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간 겨울이 내게 다가왔을 때 난 겨울에게 말했었다
난 네가 제일 좋아!
너무 좋아!!
펑펑 내리는 하얀 눈이 있어 좋고,
내 좋아하는 모자를 마음껏 쓸 수 있어 좋고,
벗님들 만나는 송년회가 있어 좋고,
새해의 첫날이 있어 좋고...
사랑할 수 밖에 없다니까!
난 요즘 봄에게 고백한다.
넌 너무 따듯해
밝고 화사해
겨우내 웅크렸던 내 마음이 너로 인해 눈녹듯 해
머지않아 너는 싹을 틔우고 꽃을 피우겠지?
그 모습은 또 얼마나 아름다울지!
네가 정말 너무 좋다.
이제 봄맞이에 정신이 팔린 난 겨울에게 조용히 고했다
겨울 안녕.
잘가.
미련도 없이...
다음에 다시 만나자는 기약도 없이...
혹시나,
내 삶에 이런 배신은 없었는지?
그래요.
가만히 돌아보게 되네요.
내 인생에 이런 배신은 없었을까?
모든 것이 불가피했다고...
그럴 수 밖에 없었다고 자위해 보지만, 모두 다 보기 좋은 핑계에 불과하지는 않은지?
눈 덮인 수풀속
진달래 꽃망울이 핍니다
매서운 꽃샘 바람에도
개나리 꽃봉오리가 핍니다
이름 모를 들녁 곳곳
작은 들꽃들도 핍니다
그래요.
지금도 어디에선가 봄은 피어나고 있겠지요.
하지만 그 봄도
지난 겨울이 없었으면 우리 곁에 다가오지 못했음을...
강추위 처럼
얼음처럼
빙판처럼
차가운 바람처럼
나를 지나간 많은 사람들
나를 지나간 많은 시간들
나를 지나간 많은 감정들
어느 것 하나 배신하지 않고
사랑의 눈으로 돌아보며 추억 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보는 시간입니다.
좋은 날 되십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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