拈華茶室

너나 잘해

難勝 2011. 12. 7. 06:33

 

 

 

너나 잘해 라고 한 점 써 주시죠

 

며칠 전 주酒님을 숭배하는 불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동석한 모 회사 회장 되시는 분이 `스님 저희 집 가훈은 <너나 잘해>입니다. 혹시 언제 시간이 되시면 <너나 잘해>라고 한 점 써 주시죠` 하신 것을 기억하고 마침 여름철이라, 오늘 아침 부채를 펴고 '너나 잘해' 하고 써놓았습니다.

 

오후 마당에 풀을 매는데 누가 스님 하고 찾는 소리에 보니 사십대 중반의 잘 아는 보살입니다.

종종 찾아와서 제 어려운 이야기를 하면 아무 말 없이 들어 주는 스님인지라 오늘도 와서 이런 저런 사는데 대한 온갖 어려움을 토로하며 특히 이십여년을 같이 산 배우자에 대한 불신과 불만이 가득한 말만 하고 있습니다.

 

제 할 말을 다 마친 듯,

스님 이런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하고 묻기에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아침 나절 써 놓은 '너나 잘해' 부채를 들어 보이며 웃으니 `스님 나 보라고 이것을 써 놓으셨어요?`하고 저도 웃어 댑니다.

 

사람들은 대부분 무슨 문제가 생기면 가족의 탓 아니면 남의 탓을 먼저 하기 쉬운데 가족이 설령 잘못을 하고 남이 잘못을 한다해도 자기가 자기 자신한테 하는 잘못에 비해서는 아무것도 아님을 알아채기까지 너무나 오랜 시간이 걸리거니와 어떤 이들은 죽을 때에도 모르고 죽는 것이 그것이라 생각이 듭니다.

 

 

상대가 내게 서운하게 했던 것만 기억에 남기고

 

상대와 기쁘고 행복하였던 일들은 까맣게 잊은 채

속사포처럼 상대를 향해 원망을 늘어놓다 보면

 

자신의 말에 취하여 자기는 정의의 사도가 되고

상대는 고양이 앞의 쥐 신세를 못 면하기 일쑤입니다

 

오늘 온 보살이 '너나 잘해' 한 구절에 집을 향해 가면서 곰곰이 생각한 끝에 오늘 저녁 집에 돌아 온 남편을 향해 여보 너무 고마웠어요 내가 모자랐어 하고 가정의 화목을 이루게 될 수 있다면 억만금보다 더 값진 말이 될 것입니다.

 

세상이 잘되네 못되네 하는 말도 우선은 자기 자신의 일에 충실한 사람이 해야 그 말에 힘이 붙는 것이요,

세상에 부조리와 비리가 왜 이리 많으냐 염려하는 말에 앞서서 우선 자기 자신부터 도덕적으로나 윤리적으로 바르고 깨끗해야 다른 사람들의 공감대를 얻을 수 있을 것인데,

나를 비롯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기는 듣지 못하는 말을 사용해 가면서 바깥을 향하여만 두 눈을 부릅뜨고 있기 쉽습니다.

 

자연이 두 눈을 만들어 준 것은,

한눈은 바깥을 보고 한 눈은 안을 들여다보며,

한 눈은 남의 잘하는 것을 보고 한 눈은 나의 잘못하는 점을 보라고 한 것인데,

나의 잘못은 보려 않고 남의 잘못만 보려 애쓰다 보니 요즘 눈병 걸린 사람들이 적지 않습니다.

 

<너나 잘해>를 가훈으로 삼고 <나도 잘하자>를 좌우명으로 삼으면

세상 살아가는데 있어서 죽을죄를 지었습니다 하는 큰 실수는 없을 것입니다.

 

보살이 집에 가고 난 뒤에 생각하니 소리가 한손바닥에서 나는 것 보았느냐,

양 손이 마주쳐야 소리가 나는 법이니 불협화음보다는 화합하는 음이 나도록 너를 비우거라 할 것을 그랬나 싶습니다.

 

그것이 더 스님다운 말일 듯해서 말입니다. ㅎㅎ

 

 

 

* 우리가 일상에 되돌아보면 좋은 것 같은 어느 스님의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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