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사는 이야기

중국의 설 명절(春節, 春节: chūn jié 춘지에)

難勝 2012. 1. 4. 06:51

 

 

 

중국의 설 명절(春節, 春节: chūn jié 춘지에)

 

평소에는 무뚝뚝하던 중국인들도 오늘 아침에는 만나는 사람마다 춘지에콰일러(春节快乐: 새 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고 인사를 나눈다.

 

우리나라도 설 명절을 맞아 눈 내리고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수 천만 명의 귀성객이 고향 길에 오르는데, 같은 동양문화권의 중국에서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한중 양국의 설명절 풍속은 약간 다르다고 볼 수 있다. 중국에서 춘지에는 보통 제석(除夕: 섣달 그믐날 밤)과 정월 초하루를 가리킨다. 춘지에는 봄의 계절이 시작됨을 알리는 날이자, 묵은해와 가난을 떠나보내고 새로운 한 해와 풍년을 맞으며 사악과 질병을 내쫓고 새해의 풍작과 해운을 기원하는 날이기도 하다. 섣달 그믐날이 되면 실내에 연화(年畵: 정월에 민가의 벽 등에 장식되는 중국의 민중회화)라고 하는 그림을 붙이고 집안을 깨끗이 청소하고 꾸미며, 대문에는 대련(對聯: 대문이나 기둥 등에 써 붙이는 對句)이나 문신상(門神像)과, 복(福)자를 거꾸로 붙인다.

 

 

 

 

‘福’자를 거꾸로 붙이는 이유는 ‘거꾸로’라는 뜻의 중국어 ‘도(倒)’와 ‘오다, 도착하다’는 뜻의 중국어 ‘도(到)’의 발음이 같기 때문이다. 따라서 ‘복’자를 거꾸로 붙이면 발음상 바로 ‘복이 들어온다(福到了)’라는 것과 동일한 의미가 된다는 것이다. 중국 가정에서는 대략 설 2주전부터 아파트 출입구 문에 福자를 비롯한 대련, 연화 등을 붙이기 시작한다. 또한 그믐날 오후에는 남자들이 산소에 가서 산소의 봉우리 위에 노란색종이(조상의 노자 돈을 의미)를 올려놓고 절을 한다(꿔니엔: 過年). 설날에는 집안에 차례 상을 준비하고 조상과 함께 설을 쇠고, 정월 초이튿날에 다시 조상을 산소에 모셔다드리는 예를 행한다(쑹니엔: 送年). 그래서 춘절이 임박하면 곳곳에 조상을 모셔오기 위한 돈(노란색 종이)과 ‘福’자와 붉은색으로 쓴 대련(對聯)을 파는 곳이 무척 많아진다.

 

그렇다면 춘지에는 어떻게 유래했을까. 옛날 중국에 길쭉한 머리에 뾰족한 뿔을 가진 괴상한 ‘니엔(年)’이라는 짐승이 있었다고 한다. 이 짐승은 평소에는 깊은 바다 속에 살다가 섣달 그믐날만 되면 육지로 올라와 가축을 잡아먹고 사람을 해치곤 하였다. 따라서 섣달 그믐날만 되면 ‘니엔’이라는 놈을 피해서 온 마을 사람들은 깊은 산속으로 도망가야만 했다. 어느 해 그믐날 사람들이 다시 짐을 꾸려서 산으로 도망갈 준비를 하고 있을 때, 동쪽에서 한 백발노인이 찾아와 한 노파에게 자기를 하룻밤만 묵게 해주면 그 ‘니엔’이라는 놈을 쫓아 버리겠다고 하였다. 마을사람들은 그 노인의 말을 믿지 않았으며, 노파도 그 노인에게 빨리 산으로 숨기를 권했다. 그러나 노인은 고집을 꺾지 않고 끝까지 마을에 그대로 남아있겠다고 하여 마을사람들은 하는 수없이 노인을 그대로 남겨둔 채 급히 산속으로 숨었다.

 

드디어 ‘니엔’이라는 놈이 나타나서 사납게 마을을 덮치려고 할 때, 백발노인은 기다렸다는 듯이 ‘니엔’을 향해 폭죽을 터뜨렸다. 갑자기 터진 폭죽소리에 깜짝 놀란 ‘니엔’은 온몸을 부들부들 떨면서 혼미해졌다. 바로 ‘니엔’이라는 동물이 가장 두려워한 것은 바로 붉은색과 불빛, 폭죽소리였던 것이다. 이때 대문이 활짝 열리더니 붉은 도포를 입은 노인이 큰 소리로 웃고 있었다. 그것을 본 ‘니엔’은 혼비백산하여 줄행랑을 쳤다. 그 다음날 사람들이 마을로 돌아왔을 때 마을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조용했으며, 그 노인도 보이지 않았다. 비로소 마을사람들은 그 백발노인이 자기들을 위해 ‘니엔’을 쫓아내려고 온 신선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로부터 중국인들은 매년 섣달 그믐날이면 집집마다 붉은 대련을 붙이고, 폭죽을 터트리며, 밤새 불을 환하게 밝혀놓게 되었다고 한다.

