깨워 주곤 합니다.
절에서는 수도자나 수행자들의 나태함을 깨우치게 하기위해 매달아 둡니다.
또한 물고기는 잘 때도 눈을 감지 않으니 언제나 깨어 있어야 한다는 깨우침을 주기 위한 것입니다.
한해가 시작 될 때와는 너무도 다른 11월의 끝자락에 서서 지나온 길을 돌아봅니다.
인생은 자신이 만든 굴레를 다람쥐 쳇바퀴 돌 듯 한다지만...
모든 일에는 고통과 괴로움이 따르기 마련인 것 같습니다.
다시 올 봄을 기다리는 희망도 소중하지만 그래도 접었던 책갈피를 다시 펴 볼까합니다.
얼마 남지 않은 한해지만 하루하루를 소중히 여기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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