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아독존(唯我獨尊)
봄을 맞으니 높은 산 낮은 들 모두가 아름답고
울창한 숲에 비 지나가고 나니 두견새 지저귄다.
인적은 고요하여 그림같이 달 밝은 밤에
꽃잎은 휘날리고 술에 취해 노래 부른다.
承春高下盡鮮姸 雨過喬林叫杜鵑
승춘고하진선연 우과교림규두견
人靜畵樓明月夜 醉歌歡酒落花前
인정화루명월야 취가환주락화전
선문염송
이 게송은 부처님이 처음 태어나실 때 일곱 걸음을 걸으시고 사방을 돌아보시며 한 손은 하늘을 가리키고 한 손은 땅을 가리키면서 “천상천하에 유아독존이다.”라고 말씀하신 것에 대해서 정엄(淨嚴) 선사가 착어를 한 것이다.
부처님이 이 세상에 오신 일에 대해서 역대조사들이 무수히 설명을 하고 소설을 쓰고 착어를 하였으나, 이처럼 아름답고 멋있는 표현은 없다.
사람의 삶이란 어떻게 보면 보고 느끼고 표현하는 일이다. 보고 느끼고 그 느낀 것을 표현하는 일이 삶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부처님께서 왕위를 버리고 출가하여 수행을 하시고 깨달음을 이루어 생사를 해탈하신 것도 인생을 고통으로 느끼고 그것에 대한 표현의 한 방법이었다.
마찬가지로 모든 사람들이 각자의 인생을 어떻게 사느냐 하는 것도 실은 자신이 인생을 느끼고 그 느낀 것에 대한 자기만의 한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여기 소개한 이 게송은 부처님이 이 세상에 태어나신 것에 대한 느낌을 표현한 것이지만, 부처님이 이 세상에 오셨다는 것은 말은 단순하지만 엄청난 의미를 품고 있다. 결론만 말하자면 세상을 모두 화장장엄세계로 만들었고 사람들을 모두 부처님으로 만들었다.
왕자라는 자리에서 결연히 출가를 단행하였고, 피나는 6년 고행과 인류 역사상 처음 있는 대도를 성취하였다. 고해에 허덕이는 중생들을 위한 자비심으로 평생을 설법으로 제도의 행각을 하여 무수한 중생들을 교화하였다.
뿐만 아니라 그의 가르침은 2,600여 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까지 그 빛은 더욱 더하여, 만 인류에게 존재의 실상과 인생의 참다운 의미와 보람에 대하여 지혜의 눈을 열어주고 있다. 이 장엄하고 위대한 일에 대하여 어찌 한두 구절의 시로써 다 표현할 수 있겠는가.
그렇다고 장황하게 소설을 쓸 수도 없는 일이고 보면 이와 같은 아름다운 시 한 소절이 차라리 지나치게 함축이 되긴 했지만 훨씬 뛰어난 표현이다.
봄이 왔다. 높은 산 낮은 들에 모두 봄이 왔다. 큰 나무 작은 풀들에는 하나같이 새싹이 움트고 있고 꽃은 만발하여 그 향기들이 서로 서로 뽐내고 있다.
마침 봄비가 한 줄기 지나가고 한껏 뻗은 가지에는 두견새도 못 참아 목청을 돋우어 줄기차게 노래 부르고 있다. 날씨는 얼마나 따뜻하고 화창한가. 그 아름다운을 무어라 형용할 수 없다.
사람들은 모두 숨을 죽이고 감상하는지 고요하기만 하다. 마치 한 폭의 그림 같은 달밤이다. 거기에 누군가가 풍경에 취하고 술에 취하여 흥겹고 가쁜 마음을 주체할 수 없어 흐드러지게 나부끼는 꽃비를 맞으며 노래를 부른다.
이것이 부처님께서 처음 태어나시어 천상천하에 유아독존이라고 한 뜻이다. 참으로 근사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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