 

그때부터 사람들은 대나무를 태워 소리를 내는 것을 귀신을 쫓고 화를 막는 것으로 여겨 매년 섣달 그믐날은 물론 경사스러운 날에, 모두 참대를 태워 터뜨렸는데 폭죽(爆竹)이라는 말뜻은 여기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후에 화약이 발명되면서 대나무에 화약을 넣어서 터뜨리다가 북송 때에 와서부터는 민간에서 화약을 종이에 말아서 폭죽을 만들었다고 한다. 중국에서 폭죽은 설날 보름 전부터 터뜨리기 시작하지만, 본격적인 폭죽행사는 그믐날 저녁 11시 50분부터 본격적으로 진행된다. 보통 사람들이 한 달 봉급의 10분의 1을 폭죽 값으로 지불한다고 하니, 폭죽 경비의 규모를 짐작할 수 있다. 어제 저녁 필자가 기거하는 곳, 바로 앞 샨포호텔(山浮大酒店: 중국의 유명 식품회사에서 운영하는 호텔)에서 한국인 몇 사람과 차를 마시고 있었다. 그 때 호텔 종업원들은 엄청난 폭죽 상자를 밖으로 옮기고 있었다. 11시 50분부터 터뜨릴 것 이라는데 봉고차 한 대 분은 족히 될 것 같았다.

 

중국에서 음력설은 가장 큰 전통명절이고, 그믐날밤에 온 가족이 모여앉아 설음식을 먹는다. 이 음식을 중국어로 연야반(年夜饭 nián yè fàn)이라고 한다. 중국 속담에 따르면,“打一千,骂一万,三十晚上吃顿饭”(천 번을 때리고, 만 번을 욕하고, 그믐날밤 밥 한 그릇 준다)라는 말이 있다. 즉 설음식을 나누는 것은 일 년간 있었던 모든 안 좋은 감정을 털어버린다는 의미도 있다는 얘기가 되겠다. 고대에는 이 날이 되면 죄인까지 가석방을 해서 집에 가서 식구들과 그믐날밤 설음식을 함께 먹게 했다고 하니 연야반의 중요성을 가히 알만하다.

 

연야반 음식으로는 통상적으로 혼돈(馄饨 hún tún: 만두의 일종, 중국신화에 의하면 태초에 하늘을 열었다는 盘古가,마음이 깨끗한 사람은 하늘로 올려 보내고, 마음이 탁한 사람은 땅으로 내려 보냈다고 하는데 混沌이 바로 그런 의미로 우주 사방을 뜻함), 반달모양의 교자(饺子 jiǎo zi 우리가 먹는 반달모양의 만두, 섣달그믐날 밤 12시 제야의 종이 울리면 饺子를 먹기 시작, * 중국의 만두는 단단하게 무친 빵으로 안에 아무것도 넣지 않으며, 교자에만 속에 고기나 야채가 들어감), 장면(长面 cháng miàn 우리의 잔치국수형태, 일명 长寿面이라고도 하며,新年에 그것을 먹어 백수를 누린다는 의미가 있음), 원소(元宵yuán xiāo 우리의 찹쌀경단모양, 팥죽에 넣어먹는 새알심과 같이 손바닥으로 굴려 동글게 만든 것으로, 알알이 모인 것이 가족들이 모인 것을 의미) 등이 있다. 그 외에도 대추(봄이 일찍 온다), 곶감(소원이 이루어진다), 살구(행복), 두부(온가족의 복), 땅콩(장생불로) 등을 곁들여 먹는다. 중국 설음식의 공통적인 면은 바로 밀가루 음식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쌀 생산의 기원지인 산동반도는 중국이 아닐 수도 있다는 의미도 있는지 모르겠다.

 

 

폭죽 红包 물고기… 아름다운 소망을 담아 춘절(구정)은 중국 최대의 전통명절로, 설은 추시(除夕, 음력 초하루 전날)부터 정월 대보름까지 이어지는 게 보통이다. 설날에는 아이들에게는 세뱃돈을 주고 친척친구끼리 설인사((拜年-빠이니엔)를 전하며 정월 대보름인 위엔쇼지에(元宵节)에는 초롱불을 밝히고 동그란 찹쌀떡 안에 깨를 넣어 빚은 위엔쇼(元宵)를 먹는다. 이렇게 위엔쇼지에까지 지나야 비로소 설명절이 끝나는 것이다.

 

하여튼 중국의 춘지에는 중국 땅에 있는 13억 중국인 이외에도 세계 각 지에 퍼져있는 화교 약 5,500만명(대만 2,300만명 포함)이 함께하는 세계적인 대축제임에 틀림없다. 동양 농경사회에서의 가족과 부락, 그리고 친척단위의 끈끈한 정을 서양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울 것이다. 따라서 설날은 떨어져있는 가족과 친척이 만나 선물을 교환하고, 안부를 묻고, 새해의 설계를 다짐하는 축복과 환희의 자리가 되는 것이다. 설날을 맞이하여 예년보다 가족 간에 더 화목하게 살아보겠다는 사람, 건강관리에 더 신경을 써 보겠다는 사람, 더 열심히 공부하고 일해 보겠다는 사람, 가난하고 불쌍한 사람들을 돕겠다고 다짐하는 사람, 남을 배려하고 자신을 낮추겠다는 사람, 여행을 즐겨 보겠다는 사람, 이런 모든 사람들의 소망이 금년 한 해에 꼭 이루어지기를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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